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달러당 8.0 위안 이하로 떨어져…향후 추이 촉각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연초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조작 때문이라는 기사를 싣고,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현상을 비난하고 나섰다.

실제로 연초만 하더라도 미국의 달러화는 막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올해에도 내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실제로는 한해 내내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에 따라 달러는 유로나 엔화에 대하여서는 올해 들어 13% 상승하였는데, 예외적으로 위안화에 대하여서는 지난 7월21일의 위안화 평가절상 조치에 힘입어 5~10%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안화의 경우, 올해 들어 한차례 평가절상을 단행하기는 하였으나 정작 평가절상 규모는 그리 크지 못했다.

지난 7월 중국 당국은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여 달러당 8.11 수준에서 8.09 수준으로 조정하였으나, 외환시장이나 혹은 미국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인 2% 평가절상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함에 따라 외환시장에서는 그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일종의 ‘선물’로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단행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으나 불발로 그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위안화가 기대만큼 평가 절상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질 법도 하다.

하지만 위안화는 7월21일의 평가절상 이후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평가 절상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중국 통화당국은 7월의 평가절상 이후 이제까지의 고정 환율 시스템에서 벗어나 복수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연동하는 환율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는데, 그 이후 위안화는 조금씩 그러나 착실하게 평가절상 되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급기야 위안화 환율이 8.0 수준을 무너뜨리고 7.997수준으로까지 치솟는 상황도 발생했다. 비록 7.997이라는 환율은 은행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중심환율이 아니고, 중국은행이 달러를 매입하는 매입환율이므로 다소 의미는 퇴색되긴 한다.

그러나 어쨌건 위안화 환율이 8.0 수준 이하로 내려서면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가뜩이나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국 운운하면서 볼 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8.0 수준을 하회함에 따라 향후 위안화가 얼마나 더 강세가 될지 주목되는 때다. 아울러 위안화의 지속적인 평가절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도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대세로 자리잡은 위안화 평가절상

중국은행의 달러 매입환율이 7.997을 기록하던 날, 은행간 거래의 기준 환율인 중심환율은 8.8015위안으로 마감되었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전문가들 중에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한 사람도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만간 매입환율이 아니라 중심환율에서도 이제 달러 당 8.0 위안이라는 지지선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심장부 상하이 푸둥 루자쭈이 지구의 은행가. 왕태석 기자

빠르면 연말 안에 8.0 수준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요, 혹은 늦더라도 내년 초에는 결국 붕괴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위안화 평가절상은 방향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기의 문제라는 것.

이처럼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대세로 자리 잡는 것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규모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9월 중 무역적자폭은 사상 최고치인 661억 달러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중국의 9월 중 대미 무역흑자는 모두 201억 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규모에서 거의 3분의1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셈.

이런 상황이니 만큼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중국에 대하여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를 소리 높여 외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중국에 대하여 대미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라는 압력을 가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사태가 이쯤 돌아가자 외환시장은 재빨리 반응하고 있다. 현재 위안화는 중국 역내에서 공식적으로는 선물환 거래가 체결되지 않고 있으나, 해외에서 역외선물환(NDF)의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높아질수록 위안화 역외선물환율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거래된 수준으로는 1년물 위안화 역외선물환율이 7.70-7.80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거꾸로 말하여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그것이 중국 당국에는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으로 작용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래저래 위안화 평가절상은 대세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단지 중국 한 나라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미국이 중국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가하면, 이는 간접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평가절상 압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원화의 평가절상이 진행되면 될수록 수출경쟁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 들어 달러화의 환율이 내내 1,000원 이상을 유지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위안화로 말미암아 원화가 덩달아 평가절상 압력을 받게 된다면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물론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반드시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

예컨대 위안화가 우리나라 원화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달러화에 대하여 더 많이 절상된다면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대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수출에 도움이 되는 일이 된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은근히 위안화의 평가 절상 폭이 커지고, 한시 빨리 위안화의 환율이 8.0 수준이 아니라 더 많이 평가 절상되는 것이 바라는 바 일 수도 있다.

중국경제 경팍륙 땐 큰 타격

하지만 환율 문제는 단순히 흑백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다. 예컨대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무조건 유리하다거나 혹은 경제에 무조건 불리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김치 파동에서 잘 드러나듯이 식료품이나 농수산품 등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하여 원자재와 부품을 많이 수출하고 있고, 또한 전자제품이나 통신기기 등의 수출물량도 많다.

따라서 원자재나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기업의 대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중국이 평가절상을 너무 급격하게 단행하여 중국 경제가 하드 랜딩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에는 심대한 피해를 미치는 일이 된다.

중국이라는 커다란 수출시장, 즉 중국의 내수경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게 되며 이는 즉각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될 것이다.

여하간 어떤 경우이건 이제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거슬릴 수 없는 대세며, 이에 따라 원화의 평가절상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이제까지 원화 환율이 1,000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한 덕에 이에 힘입어 수출도 늘어났고, 기업들의 환 리스크 관리가 다소 느슨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끈을 졸라 매어야 할 때다. 남의 일이 아니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