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으로 초고속 인터넷망 접속, 제2 인터넷 혁명' 불러올 기술

인터넷의 등장은 세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찾고, 게임을 즐기며, 대화를 나눌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감상한다. 뿐만 아니라 물건과 돈을 주고 받는 상거래와 금융거래도 인터넷에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토록 편리한 인터넷도 통신망에 접속할 수 없는 곳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단말기가 있더라도 유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 접속이 일상 생활이 된 네티즌들에게 이는 참기 힘든 불편함이다. 한시 바삐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그 정도가 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된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WibroㆍWireless Broadband Internet)가 조만간 이런 불편을 말끔히 해소할 전망이다.

이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초고속 인터넷 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들을 선(線)으로부터 해방시켰다. 네티즌들은 이제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실외든 이동 중이든 어디서나 접속

와이브로는 11월 중순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정상들과 기업인, 언론인 등을 상대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국내 1위 유선통신사업자 KT가 마련한 와이브로 서비스 시연회가 무대였다.

KT는 시속 60㎞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버스에서 와이브로 기술을 통해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 환경을 거의 완벽하게 시연, 체험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다자간 영상 통화, 동영상 감상, 인터넷 정보 검색 등 서비스가 고속 주행 중에도 끊김 현상 등의 차질 없이 성공리에 이뤄졌다.

이는 와이브로가 현존하는 이동통신 기술 가운데 가장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와이브로는 상용화 시점이 되면 36페이지짜리 신문 1부를 0.7초에, MP3 음악 파일 10곡을 24초에 내려 받을 수 있을 만큼 고속, 대용량 서비스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와이브로의 가장 큰 덕목은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휴대 인터넷이라 이름 붙여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 현재도 상용화된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있다. 사무실 등에서 흔히 쓰는 무선 랜이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휴대폰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무선 랜은 실외에서나 이동 중일 때 인터넷과 연결이 되지 않고, 휴대폰 무선 인터넷은 접근 가능한 콘텐츠가 제한적인 데다 이용 요금이 비싸다.

'KT 와이브로 서비스 시연 개통식' 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APEC회의 기간 동안 시연될 와이브로 서비스를 체험해 보고 있다.

반면 와이브로는 사무실이나 집 밖, 자동차나 버스 등 어디에서든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선 인터넷 환경과 똑같이 웹 서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인터넷이 지구촌을 눈 앞에 가져왔다면 휴대 인터넷은 그걸 어디로든 들고 다닐 수 있게 해준 셈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와이브로가 ‘제2의 인터넷 혁명’을 불러올 획기적 기술로 평가되는 것이다.

‘기술 수출국’ 도약의 디딤돌

우리나라가 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은 단순한 최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우리도 특정 기술 분야의 리더십(국제표준)을 지니고 나아가 이를 통해 기술을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와이브로 단말기와 장비, 시스템 개발업체인 삼성전자의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이 “총칼을 든 해외 업체와의 특허 경쟁에서 최소한 목검이라도 갖게 됐다. 로열티 경쟁에서 우리도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며 벅찬 소회를 털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휴대폰으로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며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퀄컴사로 다시 흘러 나가는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가 숨어 있다.

이는 냉엄한 경제 전쟁터에서 기술을 갖지 못한 국가와 기업이 치러야만 하는 대가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는’ 셈이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이 같은 기술 종속 상태를 벗어나 기술 자립, 나아가 기술 수출을 하는 국가로 올라서기 위한 계단 구실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국가 성장 동력을 찾고자 ‘IT839 전략’이라는 마스터플랜을 3년째 추진 중인 정부가 휴대 인터넷 기술 개발을 독려한 게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회의에서 와이브로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최종 확정됐고, 12월에는 기술 표준을 담은 책자가 출판돼 이 같은 사실이 공식화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와이브로가 국제 표준의 지위를 획득한 데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T, 삼성전자 등의 연구자들이 표준 수립 과정에서 쏟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와이브로가 국제 표준이 됨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KT 측에 장비, 시스템, 서비스 구매 의사를 밝히거나 협상을 요청하는 외국 회사들이 벌써부터 줄을 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와이브로 시장이 2006년 5억 달러를 시작으로 2007년에는 14억 달러, 2010년에는 42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와이브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통부는 내년 4월 국내 상용화가 시작되면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 2010년쯤 800만~900만 명 선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대폰에 버금가는 성장 가능성"

이를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설문조사 결과도 얼마 전 나왔다. 한국전산원이 서울 및 수도권 휴대폰 사용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휴대 인터넷 수요 전망’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대략 3,500만 명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유로운 이동성에다 상시 접속이 가능하고 합리적인 요금을 제시할 와이브로는 휴대폰 못지않은 폭발적 성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