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행렬 단순차익 실현 분석, 경기회복세 가시화 등 낙관론 확산

주식시장이 불안하다. 10월초만 하더라도 종합주가지수 기준으로 주식시장의 고점은 1,200선을 훌쩍 뛰어넘었고, 개별종목으로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종목이 속출하는 등 주식시장에는 온통 상승세가 지배했다.

그러나 어느새 시장의 분위기가 좀 바뀐 듯하다. 마치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듯이 주가는 10월초 이후 야금야금 하락하더니 이제 고점에서 상당히 내려선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여기저기서 주식시장의 전망에 대해 조금씩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기도 하다.

물론 주식시장이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이긴 하다. 상승세가 한창일 때에는 시장에는 오로지 낙관론만이 득실거리고 비관론은 발붙일 곳이 없으며, 주가는 끝없이 오를 것만 같은 분위기에 빠져드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반대로 주가가 한번 내리기라도 한다면 시장은 아연 절망감에 사로잡혀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는 것은 아닐까 근심걱정으로 가득차는 곳이 또한 주식시장이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최근 주가가 고점에서 다소 밀리고 있고, 그 결과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슬슬 고개를 드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외국인 3달 동안 4조원 이상 매도

여하간 이런 비관론에 불을 지핀 것은 외국인들의 잇단 주식매도 행렬이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꾸준하게 주식을 사모아 왔으며, 이들의 강력한 매수세는 펀드에 투자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식매수에 주력한 투신 등의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그 동안 종합주가지수를 끌어 올린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8월초 이후 외국인들의 태도에 다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8월초부터 외국인들은 주식을 매수하기보다는 매도하는 쪽으로 주력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8월부터 10월에 이르는 3달 동안 무려 4조4,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주식시장에서 파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어서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은 고스란히 투신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 동안 주식시장에서 강력한 매수세의 한 축을 담당하던 외국인들이 매수 세력에서 이탈하여 매도세력으로 전환한 여파로 인하여 주식시장은 의당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외국인들의 매도에 대하여서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그 동안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만큼 외국인들이 매도한 것은 순전히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보는 시각이다.

즉 외국인들은 여전히 우리증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단지 주가가 많이 올랐으므로 일단 차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주식을 팔았고, 그러기에 이후 주가가 좀 하락하면 다시 저점에서 매수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 의견에 따른다면 외국인들이 최근 4조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고 할지라도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어차피 이들이 다시 주식시장에 들어올 예정이라면 오히려 이들이 재차 주식을 매수하기 전이라도 서둘러 먼저 매수하는 편이 좋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에 대한 또 하나의 시각은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작년 10월 이후 주가가 오르면 재빨리 주식을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고, 그러다가 주가가 내리면 다시 매수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전체 외국인들의 순매수 물량이 대략 30조원에 이른다고 할 때, 이들이 단기적으로 주식을 팔아서 차익을 실현한 물량은 10% 정도, 즉 3조원 남짓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통상적인 차익실현이라고 보기에는 매도물량이 너무 많아 혹시 셀 코리아(sell Korea)의 차원이 아닌가 우려할 수 있다.

10월 19일 서울 광화문의 한 경제정보서비스업체에서 직원이 1.153.13포인트로 마감된 종기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가 역전된 상태이고, 우리나라의 주가가 꽤 높은 상태이므로 우리나라에 투자된 자금을 빼내어 다른 이머징 마켓 등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나간 것이라는 뜻이다.

만일 이런 시각이 옳다면 그야말로 주식시장으로는 큰 일이다. 수급의 한 축에 공백이 생긴 셈이므로 자칫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

두 가지의 극단적인 시각, 즉 낙관론과 비관론이 존재하는 셈이지만 현재로서는 주식시장의 전망에 대하여 그리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여러모로 주식시장의 장래에 대하여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매도하고는 있고, 그것이 과거 통상적으로 해왔던 차익실현 규모 3조원을 넘어서고는 있으나 크게 우려할 것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근거에 토대한다.

국가신용등급 상황조정 등 긍정신호도

첫째로, 북핵 문제의 긴장완화로 인하여 그 동안 기대되던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 결국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7월말에 S&P가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데 이어 최근 피치가 또한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또 하나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2002년 3월에 신용등급을 조정한 이후 아직까지 변경하지 않았으나,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조정은 3군데의 평가기관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단행되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조만간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 하리라 기대된다.

그럴 경우 주식시장에는 당연히 대형 호재로 작용한다. 과거의 경우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시기를 전후하여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뛰어들었고, 이를 계기로 주식시장이 힘차게 상승세로 전환된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둘째로, 최근 달러ㆍ원 환율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로 인하여 기업의 실적이 호전될 전망이다.

환율의 상승은 전체적인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경제 전반에는 부담일 수 있으나, 수출기업의 입장으로서는 수익성을 늘리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 수출을 선도하는 기업의 실적은 4ㆍ4분기 들어 높은 달러ㆍ원 환율 덕택에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면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도 수그러들거나 혹은 적극적인 매수세로 전환될 수 있다.

셋째로, 경기의 회복세가 완만하지만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ㆍ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비 4.4%가 증가했다.

이는 2003년 4ㆍ4분기 2.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이며, 이를 단순 연률로 환산할 경우 7.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4년 전체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4.6% 성장에 그쳤고, 심지어 이후 지난 1ㆍ4분기에는 2.7%로 추락하여 IMF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기도 하였으나 2ㆍ4분기 3.3%를 기록하여 바닥을 탈출한 이후 완만하지만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만 경기 회복세가 꾸준하다면 주식시장의 전망이 비관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넷째로, 향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리라 예상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일반인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리라 기대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상하면서 각 시중은행들은 앞 다투어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예금금리로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다소간 위험이 따르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투자자들의 행렬은 여전히 주식에 쏠리거나 혹은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으로 몰리고 있고, 이로 인하여 증시의 수급기반은 확충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여유자금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것도 주가상승을 기대하는 이유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은 이제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므로 결국 투자의 대안은 다소 낮은 금리를 감수하더라도 안전자산인 은행예금이거나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 혹은 주식에 대한 직접 투자일 수 밖에 없다.

외국인들의 차익매도로 인하여 주식시장이 흔들린다고 하여 이들이 쉽사리 주식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