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서 온스당 500달러 돌파, 투기움직임 등 과열양상도 감지

금값이 연일 강세다. 최근월 인도분 기준으로 11월말에 온스 당 500달러의 장벽을 넘어섰던 국제 금 선물가격은 뚜렷한 저항선도 사라진 탓에,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금의 현물가격도 급기야 온스 당 500달러를 넘어서게 되었다. 금 가격이 5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1981년4월 이래 처음 있는 일. 무려 24년 만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금값은 지난 1980년1월 온스 당 87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한 때(1987년12월) 502달러까지 상승한 바도 있다. 이후 금값은 2001년 250달러까지 떨어졌었는데, 그런 연후에 현재까지 꾸준하게 회복세를 지속해 오고 있다.

특히 심리적으로 강력한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500달러 선이 돌파된 상태이므로 당분간은 내처 오르리라고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성급하게도 금값이 온스 당 6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점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제 금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으니, 국내 금값도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국내에서도 금은 이제 돈쭝당 7만원(도매가격, 최고가 기준, 부가세 제외)을 넘어서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제 시장에서 금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과거에도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과도하였던 시기에 구매력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해 금을 매입했다.

예컨대 온스 당 873달러로 급등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1980년은 바로 오일 쇼크로 인하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무려 12.5%나 올랐던 해였던 것이다.

당시 투자자들이 오일쇼크로 인한 소비자 물가지수 급등을 방어하기 위하여 금 매수를 늘렸던 것. 그러니 최근의 유가 상승세와 맞물려 요즘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오른다고 하여 놀랄 일도 아니다.

어쩌면 금에 대한 매수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금값은 올해 들어 16% 이상 상승하면서 어느새 다우존스 지수의 상승률이나 혹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을 능가하고 있다.

각국 금 보유량 증가, 계절적 수요 등도 원인

하지만 최근 금값의 상승은 비단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이유 외에 또 다른 측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헤지 펀드들이 최근 들어 금 선물에 대해 순매수 포지션을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즉 최근의 금 값 상승세는 자칫 헤지 펀드를 비롯한 투기적인 움직임에 기인한 과열된 상황일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금값 상승세가 과다한 측면이 있기에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의 추격매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금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쉽사리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함수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즉 보통의 공산품의 경우, 수요가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지만, 높은 가격을 얻기 위하여 덩달아 공급이 증가하게 되므로 결국 시장가격은 제자리를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의 경우는 아무리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쉽사리 공급이 증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알다시피 금은 땅 속 깊숙한 금광에서 생산되느니 만큼 가격이 오른다고 하여 쉽사리 공급을 늘릴 수 없다는 난점을 가진다.

아무리 채광기술이 발달되어도 금 매장량에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금을 캐내는 속도에도 제한이 있다. 결국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것이 금과 같은 1차상품인 것이다.

더 깊숙히 들여다 본다면, 최근 금값이 온스 당 500달러를 넘어 연일 상승하는 것이 헤지펀드 등의 투기적인 거래에도 영향이 있지만 또한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연말을 맞아 보석 수요가 늘어난 것에서 바로 그 이유의 하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금은 세계에서 거래되는 보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특히 보석상들은 인도의 결혼시즌과(인도인들의 금에 대한 사랑은 유명하다) 크리스마스, 새해 등에 대비한 비축을 위해 하반기에 금을 더 많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금의 생산은 작년이나 올해나 별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작년의 경우, 금의 생산은 1940년 이후 연간기준으로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더구나 올해에도 금의 생산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금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터.

여기에다 각국의 중앙은행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서 미 달러화의 비중을 줄이고 금의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되는 점도 금값이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에는 달러화의 환율이 달러 금리 인상에 힘입어 내내 상승세를 지속하였기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린스펀 FRB의장이 내년 초에 임기를 끝내면, 차기 버냉키 의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달러 금리를 섣불리 올리지 못하리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럴 경우, 올해 내내 금리에 힘입어 강세를 지속하였던 달러는 약세로 기울 공산이 크고, 이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하여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려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금 보유규모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도 있다.

금 관련 펀드투자로 수익기대

만일 앞으로도 금값이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라면,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을 수는 없을까. 우선은 단순하게 금을 현물로 매수하여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일 금을 실물로 사고자 한다면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금 실물을 직접 매매하고 있는데, 이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순도 99.99%의 골드바를 팔고 있다.

따라서 가격이 낮을 때 금괴를 직접 사 두었다가 가격이 오른 뒤에 팔아서 수익을 얻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문제가 따른다.

금 실물을 살 때에는 금값에다 관세 3%를 포함한 5%가 수수료로 더해지고, 여기에 부가세 10%까지 합하여 모두 15.5%의 부대비용이 든다.

또한 보유한 금 실물을 은행에 매도할 때에도 역시 수수료 5%가 붙는다. 결국 매수-매도 한 차례의 거래에 모두 20.5%의 부대비용이 발생하느니 만큼, 아예 처음부터 손해보고 시작하는 투자인 셈.

이런 거래에서 수익이 높기는 어렵다. 은행이 아니라 시중 금은방을 통하는 방법도 있으나, 여기에도 이들의 거래마진이 소요되므로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간접투자방식의 펀드처럼 금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증권사나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 펀드의 경우, 최근 금값의 상승세에 힘입어 수익률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1개월 수익률이 10%를 넘고, 6개월 수익률도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실적이지 앞으로도 그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아울러 금값이 오르더라도 환율이 하락하여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자칫 수익률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도 유의하여야 한다.

금값은 국제시세가 달러로 표시되므로 원화로 투자하더라도 이를 달러로 바꾸어 금에다 투자하는 셈이 되는데, 이후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면 설령 금값이 강세를 보이더라도 수익률은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금을 실물로 매매하는 것에 비하여 수수료 부담이 적으므로 금 투자를 생각한다면 이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