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유로화 붕괴위기 등에 따른 달러수요 증가로 환율상승수출 도움 불구, 물가 부담·기업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 혼선 부작용

'힘 받은 달러'에 웃고 우는 시장
미 금리인상·유로화 붕괴위기 등에 따른 달러수요 증가로 환율상승
수출 도움 불구, 물가 부담·기업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 혼선 부작용


환율이 연일 급등세를 보여 7월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6개월만에 1,050원대를 회복했다. <연합>

“올 여름까지는 원ㆍ달러 환율 상승기조가 지속될 것이다.”

7일 영국 런던 금융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달러강세’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오재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최근 달러강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달러약세를 기대하고 아시아통화를 사들이던 단기투기자금이 아시아 통화를 내다팔고 달러를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국제유가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에 대한 수요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무작정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달러화 강세가 과연 어느 선까지 이어질 지 갈피를 못 잡는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원화 값 추락으로 경제운용에 곤혹감을 느끼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연초에는 원화 값이 비싸지는 바람에 유가가 올라도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원화 값이 떨어져 고유가의 부담이 그대로 물가에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 지속적 금리인상과 유로화 붕괴위기 여파로 환율 상승
작년말만해도 대부분의 국제 투자 기관들은 달러약세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점쳤다. 지난해 미국의 경상수지가 6,659억달러(GDP의 5.7%)로 사상 최대수준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급속히 커졌기 때문이다. 대외채무 역시 2003년말 2조6,510억달러(GDP의 24.1%)로 불어나는 등 ‘쌍둥이 적자’로 인한 미국 경제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져 갔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해소를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중국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달러약세’를 대세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유로화 붕괴위기로 완전히 빗나갔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이 통합유럽 헌법을 잇따라 부결시키면서 작년 말 이래 최대 강세 통화였던 유로화가 순식간에 약세로 돌아서고, 달러화는 일순간 ‘강한 통화’로 반전했다.

최근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위원인 크리스티앙 노이어가 “유로화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유로화 가치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달러 강세는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힘입어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영국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잠시 폭락했을 뿐 이내 안정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미 달러화 강세가 미국과 유럽지역과의 금리 등 펀드멘탈 차이로 인한 것이므로 과거 9ㆍ11테러와는 다르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환율 달러강세에 빠른 속도로 호응…무작정 오르지는 않을 것.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달러강세에 따른 원화환율 상승세가 지속될까. 지난 4월만해도 원화환율은 1,000원대가 무너지며 ‘세자릿 수’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았다. 그러나 1,010원대에서 횡보하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달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 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일 1,034원50전에서 사흘 연속 하루 10원 이상 오르며 연중 최고치인 1,050원대까지 단숨에 치솟았다.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 1월10일 이후 반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영국 폭탄테러가 발생한 다음날인 8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052원80전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환율이 1,000원대를 바닥으로 1,080원대까지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화환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근거로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역전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달러 수급구조상의 변화를 꼽았다. 특히 정부의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개인들의 해외 구매력이 늘어날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더욱 상승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선물은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을 바닥으로 1,070원 사이를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올 1ㆍ4분기 수출업체들은 세 자릿수 환율에 대비해 선물환 등을 통해 앞으로 들어올 달러까지 미리 팔아버렸기 때문에 하반기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크게 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에 따라 환율의 하락압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평균환율을 각각 1,006원과 1,000원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돈 조흥은행 부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데다 엔ㆍ달러가 110엔대 위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은 상반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환율상승세가 무작정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7일 통화정책 방향 설명회에서 “현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1,100원, 1,200원 등으로 무한정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 동안 원화환율이 지나치게 과잉 하락해서 그것을 일부 바로 잡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은행들 역시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소폭 조정했지만 그 수준은 여전히 9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위앤화 절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강세 기조가 정착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리먼브라더스는 당초 9월말과 12월말 각각 914원과 900원이던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990원과 975원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이에 앞서 모건스탠리도 미 달러화가 원화에 대해 15%가량 저평가됐다며 하반기 원화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기업과 정부 혼란 커져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최근 주춤거리고 있는 수출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한편 고유가와 함께 하는 달러 강세는 결국 국내 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환율상승까지 이어지면 국내 채권시장 및 선물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연초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달러를 미리 내다 팔았던 수출 기업들이 환율이 오르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달러를 되사기 시작했다. 상반기중 선물환 거래로 앞으로 들어올 수출 대금을 미리 팔았던 기업들은 해지수수료를 감당하면서까지 (선물환)계약을 파기하고 나선 것.

기업들은 지난 3월 1,000원대가 일시 붕괴되자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당시 환율 수준인 1,008원대에 앞으로 들어올 달러 물량을 미리 대거 처분했다. 3월 한달 동안 선물환 계약으로 내놓은 물량만 60억달러.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이 최근 1,050원까지 상승하는 등 연초 체결했던 환율 수준보다 달러당 30~50원이상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전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달러화 급등은 정부 당국에도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유가가 올라가더라도 원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면 수입물가가 그만큼 떨어져 내수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하반기가 시작되자 마자 유가와 원ㆍ달러 환율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유가와 환율 동반상승이 고착화할 경우 물가와 내수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하반기 내수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정부로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민열 서울경제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 2005-07-14 17:22


김민열 서울경제 경제부 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