'야심만만' 토종, 빅3에 선전포고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4파전
'야심만만' 토종, 빅3에 선전포고

자데이나

비아그라(Viagraㆍ한국화이자), 시알리스(Cialisㆍ한국릴리), 레비트라(Levitraㆍ한국바이엘). 모두 ‘고개 숙인 남성’들을 위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들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비아그라의 명성은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치 않다. 뒤를 이어 등장한 시알리스와 레비트라 역시 알 만한 남성들은 다 아는 이름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상위권 제약 회사인 동아제약이 토종 신약 ‘자이데나(Zydena)’를 8월부터 출시할 계획이어서 ‘남성 세우기’의 치열한 4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토종 자이데나 선전포고
자이데나는 작명부터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라틴어로 ‘연인(Zygius)’과 ‘해결사(Denodo)’라는 뜻을 가진 두 단어를 합쳤다. 사랑의 해결사, 연인 간의 묘약 정도로 해석된다. 더욱 재치가 번득이는 것은 자이데나의 발음이 “자, 이제 되나”라는 우리말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발기부전 환자들이 자이데나를 복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은근한 암시다.

실제 효능도 기존 약품들과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동아제약 측은 6월 중순 서울서 개최된 제8회 국제남성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자이데나는 복용 후 15~30분 안에 약효가 발현돼 12시간 정도 지속되며 심장에 위험을 주는 부작용도 없다”고 최종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기 전이지만 다른 경쟁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전문의들이나 관련 업계에서는 자이데나가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또 잠재적 환자층을 수요자로 끌어내면서 전체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640억원 정도였던 시장 규모가 올해는 1,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의 마케팅 전쟁도 불을 뿜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은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가 각각 6대3대1 정도의 비율로 분할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 출시된 두 후발주자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비아그라의 아성을 적잖이 무너뜨렸다. 이 같은 사실은 시장 판도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원조 비아그라 수성에 전력
비아그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승인을 받고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98년. 이후 비아그라는 전 세계 119개국의 2,300만 명이 넘는 남성들에게 1억7,000만 건 이상 처방됐을 정도로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로 군림해 왔다. 국내에서도 1999년 처음 등장한 후 ‘발기부전은 질환이고 간편하게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주도하며 많은 남성들을 고통스러운 밤에서 해방시키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국내 발매 5주년을 맞아 한국화이자 측이 중앙대 의대 김세철 교수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의 95%와 그들의 배우자 98%가 만족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들은 만족의 이유로 특히 발기 강직도와 지속성을 꼽았다.

비아그라의 약효는 통상 복용 후 30분~1시간 정도 지나 발현돼 4시간 정도 유지된다. 하지만 최근 임상 자료湧?발현 시간과 지속 시간이 각각 14분과 12시간 정도로 크게 개선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복용자에 따라서 비아그라의 일반적 효능을 훨씬 상회하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화이자 측은 올 초 ‘강자의 만족, 비아그?’라는 새로운 마케팅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수행된 많은 임상 연구 결과, 환자와 의사들이 발기부전 치료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직도’와 ‘만족도’를 꼽았다는 사실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 회사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환자ㆍ의사와의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하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와 워크숍은 물론이고, 연극이나 강좌 등 일반인 대상 행사도 수시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2세대 주자 시알리스, 레비트라 맹추격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시알리스가 비아그라를 제치고 선두로 나서는 사례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시알리스가 시장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시장 점유율 30%를 웃돌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후발 주자인 시알리스가 내세우는 최대의 무기는 약효 지속 시간이다. 다른 약품들이 4~12시간 정도에 그치는 데 비해 시알리스는 무려 36시간에 달한다. 그래서 제품 홍보 문구도 ‘36시간 내내 강력한 자신감’으로 만들었다. 최근 연구에서 남성성의 확인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 발기’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진 점도 자랑거리다.

한국릴리 측은 발기부전 환자의 90%가 금ㆍ토ㆍ일요일로 이어지는 주말에 성생활을 즐긴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알리스는 주말 내내 보장한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마라톤이나 등산 등 스포츠 행사 참가를 통해 발기부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을 바꾸는 캠페인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2006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선다는 게 이 회사의 야심이다.

‘발기 삼국지’에서 상당히 뒤져 있지만 레비트라도 무시할 수는 없다. 레비트라는 복용 후 10분 내 발기가 가능하다는 신속성과 아울러 우수한 강직도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난치성의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효능이 있다는 점도 차별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국바이엘 측은 레비트라 출시 이후 의사들을 상대로 펼쳐온 홍보 활동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는 소비자 직접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가 탐색전이라면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예상된다.

6월부터 펼치고 있는 ‘엄지 손가락 캠페인’은 달라진 마케팅 전략의 한 사례다. 이 캠페인은 의사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대부분 발기부전 환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것인데, 엄지를 아래로 가리키면 발기부전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환자들은 이제 손쉬운 신호만으로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윤수 이윤수비뇨기과 원장 인터뷰
"제품마다 다른 특성, 효능 차이 무의미"

“발기부전 환자들은 어떤 치료제를 쓸 것인지 스스로 선택한 후에 오는 경향이 많습니다. 각 약품들에 대한 정보가 시중에 상당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인지도를 중시하는 분들은 비아그라를, 좀 더 오래가기를 원하는 분들은 시알리스를, 좀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분들은 레비트라를 찾는 식이죠.”

이윤수 이윤수비뇨기과 원장은 발기부전 환자들이 찾아오면 대뜸 약품 권유부터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환자가 원한다면 대개 그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환자들마다 바라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능이 더 나은가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이 원장은 말한다. 상대적인 특장에 따라 취하면 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섹스 자체가 아니라 새벽 발기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남성들은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이 원장은 “각 치료제의 안전성도 크게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며 “대부분 이런저런 부작용을 조금씩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6-30 16:53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