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소비에도 소득이 돌아오는 '소비생활 마케팅'이 성장 원동력"

국내 직접판매 업계의 전체 시장 규모는 2002년 5조5,000억원을 정점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불황에 더욱 강하다’는 직접판매 업계도 그 불똥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수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고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적지 않은 상위권 업체들도 매출 감소에 한숨을 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업계 형편과는 정반대로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창사 6년 만에 국내 직접판매 업계 정상으로 도약한 제이유네트워크다.

‘소비생활 마케팅’이라는 특유의 마케팅 방식을 내세운 이 회사는 외국계 대표주자 한국암웨이마저 제치는 등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곧추세우며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이유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근 회사 규모를 비약적으로 키워가고 있는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을 만나 성공 신화의 비결과 경영 현황 등을 들어 봤다.

21세기는 마케팅 전성시대

“20세기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팔아야만, 즉 마케팅을 잘 해야만 상품이 팔리는 마케팅 전쟁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 회장은 인터뷰 첫머리에서부터 대뜸 ‘마케팅’이라는 화두로 답변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재화와 물질이 부족한 과거에는 쓸 만한 제품을 생산만 하면 수요가 얼마든지 뒤따라 왔지만, 모든 것이 넘쳐 나는 요즘에는 괜찮은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효과적인 접근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주 회장의 ‘마케팅론’은 곧장 제이유네트워크의 급성장 비결로 이어진다. 아주 짧은 기간에, 그것도 불황이라는 역풍을 헤치고 현재 위치에 이른 것은 오로지 ‘마케팅 경쟁력’이 원천이라는 설명이다.

제이유네트워크가 표방하는 마케팅 방식은 이른바 ‘소비생활 마케팅’이다. 소비를 하면 지출만이 아닌 소득으로도 돌아온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사실 대부분 직접판매 업체들은 회원(사업자)들의 상품 구매 실적에 대해 일정한 수당으로 보상하고 있다. 하지만 제이유네트워크는 기존 방식과 또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

“우리 방식이 다른 업체들과 다른 점은 종적(縱的)인 조직 마케팅과 횡적(橫的)인 소비 마케팅이 결합됐다는 것입니다. 흔히 피라미드로 불리는 종적 마케팅은 끊임없이 하위 회원들을 끌어들여야 소득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죠. 하지만 제이유네트워크는 여기에 횡적 마케팅을 결부시켜 그 같은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즉 회원들은 굳이 하위 회원들을 두지 않아도 제이유네트워크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일정한 비율에 따라 수당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소비생활 마케팅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이처럼 생활 속에서 일상적인 소비를 하는데도 보상이 돌아온다는 뜻에서입니다.”

주 회장은 마케팅 방식의 좋고 나쁨은 결국 경영 노하우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비슷한 발상에서 출발해도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파는 수완이 남다르다 해도 제품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회원들이 자동적으로 반복 재구매를 하도록 해야 직접판매 업체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안되면 결국 피라미드가 되고 사람 장사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이유네트워크는 품질 좋고 가격 싼 데다 소득까지 돌려주는 제품을 판매하니까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원개발사업분야에 역량 쏟아

제이유네트워크는 직접판매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전국 각지에 매장을 공격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20여 곳을 운영 중인 데다 최근에는 편의점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특히 프랜차이즈 형태로 꾸려 나갈 편의점은 벌써 500명이 넘는 사업자가 가맹 의사를 밝혀, 내년까지 2,000호점을 개설한다는 당초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제이유네트워크가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크게 확충하는 것은 회원들이 어디에서나 보다 편리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가까이 다가서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판매망의 다양화, 광역화에 맞춰 제품 생산을 직접 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현재 제이유네트워크는 그룹 내 제조 계열사에서 만든 30여 가지 품목을 회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주 회장은 “제조 회사를 편입한 것은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회원들이 더욱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제이유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할 계열사들도 주목할 만하다. 산학 협력 방식으로 조류독감 인체예방백신과 나노기술 개발에 나선 세신,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하는 한성에코넷이 대표적이다.

특히 충남대 서상희 교수(수의학)가 연구 개발 중인 조류독감 예방백신은 80% 이상 연구가 진척된 상황이어서 멀지 않아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주 회장은 생명공학과 나노기술 외에도 자원개발을 미래 유망 사업으로 꼽고 이들 분야에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유그룹의 동시 다발적인 사업 다각화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무리한 덩치 키우기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하지만 주 회장은 “다양한 계열사를 두고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는 것은 결국 ‘생활 속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본질적인 사업 목표와 부합한다”고 반박한다. 그는 또 “산이 만들어지려면 소나무 한 가지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사업 다각화는 ‘큰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제이유 GN설립으로 세계시장 노크

‘큰 기업’을 만들려는 주 회장의 야심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거대 다국적 직접판매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수십 년 동안 주물러 왔는데 국내 토종 기업이라고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주 회장은 지구촌 공략의 첨병으로 제이유GN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진출한 국가는 중국, 필리핀, 태국 등 3개국. 내년에는 직접판매의 본고장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도 깃발을 꽂을 계획이다.

주 회장은 평소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들의 기법이 가진 단점을 모두 보완한 게 제이유 마케팅”이라며 자신감을 당당하게 밝히곤 한다.

국내 성적표만 놓고 보면 일단은 허언이 아닌 게 입증된 셈이다. 앞으로 남은 것은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느냐 여부다. 다국적 기업화를 선언한 제이유네트워크의 행보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