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6만원에 공개매수 제의… 적대적 인수합병 움직임도 KT&G, 일단 거부 속 뾰족한 경영권 방어수단 없어 난감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적정한 수준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이유를 일컬어 인간의 탐욕(greed)과 공포(fear)때문이라고 말한다.

호재가 겹쳐 주가가 상승하고 있을 경우, 주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탐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투자자들은 실제 가치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라도 기꺼이 주식을 사들이며,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때에는 투자자들이 주가가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주식의 본질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엉뚱한 가격에라도 주식을 팔아치운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탐욕과 공포를 이겨낼 수만 있다면 주식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논리도 존재한다. 탐욕과 공포는 주식투자자라면 반드시 버려야 할 악덕이라는 말이다.

독이 되고 약이 되는 탐욕과 공포

하지만 주식 전문가 출신인 작가 케네스 리퍼가 쓴 소설 ‘월 스트리트’에는 이를 역설적으로 비틀고 있다.

소설 속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등장하는 고든 게코는 “탐욕이 어째서 나쁩니까? 그건 궁핍을 채워주니 선한 겁니다. 탐욕은 사람들을 일하게 합니다. 돈에 대한, 지식에 대한, 삶에 대한 우리의 탐욕이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것을." 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그는 오히려 탐욕이 좋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간, 이 소설은 이후 올리버 스톤 감독에 의하여 1987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월 스트리트에서 고든 게코는 정상적인 주식 매매만으로는 큰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비상한 수단으로 남의 회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점차 취득비율을 높여 결국은 싸게 인수한 주식을 고가로 팔아서, 하루아침에 거대한 규모의 부를 이룩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른바 기업사냥꾼인 셈이다. 그리고 이 기업사냥꾼의 이른바 ‘신조’가 “탐욕은 선이다(Greed is good)”라는 말이다.

최근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아이칸의 KT&G에 대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논란이 일면서 새삼스럽게 기업의 인수합병이 시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라면 의당 돈을 많이 가진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기 마련이지만 무조건적으로 자본의 논리만을 내세울 수도 없는 것은 기업이 한두 사람 부자들의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를 IMF 구제금융으로 이르게 만든 사태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으나, 그 중의 하나로 한보철강의 부도로 인한 기업의 연쇄부도가 한 원인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자본의 논리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기업윤리적인 측면도 강조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영화 월 스트리트에서도 게코가 무자비한 돈의 논리를 앞세워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지만 결국은 윤리를 앞세운 반격에 실패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여하간 기업의 인수합병 논란이 커질수록 기업가치가 오르는 효과를 낳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사냥꾼이 달려든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무언가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일 터.

사냥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합병의 타깃이 되는 기업들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고, 자산가치가 큰 기업인 경우가 많다. 또한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경영능력이 약한 기업도 기업사냥꾼들의 먹이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이나 우량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주식시장에서의 주가는 실제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도 좋은 공격 대상이 된다. 기업 사냥꾼들은 이런 기업들을 골라 싸게 인수한 다음, 우량한 부동산이나 자회사들을 매각하여 수익을 챙기거나 혹은 회사를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기업 사냥꾼들은 돈 되는 알짜 자산부터 팔아치운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은 없애고, 돈 드는 인력이나 투자는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래서 회사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을 되팔아 차익을 챙긴다.

혹은 굳이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척하다가, 인수합병 논란에 의하여 주가가 상승한다면 도중에 차익을 챙기고 슬쩍 빠져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하간 기업사냥꾼의 목적은 단 하나이다. 수익이다. 그래서 “탐욕은 선”이 되는 것이다.

기업사냥꾼 물리칠 방법 없어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전문적인 기업사냥꾼의 공략에 방어할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막아내기 위하여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예컨대 이번 아이칸의 경우처럼 제3자가 기업 경영권을 탈취할 목적으로 주식의 매수를 제의할 경우,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아이칸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비싼 수준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식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일이다.

아이칸은 공개매수를 위하여 2조원의 자금을 준비하였다고 하니, 역(逆)공개매수를 통하여 이를 막아내기 위하여서는 최소한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혹은 역 공개매수의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 2, 3의 대주주들과 연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 역시 이들 대주주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고배당을 약속하는 등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역 공개매수 등의 방법 외에 여러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 기업이 인수합병 대상에 오르는 순간 대상 기업의 주가가 치솟는 등 급등락의 격랑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 왕태석 기자
▲ 기업이 인수합병 대상에 오르는 순간
대상 기업의 주가가 치솟는 등 급등락의
격랑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 왕태석 기자

이를테면 적대적인 인수합병 시도 등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면 대주주가 해당 주식을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수하거나 혹은 주식 매수권을 주주들에게 배당 형태로 지급하는 ‘극약처방제(poison pill)', 단 1주만으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제도(golden stock)', 적대적 M&A로 경영진이 실직할 경우 막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여 제3자의 경영권 인수에 부담을 주는 ’황금낙하산제‘, 우호적 경영권 인수자에게 주식을 발행하는 '백기사(white knight)'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방어수단 중에서 국내에 도입된 제도는 거의 없다. 이런 제도들이 도입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커진 요즘에는 특별결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권 방어라는 측면에서는 이런 방어기법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반면 경영권 방어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없고, 자칫 소액주주의 정당한 권리행사나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경영권 보호와 소액주주의 권리 사이에서 조화점을 찾아야하는데, 이 틈을 외국의 전문 기업사냥꾼들은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지정된 KT&G가 아이칸의 적대적 기업인수 먹잇감이 된 것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아이칸 발뺄 땐 주가 폭락 우려도

여하간, 어느 나라이건 특정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 불거지면 해당기업의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기업 사냥꾼은 경영권의 획득을 위하여 주식을 매수할 것이고 반대로 기존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하므로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주가는 저절로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 아이칸이 KT&G의 주식을 주당 6만원에 공개 매수하겠다고 제의한 것은 거꾸로 말하여 그가 KT&G의 주가가 앞으로 최소한 ‘6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에는 주가가 연일 상승일로를 걷지만, 정작 인수합병이 타결된 다음에는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의 여러 사례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KT&G의 경우라면 아이칸이 경영권 인수 경쟁에서 슬쩍 발을 빼기라도 한다면 자칫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크다.

탐욕에 의하여 종종 주가는 본질가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탐욕이 끝을 보는 날, 그때부터는 공포가 우리들의 앞을 가린다. 언제일까?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