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고 최고 비싼 차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는 무엇일까.

지난해까지 세계 최고 속도의 자동차로 이름을 떨쳤던 모델은 ‘맥라렌 F1’이었다. 1998년 3월 시속 386.4㎞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2월 스웨덴의 ‘코닉세그 CCR’이 시속 387.8㎞의 신기록을 세우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의 타이틀이 바뀌었다. 그러나 코닉세그 CCR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외신들은 이탈리아의 최고급 슈퍼카 생산업체 ‘부가티’의 ‘베이론 16.4’가 시속 407㎞를 기록, 세계에서 제일 빠른 차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뜨러스트의 SSC












특히 베이론 16.4의 제1호차가 이 달 중 고객에게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명실공히 양산차 가운데 세계 최고 속도의 차로 등극하는 것이다.

물론 이 차는 양산차이기는 하지만 아무나 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년 동안 모두 5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베이론 16.4의 판매가는 125만 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약 13억원이다. 특히 부가티는 베이론 16.4를 300대만 한정 생산하겠다고 밝혀 돈만 있다고 탈 수 있는 것도 아닌 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가티 '베이론 16.4' 최고 속도 기록

이 차는 도대체 어떤 차일까. 먼저 부가티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부가티는 1909년 프랑스에서 에토르 부가티가 창업한 회사로 1947년까지 그랑프리 경주용 자동차와 고급 세단 등 8,000여대의 ‘예술작품’에 가까운 차를 만들었다.

특히 부가티의 차는 이 무렵 자동차 경주에서 무려 2,000회나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차의 아름다움은 부가티를 ‘자동차의 예술가’로 추앙 받게 했다.

이후 창업자의 사망으로 세상에서 사라졌던 부가티가 1988년 이탈리아에서 다시 부활했다. 에토르 부가티 집안은 원래 이탈리아 밀라노의 조각가로 유명했다.

이탈리아의 사업가 로마노 아르티올리에는 부가티의 소유권을 넘겨 받은 뒤 ‘EB110’이라는 슈퍼카를 내 놓았다. 그러나 결국 1996년 부도가 나면서 폴크스바겐이 새 주인이 됐다.

1998년 부가티를 사들인 폴크스바겐의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은 부가티를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기술이 집약된 보석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그 결과 6년 만에 배기량 8,000㏄의 베이론 16.4을 내 놓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부가티의 애꿎은 운명의 그림자가 계속되며 피에히 전 회장은 베이론 16.4의 출시를 보지 못한 채 2002년 물러났다.

부가티의 베이론 16.4












차 이름인 베이론 16.4는 1931년 부가티를 몰고 수많은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을 한 카레이서 피에르 베이론에서 따 온 것이다.

또 숫자 16은 16기통 엔진을, 4는 터보 차저를 의미한다.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엔진 2개를 합친 뒤 미쯔비시 터보 차저 4개를 창작해 출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엔진의 고열을 식히기 위해서 다른 자동차는 1개 밖에 장착하지 않는 라디에이터를 무려 10개나 달았다. 베이론 16.4는 이미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의 주행시험장에서 시속 400㎞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당시 속도는 독일 자동차 인증국에 의해 공식 측정됐다. 특히 베이론 16.4는 최고출력이 1,00마력을 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도 2.9초에 불과하다.

베이론 16.4의 엔진에는 전자 속도제한 장치가 달려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고 시속 407㎞는 안전과 타이어 문제 등을 감안, 제한을 둔 속도라는 것이다. 결국 베이론의 진짜 최고 속도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고속으로 인해 차체가 제 맘대로 도는 것을 막기 위해 풀 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이 적용됐고, 차체는 값은 비싸지만 강성이 좋은 탄소 섬유(카본파이버)로 제작됐다.

타이어는 지금껏 도로 주행용으로 제작된 제품으론 가장 두껍다는 미쉐린 PAX 런 플랫 타이어를 장착했다. 브레이크는 시속 400㎞로 달리다가 10초 내에 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

공기 제동판이라고 할 수 있는 꼬리 날개인 ‘스포일러’도 급정거할 때에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거의 직각으로 올라선다.

기름을 가득 채운 상태의 차 무게는 1,950㎏으로 사람이 타면 차 무게만 2톤이 넘는다. 연비는 ℓ당 4.3㎞에 불과, 경제성은 없다.

뜨러스트의 ‘SSC’ 시속 1,227.9㎞ 기록 보유

그러나 기록으로 따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량은 뜨러스트사가 제작한 ‘SSC’이다. 1997년 10월15일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앤디 그린(영국)이 1.6㎞(1 마일)를 4.7초 만에 주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페라리의 앤초 페라리












음속의 장벽을 깬 최초의 차량이 됐다. 사실 이 차는 전투기용으로 제작된 두 대의 제트 엔진으로 추진되는 만큼 자동차라기 보다는 달리는 제트기에 가깝다.

고열을 감당할 수 없어 타이어를 다는 대신 철바퀴로 달린다. 네바다주의 사막은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반반한 땅바닥으로 음속의 차를 테스트할 수 있다.

국내 운행 최고속차는 ‘엔초 페라리’

국내로 범위를 좁히면 현재 운행되는 차 가운데 가장 빠른 차는 ‘엔초 페라리’다.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공식 수입 판매원인 쿠즈플러스가 팔고 있는 이 차의 국내 판매가는 무려 25억원이다.

이미 지난해 모 그룹 회장이 들여와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엔초 페라리의 최고 속도는 시속 350㎞이다. 페라리의 창업주인 엔초 페라리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2인승 스포츠카로 최고 출력 660마력, 시속 100㎞ 도달시간 3.65초 등을 자랑한다.

세계 최고가 '타입41 르와이얄 스포츠 쿠페'

부가티의 타입41 르와이얄 스포츠 쿠페

2002년 출시 당시 15억원 정도 였던 가격이 399대 한정 생산이 완료된 뒤 프리미엄 등이 붙으면서 25억원까지 뛰어 오른 상태이다. 국내에는 3대가 등록됐다.

최고 속도 시속 335㎞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LR 맥라렌’과 시속 330㎞인 마세라티의 ‘MC12’는 국내에서 주행하는 차 중 2, 3위로 빠른 차라고 할 수 있다.

‘SLR 맥라렌’은 1950년대 전설적인 스포츠카로 널리 알려진 ‘SLR’을 원형으로 F1 모터 레이싱카용 섀시 개발자인 맥라렌이 개발한 차이다.

배기량은 5,400㏄, 시속 100㎞ 도달 시간은 3.8초이고, 갈매기 날개를 연상하게 하는 ‘걸윙 도어’가 특색이며 ‘은빛화살’(실버 애로우ㆍSilver Arrow)이라는 예명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미 몇 대가 운행되고 있고 공식 수입ㆍ판매될 경우 판매가는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MC12’는 전세계적으로 총 50대만 한정 생산된 차로 배기량 6,000㏄의 12기통 엔진을 장착, 최대 출력 630마력, 시속 100㎞ 도달시간 3.8초 등을 자랑한다. 판매가는 17억원.

기네스북과 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는 부가티의 ‘타입41 르와이얄 스포츠 쿠페’다. 이 차는 1990년4월 한 일본인이 1,500만 달러(150여 억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토르 부가티가 만든 8,000여대의 차 가운데 가장 유명한 차로 1927년 처음 제작됐고 차 길이가 무려 6,700㎜에 달한다.

이 차는 당초 25대를 생산, 왕족들에게만 팔 계획이었으나 대공황의 영향으로 6대만이 빛을 봤고 희귀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차로 세계에서 제일 비싼 차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