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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취영루' 박성수 사장
"불량만두 파동 겪으며 천당과 지옥 모두 경험"
'쓰레기 만두' 오명 벗고 주한미군 납품으로 안정성 입증
유통·서비스인력 양성학교 설립 꿈 "사회에 진 빚 갚아야죠"






‘취영루’ 박성수(40) 사장. 그는 식품업계의 보기 드문 기린아다. 1945년부터 화교가 운영하던 서울 중구 소공동의 물만두집 취영루를 2000년 인수해 매출 500억대를 바라보는 만두전문회사로 키웠다.

LA와 애틀랜타 등 해외지점과 국내 레스토랑 8개, 테이크아웃점(간이 판매점) 40곳 등의 점포에 직원이 500명에 이른다. 5년 만에 중견기업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최근에는 주한 미군에 만두납품 자격을 획득해 안전성을 인정 받았다.

그의 성공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악몽 그 자체였다. 불량만두 파동 때문이었다. 13일 취영루 서울 송파점(본사는 경기 파주 소재)에서 박 사장을 만났다. 나이 마흔에 수백억 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회사를 키운 이력과 달리 그가 말하는 성공 스토리는 꾸밈이 없이 겸손하다.

“아찔한 고비 때마다 발벗고 나서준 직원들과 주변의 도움 덕에 오늘의 취영루가 있다”는 것이 성공 스토리의 요지다. 젊은 시절에 큰 어려움을 겪은 사람다운 차분함 같은 것이 비친다. 그러나 이야기가 지난해 만두파동에 이르자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진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악몽같은 사건,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
지난해 6월 경찰이 불량 만두소를 사용한 ‘쓰레기 만두’ 사건을 발표하면서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었다. 여론에 밀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부랴부랴 불량만두 제조업체 25곳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 취영루도 포함됐다. 결국 무혐의 업체로 밝혀졌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한번 뒤집어 쓴 오명이 쉽게 회복될 리 만무했다.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거래업체들로부터 반품이 쇄도했다. 박 사장은 “특히 현장의 판매 여직원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험한 소리를 듣고 울면서 회사로 돌아오는 모습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토로했다.

당시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파주 공장이 3개월이나 완전 멈췄다. 100억원을 넘게 대출 받아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막 가동할 시점이었다. 현금이 안 도니 직원들 월급 주기도 막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금 상환 압력까지 가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원군이 나타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었다.

산업은행이 취영루를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판단, 경영정상화 지원에 나선 것이다. 확실한 신인도 제고를 위해 지분 참여까지 했다. 국책은행이 보증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위기를 넘겼다. 불량만두 악몽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는 “은행이 단지 돈놀이 하는 곳이 아니라 기업과 동반자적 관계라는 것을 확실히 경험하게 됐다”며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의 말을 몇 차례나 되풀이 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인으로서 사회에 빚도 졌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박 사장은 가까운 미래에 유통 및 서비스 인력을 양성할 학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박 사장이 요즘 뒤늦게 대학에서 관광학 박사과정도 밟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취영루의 주력 상품인 물만두는 현재 시장점유율에서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맛도 맛이지만 철저한 위생관리에서 나온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취영루의 물만두는 식약청으로부터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 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주한 미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는 미군 물품배급업체(DeCAㆍDefence Commissary Agency)의 검열을 통과했다. 식품 안전성에 대해 국내외 인증을 받은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박 사장이 취영루 물만두가 불량만두로 오해 받은 것을 1년이 지났어도 억울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철저한 위생관리?소비자 신뢰 회복
박 사장은 불량만두 파동 이후 파주 공장을 유통업체뿐 아니라 시민단체에까지 적극 공개했다. 외부의 지적이 있으면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그대로 올리고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있다. 박 사장은 “불량만두 파동 계기로 ‘식품회사의 생명은 믿고 사먹을 수 있다는 소비자의 신뢰’라는 것을 더욱 뼈저리게 믿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취영루 만두는 해외시장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본격적인 수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는 “만두의 본산지인 중국 만두보다 더 선호 받게 되는 이유도 결국은 믿을만한 위생관리 덕”이라고 강조한다. 재료 또한 남다르다. 만두소를 빚는 야채며 돼지고기가 전부 국산이다. 원가가 높아져 가격 경쟁력이 문제되지만 맛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또 박 사장은 만두피에 가능한 많은 물을 머금게 하는 ‘가수(加水)공법’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고, 식품업체로는 드물게 2002년에 벤처 기업으로 인증 받기도 했다.

그는 요즘 본사가 있는 파주 공장에 ‘만두 박물관’을 세울 계획으로 들떠있다. 만두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보여주고 직접 만두도 빚어볼 수 있게 해 만두를 친근한 문화상품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만두인(人)’으로서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는 ‘욕심’이다.

박 사장은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취영루에는 회사 담임 목사까지 있어 매주 한차례 강당에서 직원들과 예배시간을 가진다. 직원들과의 사이에는 어려움을 같이한 끈끈함이 녹아있다. 지난해 만두 파동 때 그의 경영관이 여실히 드러났다. 개인재산을 회사에 쏟아 붓고 빚 독촉에 살얼음 같은 나날을 보낼 때도 감원은 하지 않았다.

월급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꼬박꼬박 지급했다. 박 사장은 “역시 돌아오는 것이 있었다”며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라고 그 때를 회상했다. 그래서 그는 취영루의 빠른 위기 탈출과 성공 배경에는 성심을 다해 함께 뛴 직원들이 있다고 자부한다.

"성공의 8할은 직원들의 몫" 겸손
취미가 뭐냐고 묻자 박 사장은 머뭇거리다 “그냥 일 입니다”라고 싱겁게 대답한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으레 즐기는 골프에도 별 취미가 없단다. 소위 워크홀릭(일 중독)인 셈이다. 박 사장은 취영루를 인수하기 전 30대 땐 랜턴 등을 주문자 생산 부착 생산방식(OEM)으로 제작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다 생전 경험해 보지 않은 식품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땐 가족은 물론 주변의 만류가 대단했다. 여하튼 5년 만에 박 사장의 모험은 곡절은 있었지만 본 궤도에 올랐다. 그가 말하듯이 취영루의 성공은 직원들과 사회가 함께 이룬 것이기도 하지만, 기여도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7-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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