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기다리고 유주택자 서둘러라

주택 청약제도가 도입 28년 만에 큰 폭으로 바뀜에 따라 청약전략을 어떻게 짜야할지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새 청약제도는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데,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특별 분양대상 확대 조치는 이르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는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현행 당첨제에서 가산점제화하는 방안은 내년 중, 공공택지 내 중ㆍ소형 주택을 전량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계획은 2008년 이후 시행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더 준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는 청약 예정자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 셈”이라며 “수요자들은 청약 가산점제가 도입됐을 때를 감안해 각자의 당첨가능성을 미리 판단하고 자신에게 맞는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도 개편 최대 수혜자는 무주택자

무주택자들은 이번 청약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자다. 무주택자라면 앞으로 택지지구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서둘러 청약에 나서기보다 제도 시행 이후로 청약 시기를 늦춰 잡는 게 유리하다.

집이 없는 청약 예정자들이라면 통장을 ‘리모델링’해 당첨 확률을 높여볼 수도 있다.

인기 있는 공공택지 아파트에 관심이 많은 무주택자라면 청약통장을 가구주 이름으로 바꾸는 등 가구원 관리를 하고 무주택 기간을 늘려 당첨 확률을 높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관련 제도가 2008년은 돼야 시행되는 만큼 지금부터 차근히 준비해두는 게 좋다.

특히 무주택자면서 가구원 수가 많은 청약자인 경우 앞으로 청약 당첨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 부양 가족 수, 무주택 기간, 나이,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 가산점제 항목 가운데 정부가 부양 가족 수에 가장 큰 비중을 두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3자녀 이상 가구인 경우 특별분양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등과 함께 우선 당첨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가점제 시행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개편안 시행 전에 청약통장을 부지런히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개편안이 확정되기 전 섣불리 청약 통장을 해약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 보유자들은 사실상 공공택지 내에서 25.7평 이하 중ㆍ소형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혔다.

따라서 택지지구 중ㆍ소형 아파트를 청약하려는 유주택자들은 제도 시행 전에 청약에 나서거나 민간 택지 아파트로 일찌감치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유주택자라 하더라도 작은 평수에서 공공택지 내 중대형으로 집을 넓히려는 가구는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불이익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관계자는 “공공택지 내 중ㆍ소형 주택을 전량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것은 서민 주거안정 도모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만 전용 25.7평 초과 주택은 이와 다르다”고 밝혔다.

중ㆍ소형 주택의 기준을 현행 25.7평 이하 국민주택규모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공공택지 내 25.7평 초과 중대형 주택에도 가점제가 적용되지만 배점항목 수를 국민주택규모 이하보다 줄이고 완화할 것”이라며 “집을 갖고 있더라도 집을 넓히려는 수요에 대해서는 제도 변경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25.7평 초과 주택의 가점제 배점에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규모, 가족 구성원 수 등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시장 영향 미미할 것"

공공택지 중ㆍ소형 아파트 청약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키로 한 청약제도 개편방안이 시장에 별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이 청약 과열이 우려되는 판교 분양을 유념해 마련되는 것이지만 정작 판교 분양에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미 택지지구에서는 공급물량의 90%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으며, 공영개발지구인 송파신도시의 경우 중ㆍ소형 주택은 무주택자인 청약저축 가입자에게만 분양할 예정이다.

중ㆍ소형 아파트만 공급하는 판교 3월 분양의 경우 총 9,420가구 가운데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물량은 90.3%인 8,505가구에 달한다.

이중 청약저축 가입자(무주택자만 가입)만 청약할 수 있는 물량이 5,760가구고, 청약예금 및 부금 가입자 중에서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물량이 2,745가구(민영주택의 75%)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는 물량을 빼면 915가구(9.7%)가 남는데 이 또한 유주택자는 물론이고 무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다.

청약예금 및 부금은 무주택 여부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영개발지구인 송파신도시 또한 중ㆍ소형 아파트 2만3,100가구 가운데 임대아파트(청약저축)가 1만7,900가구로 77%에 달하고 분양물량(5,200가구)도 주택공사가 전량 공급하기 때문에 모두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지금도 최소 90% 이상의 물량이 무주택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굳이 청약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미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중ㆍ소형 아파트의 대부분이 무주택자에게 공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대책”이라며 “10%를 더 준다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더 늘어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또 지방 택지지구의 경우는 무주택자로 청약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청약경쟁률이 낮아 유주택자들에 대한 장벽을 치지 않아도 무주택자가 당첨되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달라지는 청약제도 Q&A

청약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문답으로 알아본다.

_가점제 방식이란.

"가점항목에 가중치를 두고 점수를 부여, 이를 합산해 총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_가점 항목은.

"가구 구성원수, 무주택 기간, 가구주 나이, 소득 등이 고려된다. 가구 구성원 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가구주 나이에 가중치가 많이 부여될 전망이다."

_무주택자 기준은.

"원칙적으로는 1채의 집도 갖고 있지 않아야 하지만 일정 규모 이하의 초소형 주택(매매가 기준 5,000만원 이하) 소유자도 무주택자로 간주된다."

_3자녀 이상 가구면 무조건 당첨되는 것인가.

"아니다. 정부는 공공택지에서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분양할 때 분양 물량의 10%를 국가유공자, 북한 이탈주민, 장애인 등에게 우선 공급하는 특별공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별공급 대상에 3자녀 이상 가구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다만 청약 통장이 없어도, 이미 집이 있더라도 3자녀 이상이면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_모든 주택에 적용되나.

"공공택지에 우선 적용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기존 1순위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택지에 먼저 적용하고 경과기간을 둔 후 민영주택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_시행시기는.

"개편안이 6월말까지 마련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가점제 방식은 청약통장 가입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처야 하기 때문에 일러야 내년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으로 나뉘어져 있는 청약통장 제도를 통합하는 개편안이 검토되고 있어 시행 시기가 이보다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