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설마 했는데"…신선하고 파격적인 선발 기준


개방형 채용 제도를 통해 최종 선발된 신입 행원의 30% 가량은 혹시나 하며 지원서를 냈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벽을 없앴다지만 자신들이 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낱 같은 기대를 하며 지원서를 낸 응시자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합격자들의 면면도 아주 다양하다.

경기 안산의 한 전문대를 졸업한 A(26) 씨는 사병으로 입대한 뒤 시험을 치러 장교로 60개월을 복무한 중위 전역자다. 외환은행 측은 A 씨의 경력에 나타난 진취성과 도전 정신, 씩씩한 기백 등을 높이 사 최종 합격시켰다.

B(여ㆍ38) 씨는 상고를 졸업한 뒤 은행에서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근무하다가 일찌감치 결혼해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외환은행의 고객이었던 B 씨는 올 초 귀국했는데, 채용 공고를 우연히 접하고 도전했다가 십수 년 만의 직장 생활을 하게 됐다.

지방의 전문대를 졸업한 한 합격자는 “모교 출신자가 서울 소재 대기업 입사 시험에서 면접이라도 본 것은 개교 이래 제가 처음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해 면접 위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유일한 고졸 학력 합격자인 C(여ㆍ27) 씨는 증권사에 다니면서 선물거래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따내는 등 열성적으로 살아온 점이 후한 평가를 받았다.

한 합격자는 면접 당시 “여러분의 은행에서 판매한 적립식 펀드 상품을 통해 모여진 자금을 제가 운용했습니다”라고 말해 면접 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한 투신사의 펀드 매니저였다.

외환은행은 같은 금융권 경력자들도 적잖이 뽑았는데 그 중에는 미국의 투자전문회사 근무 경력의 소유자도 있고, 신용협동조합 같은 서민 금융기관에서 잔뼈를 키운 사람도 포함됐다.

D(29) 씨는 ‘한국 최고의 기업’에 수년 간 근무하다가 이번에 외환은행 신입 행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그는 전 직장에서 놓아주지 않으려 해 고민이라는 말도 면접 위원들에게 털어 놓았다.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적성에 맞는 곳을 찾아 직장을 옮긴 것 아니겠느냐”며 그가 ‘최고 직장’을 과감히 버린 이유를 설명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8-18 13:4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