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금리 인상 배경과 전망

경기회복 자신감, 인플레 잡는다
콜 금리 인상 배경과 전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 금융정책에 관하여 논의한 결과, 콜 금리 운용 목표를 연 3.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콜 금리는 은행 간에 자금 과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간으로 대출ㆍ차입 거래가 이루어질 때 적용되는 금리다.

그러므로 은행 간의 거래에 사용되지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대출이나 예금에 적용되는 금리는 아니다. 그러나 콜금리가 비록 단기간의 금리이고 은행 간의 금리이긴 하지만, 한국은행의 정책수단으로서 시사하는 점은 대단히 크다.

즉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조절수단으로 지급준비금 등을 이용하느니만큼 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은행간 콜금리를 인상하였다는 것은 향후 한국은행의 기조가 다소 금리 인상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돈줄을 적절하게 죄어서 은행간 금리가 이전보다 오르도록 통화정책을 취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금리인상은 갑자기 단행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금융시장에서는 진작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은 회의가 열린 지 한달 후에 공개되는데, 의사록에 따르면 김태동 위원이 지난 7월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8월에 알려졌고, 또한 8월 회의에서도 역시 같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금융시장에서는 진작부터 금통위 내부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가 있는 만큼 조만간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9월8일의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경기상황이 예상대로 간다면 다음달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였고, 이어 10월6일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경기흐름이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여 이번 달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도 있다. 그러기에 금융시장에서는 충분히 이번의 금리인상에 대비할 수 있었다.

물론 금리인상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 것은 아니다. 금리 정책은 한 나라의 금융시장 혹은 나아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때의 결정은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야 한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도 그간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경기가 이제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으니 물가안정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여전히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가시화되지 않았으니 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에서 동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정부는 정부대로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하여 의견을 피력하면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듯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예컨대 한덕수 경제 부총리는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이유와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며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이 어찌되었건 결국 콜 금리는 인상되었고, 당분간 금융시장에서 금리를 둘러싼 논쟁은 일단은 수그러질 전망이다.

사실 콜금리가 인상된 것은 참으로 오래간만의 일이다. 콜금리는 지난 2002년 5월, 4.00%에서 4.25%로 인상된 이후 이번에 인상되었으니 무려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상된 셈이다.

그 이전의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금리가 인하되는 과정을 거쳤다. 즉 콜금리는 2002년 5월 인상된 이후 2003년 5월과 7월, 그리고 2004년 8월과 11월의 모두 4차례에 걸쳐 매번 0.25%포인트씩 인하되었고,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10개월간은 3.25% 수준에서 계속 동결되어 있었다.

금리인상 통한 물가 억제 포석

그런데 정부의 반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게 된 것은 결국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입장으로서는 국내 내수경기는 꾸준하게 회복되는 추세에 있으며 수출 역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에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만일 놓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고 생각한 듯 하다.

다시 말해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서 물가가 들먹일 수 있는 바, 금리 인상 조치를 통해 물가 불안을 서둘러 억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물가가 불안하더라도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금리를 선뜻 올리려고 결정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조치는 한국은행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으로서는 미국이 연이어 금리 인상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한-미간의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콜 금리와 비슷한 조건의 하루짜리 초단기 은행간 금리인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3.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은 본격적인 미국의 경기회복을 자신하면서 작년 6월부터 인플레의 위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여 최근 9월 까지 11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하물며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은 아직도 채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이번에도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더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터이다.

그럴 경우 높은 투자 수익률을 찾아 해외 자본이 한국을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주식시장의 하락도 염려되므로 한국은행으로서는 서둘러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하간 이번에 콜 금리가 인상되면서 그 동안의 저금리 기조는 끝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앞으로 금리는 연이어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금융시장에서는 간주하고 있다.

미국이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면서 인플레 억제에 주력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한국은행 역시 이제는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피력하여 인플레 억제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

이번에 인상된 콜 금리는 당장 일반 소비자들과의 거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조치에 따라 향후 전체적인 금융시장의 금리가 인상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의 거래에도 인상된 금리가 적용될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콜금리가 인상되자 즉각 예금금리를 최고 0.4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하였고, SC제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이런 금리인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예금을 하는 투자자의 입장으로서는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 예치한 예금의 이자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고 있는 서민으로서는 이번의 금리인상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9월30일 기준으로 은행의 민간신용 잔액은 585조원에 이른다. 향후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연간 5조8,000여억원의 추가 이자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번의 조치로 당장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가계대출 금리산정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의 수익률이 금리인상 발표 이전부터 일찌감치 상승한 상태이므로 새삼스럽게 대출금리가 금세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의 조치로 인한 금리인상 폭이 0.25%포인트로 아직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둘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무려 11차례 금리를 인상한 미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중앙은행의 정책기조가 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났다면 앞으로 상당기간은 금리인상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당장 올해 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안심할 수도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연속적인 금리인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여도 그리 성급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시간 : 2005-10-18 19:01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