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타민과 포도당으로 이뤄진 아미노당…연골 구성 주요성분으로 알려져

몇 년 전부터 무릎 관절염을 심하게 앓아 온 주부 이숙희(가명ㆍ64ㆍ대구시 중구)씨는 요즘 ‘글루코사민’을 꼬박꼬박 복용한다.

의사가 관절염에 좋다며 처방해 준 이후 글루코사민은 그에게 가정상비약이 됐다. 이씨는 “글루코사민을 복용한 뒤로 무릎 통증이 한결 덜해진 느낌”이라며 효능에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져 평소 무릎 건강이 걱정스러웠던 박재혁(가명ㆍ37ㆍ서울시 영등포구)씨도 글루코사민을 애용한다.

그는 “올해 초 홈쇼핑 채널에서 우연히 제품 광고를 접했는데, 한 번 주문해서 먹어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이제는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무릎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글루코사민을 적극 추천한다.

글루코사민(Glucosamine)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과 포도당으로 이뤄진 아미노당(아민노산+당)이다.

사람의 몸에서는 특히 관절 부위의 완충 작용을 하는 연골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는 스스로 글루코사민을 생성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능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일단 연골이 닳거나 손상되면 복원이 되지 않으며 결국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글루코사민 제품(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은 이런 사실에 주목, 체내의 부족한 부분을 밖으로부터 섭취해 연골 조직을 강화하도록 만들어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글루코사민은 흔히 게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분해ㆍ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제조된다.

건강기능식품법 발효가 불 댕겨

글루코사민은 지난해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관절염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일부 쓰였으나 인지도는 극히 미미했다.

그러다 2002년 제정된 건강기능식품법(건식법)이 지난해 개정되면서 일대 전기가 마련됐다. 글루코사민을 원료로 한 건강 식품의 기능성 표시와 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련 법령 제정으로 글루코사민 함유 제품에 대한 기준과 규격이 설정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기능성을 적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가 이런 호기를 놓칠 리가 없다. 제약회사, 식품회사들이 너도나도 글루코사민 시장에 뛰어들어 신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95개 업체가 370여 가지 품목의 글루코사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약 400억원 대에서 올해는 두 배 이상 불어난 800억~1,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불과 2년 사이 글루코사민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잠재 수요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43.1%가 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5% 가까이가 관절염 환자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령 인구뿐 아니라 젊은 층의 비만 인구가 크게 늘면서 관절염을 앓고 있는 잠재적 글루코사민 수요층이 매우 두텁다. 이런 점이 글루코사민의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련 업체들의 공세적인 마케팅 역시 주요한 성공 요인이다. 특히 케이블TV 홈쇼핑 채널을 통한 지속적인 광고가 시장 확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린 상품으로 글루코사민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일각에서는 클로렐라, 홍삼 제품과 더불어 ‘3대 효도 상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효능에 대한 논란 불씨 남아

아무리 환자가 많고 광고를 자주 하더라도 효능이 없다면 제품은 팔리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면 글루코사민 제품은 과연 소문만큼 효과가 있을까.

이와 관련해 제약회사 I약품 건강사업팀의 관계자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 몸으로 ‘바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글루코사민의 히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즉 속효성과 유용성이 뛰어난 덕분에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D약품의 한 관계자도 “기존 건강기능식품들은 소비자들이 효능을 체감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글루코사민은 4주 동안 복용한 관절염 환자들의 80%가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데다 복용 후 2~3주 만에 효과를 봤다는 체험담도 종종 들린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한 효능에 대해서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한보완대체의학회는 치료 보조제로 쓰이는 건강기능식품의 성분 검증 결과와 등급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에서도 글루코사민은 다른 5가지 성분과 함께 ‘효과성’과 ‘안전성’ 모두 근거가 인정되는 최고 등급인 A등급으로 분류됐다.

당시 학회 측은 “A등급과 B등급의 치료 보조제는 의학적, 과학적으로 검증됐고 효과성도 입증된 것이므로 환자에게 처방하거나 권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서서히 불고 있던 글루코사민 바람에 돛을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에는 같은 의학계로부터 정반대의 평가가 불거져 나와 업계와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가 널리 유통 중인 건강기능식품을 검증한 결과 대다수 제품의 효과와 안전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이다.

글루코사민은 이 발표에서 3등급에 해당하는 ‘권고 고려’ 등급을 받았다. 최고 등급에서 추락한 것은 물론이고 ‘관절염 치료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까지 받았다.

이렇게 되자 당장 논란이 일어났다. 우선 기존의 관련 문헌을 근거로 한 조사 결과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실제 성분 테스트나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고 논문 내용만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건강기능식품의 성격을 오인하고 자의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식품’으로 규정돼 있는데,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의 기준을 평가의 잣대로 잘못 사용했다는 것이다.

의학계 내부에서도 글루코사민에 대한 평가는 적잖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절염 치료 효능에 회의적인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환자들에게 적극 권장하는 등 옹호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은 실정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상실험 등 관련 연구가 좀 더 축적되면 글루코사민의 효능에 대한 논란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양한 글루코사민 제품 봇물

효능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한 번 불 붙은 글루코사민 열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5개월 전부터 후발 주자로 뛰어든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 매장, 백화점, 할인점, 약국 등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시장 확대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사회의 도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글루코사민 시장의 미래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과거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신제품들도 더욱 많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품 형태도 단순한 캡슐 제제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화약품이 최근 ‘바르는 글루코사민’을 표방하며 출시한 동화글루코조인 크림, 해태제과가 산악인들을 겨냥해 만든 글루코사민 함유 과자류, 한미전두유가 내놓은 글루코사민 녹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바르고 마시는 글루코사민 제품은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글루코사민을 직접 접해볼 수 있도록 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글루코사민 제품이 잠재 수요가 많은 중장년층 이상 소비자뿐 아니라 무릎 관절 건강에 관심이 많은 여타 계층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