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펀드가입 등 금융규제 개혁발표

11월22일 재정경제부는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름부터 주목을 받는 이 방안은 그간 추진되던 금융규제가 금융환경 변화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고, 업종 간 규제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는 점에 착안 아예 처음부터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여 금융규제를 완화하자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특히 무려 600건이 넘는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재정경제부는 금융 관련 법령 40개를 대상으로 639건의 규제를 발굴하여 이번에는 그 중에서 첫번째 단계로 19개 법령, 101건의 규제를 개선하기로 하였으며, 남은 538건의 규제에 대해서도 상시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규제개혁 방안 중에서 중심적인 내용은 은행 보험 등 각 금융기관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자 한 점이다. 그 중에서 중요한 내용만을 살펴봐도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투자자 은행·증권사 방문없이 가입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간접투자 상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펀드의 경우 현재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같은 판매회사의 임ㆍ직원만이, 그것도 반드시 본ㆍ지점 창구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투자자는 지금까지 펀드에 가입하려면 직접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해야 해 번거로웠고, 판매회사인 은행이나 증권사는 펀드판매를 위한 점포를 유지 관리하여야 하기에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규제개혁 방안에 의하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보험설계사 투자상담사 등이 판매회사와 펀드 취득권유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간접투자증권의 취득권유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펀드의 판매채널이 확대돼 이제 투자자는 편하게 집이나 직장에서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굳이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의 객장에 나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은행이 취급하는 상품에도 변화가 온다. 은행은 비단 금융관련 상품뿐 아니라 금속 원유 같은 원자재, 곡물 등 일반 상품의 파생상품까지 취급할 수 있다.

이제까지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기업은 해외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단이 마땅하지 못했다. 물론 기존에 상품선물거래를 통하여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으나 그러기 위하여서는 상품선물에 능통한 전문가가 회사 내부에 있어야 하고, 또한 상품선물 거래를 하기 위해 일정한 규모의 증거금을 선물거래소에 납부하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조치로 말미암아 은행이 직접 상품 스왑 등 원자재 관련 파생상품도 취급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기업으로서는 원자재 관련 리스크를 관리할 수단을 한층 확충되게 됐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일반 기업들은 값이 급격히 오를 경우에 대한 위험방지 상품을 은행과 체결하고, 은행은 기업과의 거래와 반대되는 조건으로 해외상품거래소에서 계약을 체결해 위험을 방지하게 된다.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한도도 자기자본의 60%에서 70%로 확대된다. 투자한도가 늘어나는 만큼 은행이 유가증권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은 유가증권을 차익거래와 위험방지용으로 차입하는 것이 허용된다.

보험사 외화자산 운용비율 완화

보험사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그 중에서도 보험회사에 대한 외화자산의 운용비율 규제 완화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까지는 보험회사의 외화자산 보유에 따른 환 리스크 방지를 위하여 외화자산의 운용비율을 총자산의 30%로 제한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화표시 보험 상품의 경우 외화로 지급되는 보험금에 상응하는 자산을 외화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 환 리스크 방지를 위해 바람직하였지만 현행 규제로 인해 외화부채에 상응한 외화자산을 충분히 보유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완화 로 보험사는 외화로 보유하는 자산이 운용비율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일정부분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즉 재경부는 외화로 표시된 보험상품 지급금에 한해서는 총자산비율을 초과해도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 밖에도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명칭에서 ‘상호’라는 단어를 떼고 단순히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무방하게 됐다.

단순한 명칭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이전에 ‘상호신용금고’라는 명칭에서 ‘상호저축은행’이라는 명칭으로 바뀌면서 유ㆍ무형으로 신인도가 상승하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번 조치는 상호저축은행의 영업활동 기반을 확충하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어진다.

또한 상호저축은행의 동일인에 대한 대출규제가 완화됐다. 규제완화 조치에 의하면 우량 상호저축은행은 법인에 대한 동일인 대출한도(80억원)가 폐지되며 또한 개인에 대한 동일인 대출한도도 기존의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어난다.

그 외 금융규제 개혁방안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 중에는 자산유동화 증권(ABS)의 발행주체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도 들어 있다.

재경부는 자산유동화 증권의 발행이 가능한 주체를 1단계로 신용등급 BB등급 이상 법인, 공기업 전체, 지자체, 연기금 등으로 확대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의 대출채권은 기본적인 신용도가 은행의 대출채권보다 높으므로 연기금 등은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을 바탕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또한 자산유동화 증권은 단순히 신용을 담보로 하지 않고 실질적인 자산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것인 만큼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투자안전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

투자 위험이 낮으니 그만큼 발행 금리도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연기금의 입장에서는 싼 자금을 차입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연기금의 건전운영이나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공제회는 회원 대출 사업이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자산유동화 증권의 발행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자금 공급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용등급이 거의 정부와 동일한 공기업들도 모두 자산유동화 증권을 발행할 수 있으므로 향후 증권시장, 특히 채권시장의 유동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채권추심업체 행위 제한

아울러 그간 강압적인 태도로 물의를 빚기도 하였던 채권추심업체의 행위는 제한된다. 특히 채권 추심업체는 채무자의 가족 등 관계자에게 채무자의 소재지뿐만 아니라 연락처를 물을 수 있도록 하였으나, 대신 채무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에 의하면 "채권추심업체 직원이 가족 등에게 전화를 걸어 채무자의 소재지와 연락처를 물을 수는 있으나 자신이 채권추심업체 직원이라는 사실과 채무사실을 알리는 행위가 일절 금지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채무자로 인하여 가족 등 관계자들도 채권추심업체에 시달리던 일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번의 규제개혁 조치가 순식간에 금융시장을 뒤바꾸리라고는 예상되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은 것이 아직은 방안에 불과하고 그게 법제화되어 실행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규제에 있어 대규모 수술을 단행하였다는 사실에서 금융시장은 이를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부문에서 규제완화의 추세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정부나 당국이 모든 것을 쥐고 금융시장을 감시 감독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에 자율권을 부여할수록 그만큼 금융시장은 효율적이 되리라 믿어진다.

이러한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이번에 대규모 규제개혁 방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금융시장의 소비자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확대의 길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