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숙인 남성들이여 한국의 매운 맛으로 곧추세워라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가 드디어 첫 선을 보인다.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의 모든 ‘고개 숙인’ 남성들이 ‘한국의 매운 맛’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열린 것이다.

동아제약은 11월29일 독자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신약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1997년 연구를 시작해 8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연구개발 비용은 정부의 신약개발 지원자금 22억원을 포함해 모두 200억원이 소요됐다. 국내 최초이고 세계에서는 4번째로 등장한 발기부전 치료제다.

토종의 자존심 이렇게 탄생했다

대부분 ‘쾌거’가 그렇듯이 자이데나 탄생 과정에도 우여곡절과 일화가 적지 않았다. 유무희 연구소장(상무)를 비롯한 연구팀은 개발 착수 1년 만에 치료 물질(개발 코드명 DA-8159)을 발명하는 데 성공했지만 약효 확인 작업에서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시험관에서 약효가 나타나더라도 생체 내에서도 작용할지 여부가 일단 미지수였다. 우선 동물을 상대로 한 발기능 시험법을 통해 1차적인 효과 확인을 해야 했는데, 실험용 쥐와 토끼들을 다루는 것부터가 아주 까다로웠다.

약을 투여한 후 발기 여부를 관찰하려고 해도 사람이 쳐다보거나 소리가 나면 발기 자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별도의 특수한 관찰용 방을 제작한 연구원들은 돌아가면서 한 번에 두 시간씩 눈이 빠져라 녀석들의 발기 상태를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겨우 4마리씩 관찰하기도 벅찼는데 나중에는 숙달이 돼 12마리씩 지켜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거쳐 약효를 확인한 뒤에도 사람에게 효과가 나타날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많은 약물들이 동물에게는 유효했지만 사람에게는 아무런 효능이 없어 개발 도중 탈락된 사례가 제약업계에서는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자이데나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 것은 2002년 1상(첫번째 임상) 시험 결과가 나온 뒤였다.

서울대병원에서 실시된 시험에서 자이데나는 복용 후 신속히 체내로 흡수돼 1~2시간 안에 최고 혈중농도에 이르렀고 반감기(작용 시간) 역시 10~13시간에 달했다.

또한 이상 약물반응은 대부분 경미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눈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국내와 영국에서 1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연구팀 앞에는 세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2004년 기준 약 25억 달러)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인정을 받는 과제가 남았다.

먼저 연구팀은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기존 제품의 임상 개발을 주도한 세계 최고 전문가 하린(Harin) 박사의 자문을 구했다.

전(前)임상 자료와 임상시험 결과를 모두 훑어본 그는 “DA-8159는 유망한(promising) 신약이며 기존 제품과 차별되는 특유의(unique) 반감기를 가졌다”는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에 한껏 고무된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료를 제출했고, 결국 1상 시험을 건너뛰어 바로 2상 시험을 미국에서 해도 좋다는 승인을 얻어냈다. 올 2월의 일이었다.

제품 작명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자이데나(ZYDENA)는 ‘연인의, 결혼의’란 뜻을 지닌 라틴어 ‘Zygiu’와 ‘해결사’를 뜻하는 ‘Denodo’를 합친 말이다. 성생활의 고민거리를 깨끗이 날려버리는 해결사 정도로 풀이된다.

또 자이데나의 성분명인 유데나필에서 ‘데나’를 따오고, 그 앞에 우리말 ‘잘’을 붙여 “잘 되나” 혹은 “자, 이제 되나”라는 표현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양인들에게는 직설적으로, 한국인들에게는 해학적으로 강한 첫 인상을 남기는 촌철살인의 작명이 아닐 수 없다.

토종 대 외국계, 세우기 4파전

자이데나는 이 달 중순부터 국내 약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다. 물론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자이데나는 이상적인 약효 발현 시간(12시간), 적은 부작용,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 등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하는 장점이 많다”며 “외국 회사들이 독식하는 국내 시장의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이고 미국 FDA 시판 승인 이후에는 세계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아제약은 다양한 시장 진입 전략을 갖춰 놓았다. 외국계 회사 제품과의 효능 및 부작용 직접 비교를 통해 자이데나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제품 가격도 경쟁 제품들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의 성생활 패턴에 알맞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각인 시킨다는 방침이다. 토종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어드밴티지’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비아그라(한국화이자), 시알리스(한국릴리), 레비트라(한국바이엘)를 판매 중인 기존 외국계 3사는 동아제약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시장 예측에 분주하다.

현재 한국화이자는 ‘강자의 만족, 비아그라’라는 마케팅 메시지를 통해 우수한 강직도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국릴리는 ‘36시간 내내 강력한 자신감’을 캐치프레이즈로 시알리스의 오랜 약효 발현 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또 한국바이엘은 복용 후 10분 내 발기가 가능하다는 신속성과 강직도를 레비트라의 강점으로 집중 홍보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6월 기준으로 비아그라 55.7%, 시알리스 35.1%, 레비트라 9.2%다. 조사 시점에 따라 몇 퍼센트씩 변동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6대3대1의 시장 구도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은 자이데나가 가세함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아그라 독점 시대가 끝나고 2003년 시알리스, 레비트라가 나오면서 불 붙은 ‘땅 따먹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의사들이 신약의 효능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데는 최소한 6개월~1년의 시간이 필요해 급격한 시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의 잇단 등장과 가열되는 경쟁은 발기부전 환자들의 관심을 높여 궁극적으로 전체 시장을 키우는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의학계에서는 전 세계 발기부전 환자의 90%가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들 잠재 수요를 실제 수요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기존 3사 사이에 불기 시작한 ‘발기부전 바로 알기 캠페인’도 바로 혼자 끙끙 앓는 환자들을 ‘커밍아웃’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한국화이자 정지희 과장은 “잠재적인 발기부전 환자들은 치료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남성들의 고민이 ‘양지’에서 논의되는 계기가 마련되면 시장 자체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