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 예상, 정중동 속 안정세 전망

부동산 시장, 오를만큼 올랐으니 숨고르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 예상, 정중동 속 안정세 전망

경제학 교과서 제 1페이지에는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함수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설명되어 있다. 비단 어려운 경제학 교과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깨달을 수 있는 내용이다.

공급에 비하여 수요가 훨씬 더 많으면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수요는 제한적이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다. 또한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은 가격에 의하여 저절로 조절되기도 한다. 가격이 너무 높다고 인식되면 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그 결과 가격은 저절로 하락하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주의자들은 정부가 최고가격을 정하는 방법 등으로 가격 결정에 개입하기보다는 시장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의 급등, 혹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고, 이번 8월말에 다시금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이에 따라 강남 지역을 비롯하여 최근 주택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매수하려는 사람이나 매도하려는 사람이나 모두 정부의 눈치만 살피며 정중동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적극적으로 거래하기 보다는 땅에 바짝 엎드려 있어, 정부의 대책이 무엇이 될지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정부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 불러

무릇 의식주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다. 배고픔을 없애고 건강하게 살기 위하여 우리는 먹으며, 따뜻하게 몸을 보호하고 아울러 나름대로의 개성을 표출하기 위하여 우리는 옷을 입는다. 마찬가지로 주택은 피곤한 몸을 누이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내기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대한 소유욕이 커서 내 집 마련은 누구에게나 평생의 숙원사업이 되고 있다.

그러기에 주택가격이 급등하기라도 한다면 서민의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의 꿈도 멀어지는 결과를 낳으며 혹은 더 나은 집으로 옮기고자 하는 욕망을 참아야 하는 처지인지라 주택가격의 움직임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택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함, 필수성에 너무 주안점을 둔 나머지, 정부가 주택가격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자칫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격 결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였다가 실패한 사례로 경제학자들은 과거 프랑스 혁명시절의 로베스 피에르를 즐겨 인용한다. 프랑스혁명 직후 공포정치를 주도했던 로베스 피에르는 가난한 사람을 대변했던 변호사 출신이었다. 그리고 권좌에 오르기 전부터 로베스 피에르는 빈부격차가 사라진 평등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꿈이었다

. 권좌에 오르면서 그는 "생필품 가격은 반드시 잡겠다"는 약속을 내걸었고, 서민들은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하였다. 로베스 피에르는 주요 생필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실시했고, 최고가격 이상의 가격을 받는 업자들을 반혁명분자로 몰아 단두대에서 처형하였다. 그런데, 단두대의 서슬은 시퍼랬으나 주요 생필품의 가격은 로베스 피에르의 생각과는 달리 안정되지 못하였다. 최고가격제 실시 이후 생필품 가격은 급등하였고, 이에 따라 서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피폐해졌던 것이다.

사실은 이러했다. 로베스 피에르가 정한 최고가격은 당연히 적정한 가격보다는 낮았을 터. 그러기에 수요는 일거에 몰렸지만 업자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공급을 꺼렸다. 정상적인 시장에는 공급이 수요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니 수요를 찾아 파리에는 생필품을 거래하는 암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암거래에서 생필품은 종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오히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간신히 생필품을 구할 수 있게 된 국민들은 로베스 피에르를 원망하였고, 결국 로베스 피에르는 정책실패로 몰락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국민치고 서민이건 아니건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혹은 급등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땅 부자의 상위 1%가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개인소유 토지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국민 중에서 이들 땅 부자 1%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아파트 값이 내리기를 바라마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여야 할 것인데, 자칫 로베스 피에르가 취하였던 정책처럼 과격한 가격통제 정책을 실시한다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경제 본격상승 뒤 활황세 탈 듯

경제학 교과서 1페이지의 설명으로 돌아간다면, 가격을 내리기 위한 방법은 수요를 줄이거나 혹은 공급을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집에 대한 소유욕망을 억제하기는 어려울 듯 하므로 수요가 원천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결국 주택에 대한 공급을 늘리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분당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정부가 발표하였으나 정작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남권, 분당 등지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였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 200만호 주택공급이라는 구호가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었던 것도 타산지석이 되리라 생각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무엇을 발표하건 상당기간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리라 전망된다. 물론 이는 정부가 무리한 가격통제 정책을 실시하지 아니하고, 공급을 늘리는데 주력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발표하리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하간 부동산 시장은 문자 그래도 부동(不動)의 경향이 많으며 한바탕 크게 움직인 연후에는 다시 한동안 잠잠해지는 것이 그 특징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물품의 가격처럼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조금씩, 그리고 꾸준하게 오르기보다는 한동안은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실제 시장의 물가와의 괴리가 크게 벌어지면 한바탕 후다닥 급등하곤 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특성인 것이다. 이미 부동산 가격은 오를 만큼 올랐고, 인플레이션도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생각되므로 당분간은 안정될 것이라는 말이다.

일반론으로 이야기할 때, 경기, 채권, 주식, 부동산 등은 일정한 사이클을 만들면서 움직인다. 침체국면에서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때, 채권가격이 가장 먼저 바닥에서 돌아서고 뒤이어 주식가격이 바닥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는 법이다. 즉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먼저 오르고, 뒤 이어 주식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런 연후에 비로소 경기가 바닥권에서 탈출하고, 경기가 바닥권에서 탈출하는 것이 확인되면 부동산 시장이 그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현실에서 적용해보자. 이미 채권시장에서 채권가격은 상승한지 오래이며, 주식시장도 지금 한참 활황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체감하는 경기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위하여서는 그것이 경기가 살아난 다음의 일이어야 하므로 한참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2007년쯤 경기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도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안정되리라 전망된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시간 : 2005-08-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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