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 지속 경제부담 우려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어떻게 될지는 모두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은 계속 오를 수 있을지, 금리는 더 들먹이지는 않을지, 환율은 어떻게 움직일지 등등.

그러나 이미 한국은행이나 KDI를 비롯한 여러 저명한 국내외의 연구기관 혹은 단체에서 올해 경제전망을 밝히고 있는 만큼 거기에다 더하여 여기에다 또 전망이랍시고 덧대는 것은 괜히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그러기에 차라리 여기에서는 전망보다는 올 한해 국내외 금융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중요 이슈가 무엇이 될 것인지 따져보는 편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 아닌가 한다.

원화 환율 세 자리 숫자로 진입

작년 말까지 한국은행의 강력한 달러환율 방어 정책에 힘입어 1,010원선을 지켜내었던 달러/원 환율은 해가 바뀌자마자 당장 거래 첫날부터 1,010원을 무너뜨리면서 하락했다.

원/ 달러 환율의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거론되던 1,000원선이 장중에 붕괴된 1월 4일 서울 외환은행 글로벌영업부 외환딜러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이호재 기자

그러다가 결국 4일 1,000원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종가 기준 998.50을 기록한 것이다. 작년 5월12일(999.70원)이후 8개월여 만이다. 문제는 환율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인가다.

일반적으로 말하여 어떤 분야의 ‘전망’이라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유독 환율의 경우는 백이면 아흔아홉 사람이 죄다 하락(즉 원화강세)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국내외의 환경이 환율이 마냥 1,000원 이상을 유지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해외 요인을 살펴보자.

올해 미국의 경우, 그린스펀 미 연준위 의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고, 1월부터는 버냉키 신임의장이 새로운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과거 그린스펀 의장도 그러하였듯 새로운 연준위 의장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

그린스펀 전임의장은 9ㆍ11 테러로 인한 극심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단기간에 극복하였던 예에서 알 수 있듯, 시장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었고, 그로 말미암아 달러화는 작년 내내 꾸준한 강세를 펼쳤던 것이다.

그러나 신임 버냉키 의장이 그런 신뢰감을 얻어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그 틈에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공산이 높다.

실제로 워런 버핏 등 투자 고수들도 올해는 달러 약세가 기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울러 국내 요인도 환율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작년 말 한국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11월중 경상수지가 20.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여, 연속 3달간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올해에도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흑자규모는 줄어들지라도 여전히 꾸준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우리나라 환율도 필연적으로 하락할 공산이 높다.

달러 금리의 인상행진은 지속될 것인가

그린스펀 전임 미 연준위 의장은 2004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3차례, 연속적으로 미 달러화의 금리를 인상해온 바 있다.

만일 올해에도 여전히 그린스펀이 미 연준위 의장으로 재임한다면 올해에도 달러금리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부터 새로운 연준위 의장이 버냉키로 바뀐다는 점에 있다. 신임 의장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아직까지 베일 속에 가려져 있기에 달러 금리의 향후전망에 대하여 설왕설래가 많다.

다만 지난 12월 미 연준위 회의 직후의 발표문에서 연준위의 금융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그 이전까지 발표문에 포함되어 있던 ‘경기순응적(adaptative)’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만큼 연준위의 통화정책에 다소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시장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즉 새로운 연준위 의장이 취임하면서, 또한 통화정책도 그간의 일률적인 금리인상 정책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리는 어떻게 될까

달러화의 환율과 미국의 달러 금리 동향에 신경을 쓰는 것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 중에서 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달러화의 환율이나 금리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투자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사실에서 그러하며, 또 하나는 미국의 금리가 움직인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금리도 덩달아 변동될 공산이 높기 때문에 역시 중요하게 간주된다.

지난해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의 콜 금리를 인상하면서 그 이유의 하나로 한-미간의 금리격차 문제를 지적한 바도 있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달러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칫 고수익을 노리는 국제 금융자본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갈 우려도 있다. 그리고 만일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도 타격이 될 것이다.

새로운 연준위 의장이 부임하면서 미국의 금융정책에는 변화가 예상되며, 결국 작년까지의 일률적인 달러 금리의 인상 행진은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국내 금리도 그만큼 운신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셈이다.

물론 국내 경기가 올해는 작년보다 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리라 예상되므로(예컨대 한국은행이나 KDI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5%를 넘어설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마냥 지속될 수는 없을 터. 올해 국내 금리가 인상되는 것은 경기회복이 가져다 주는 필연적인 귀결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러시가 숨을 돌리게 되면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속도에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은 기대된다.

금리역전, 미국 경기침체 접어드나

최근 미국에서는 장, 단기 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12월말 뉴욕의 채권시장에서 미 국무성 채권 2년물의 수익률이 4.40%인 반면, 10년물 채권의 수익률은 4.38%를 기록하여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하회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던 것.

굳이 이론적으로 유동성 선호설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장기금리는 당연히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상식과 배치되는 현상이 벌어져 시장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경우, 이러한 금리역전 현상이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모두 6번 나타났고, 그 중에서 1998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과연 이번에도 또 경기침체로 이어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리고 그건 우리의 관심이기도 하다. 미국 경기가 침체로 접어든다면 우리나라 경제로 보아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과거의 경우, 금리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최소한 몇 달간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그친다면 지난 1998년의 경우처럼 채권시장에서의 단순한 수급 불일치가 빚어낸 현상일 공산이 높아지는 것이며, 따라서 경기침체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두고 꾸준히 살펴보아야 할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