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부탄가스로 전기에너지 생산, 국내 상용화 한 발 다가서

차세대 꿈의 대체에너지, 연료전지 개발 속도 붙는다
휴대용 부탄가스로 전기에너지 생산, 국내 상용화 한 발 다가서

삼성 SDI 부탄 연료전지.

휴대용 가스 레인지의 연료로 흔히 쓰이는 부탄 가스. 야외에 나가 음식을 장만할 때면 반드시 등장하는 필수품이다. 불을 얻는 데 아주 요긴하게 쓰여온 이 부탄 가스가 이제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도 효자 노릇을 하게 됐다.

7월 14일 삼성SDI는 시중에서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부탄 가스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fuel cell)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료전지는 수소(연료)와 산소(공기)의 반응을 통해 얻어지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전기화학 전지다.

연료만 공급된다면 재충전이 필요 없어 사실상의 발전 장치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물 이외의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인 데다 기존의 화석 연료를 이용한 전기 발전보다 효율도 높아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평가되는 ‘꿈의 전지’다.

연료전지는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의 생산과 저장이 무척 까다로워 지금껏 실용화가 늦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소 대신 천연 가스 등 다른 연료를 이용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해 이런 문제들을 점차 해결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삼성SDI가 개발한 연료전지도 바로 부탄 가스에서 수소를 얻어내는 ‘부탄 개질(改質)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SDI는 이 밖에도 ‘최적 연료공급 방식’과 ‘열효율 극대화 시스템’을 적용해 부탄 가스 연료전지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현대차 연료전지 자동차.

연료전지의 쓰임새는 아주 다양하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의 전원에서 자동차의 엔진, 가정용 발전장치까지 응용할 곳이 널렸다. 세계 각국이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 연료전지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그 시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료전지 기술력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데, 특히 일본은 가장 빨리 상용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국내 실정은 어떨까.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응용 분야에 따라서는 그 격차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일부 기업들은 미래 황금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근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휴대용 연료전지 차세대 전원으로 시장 무궁무진
연료전지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 휴대용 전자제품의 차세대 전원으로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자제품의 고성능화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고효율 전지가 곧 제품 수준을 좌우하는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는 삼성SDI와 LG화학 등 대기업이 수 년 전부터 뛰어들어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SDI는 2003년부터 모바일 제품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본격화했는데, 지난해 4월 삼성종합기술원과 공동으로 노트북 컴퓨터용 직접메탄올 연료전지(DMFC)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또 DMFC보다 효율이 한층 높고 순간 출력도 강한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00년부터 연료전지 연구를 시작한 LG화학도 곧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 노트북 컴퓨터용 전원장치의 시제품을 선보이는 데 이어 2007년에는 연료전지를 내장한 노트북을 출시한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LG화학은 연료전지 시스템 외에 소재 개발에도 주력해 연료전지에 관한 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수송용 연燒滑?기술적으로 선진국과 대등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ㆍ기아차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연료전지 시스템과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기 가스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차세대 저공해 자동차 기술이 없으면 살아 남기 어렵게 된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었다.

지금까지 연구개발 성적표도 아주 양호한 편이다. 회사 관계자들이 “상용화만 안됐을 뿐, 기술적으로는 선진 메이커와 비교해도 별 손색이 없다”고 자랑할 정도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가 개발한 연료전지 자동차들은 각종 시험과 대회 등을 통해 우수한 성능을 이미 인정 받고 있다. ‘미셰린 환경친화자동차 경주대회’에서 2001년과 2003년 금메달을 딴 것은 단적인 예다.

퓨얼셀파워 연구원이 가정용 열병합 발전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성이 주관하는 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사업에도 참여 중인 현대ㆍ기아차는 올 초 현지에 수소 충전소를 설립하는 등 실용화와 기술 표준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본격 양산 시대에 앞서 연료 인프라 등 사회적인 여건 성숙에도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정용 연료전지 열병합 발전시스템 개발 성공
일본은 올해 세계 최초로 가정용 연료전지의 본격 상용화를 선언했다. 2002년부터 실증 연구를 통해 시스템의 신뢰성과 관련 제도를 보완해온 일본은 이로써 가정용 발전 시스템 시장에서 기선을 잡게 됐다.

국내에서는 연료전지 전문 벤처기업 퓨얼셀파워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가정용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이 회사는 정부가 펼치고 있는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보급사업의 시범 사업자이기도 하다.

퓨얼셀파워가 개발한 시스템은 도시 가스를 수소 가스로 변환해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고효율의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폐열로 온수를 만드는 기능까지 지녀 에너지 효율이 상당히 높다. 정부가 시범 사업자로 선정한 것도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연료전지 분야와 마찬가지로 상용화가 가장 풀기 힘든 숙제다. 신미남 퓨얼셀파워 대표는 “가정용 연료전지 분야의 경우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한 만큼, 정부의 지원 정책은 연구개발보다 보급에 맞춰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7-28 16:3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