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1조원 1,000만명 회원의 '카드 지존', 인수땐 시너지 효과 커신한 · 우리은행 양강싸움 예상… 막대한 인수 자금 조달이 관건

“은행권의 빅뱅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 여의도와 명동의 은행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긴장감 어린 목소리다. 바로 메가톤급 M&A 매물인 외환은행과 LG카드의 매각 과정이 착착 진행되는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인수 가격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두 매물의 매각 결과에 따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라는 은행권 빅4 체제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들 은행으로선 사활을 건 건곤일척의 한 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국부 유출 및 과세 논란 등으로 시끌벅적하게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그동안 LG카드 매각은 다소 숨죽인 상태였다. LG카드는 외환은행과 달리 소유주가 국내 은행채권단인 까닭에 국부 유출 등의 다른 잡음이 날 소지도 없다.

그러나 LG카드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LG카드의 매각 공고일을 27일로 결정하면서 물밑에서 진행돼온 인수 경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매각 공고 후 2주일 이내에 비밀유지 확약서와 인수 의향서를 접수받은 뒤 입찰 적격자를 골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 이어 실사 등을 거쳐 올 하반기에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내외 5~6곳에서 인수 관심

LG카드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다.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는 두 회사는 금융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으로 진작부터 LG 카드 인수 의사를 공언해왔다.

이와 함께 농협과 씨티그룹, 메릴린치, 테마섹 등 외국계 자본도 관심을 나타내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변수는 하나금융지주로, 외환은행 인수 실패에 대비해 LG 카드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은 자사 KB카드가 많은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어 LG카드 인수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힌 상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채권단이 LG카드를 외국계에 넘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외환은행 인수전이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간 경쟁이라면, LG 카드 인수전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간 양강 싸움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백조로 부활한 카드 사업

적지 않은 업체들이 LG카드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LG카드가 자산 11조에 988만명이란 어마어마한 회원수를 거느리고 있는 카드업계 1위업체이기 때문이다.

인수하면 카드업계 최강으로 올라서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또한 회원 데이터베이스는 은행, 증권 등의 마케팅도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막강하다.

게다가 카드사업 자체가 ‘미운 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부활하고 있다.

2003년 카드 대란으로 수조원의 적자를 내며 모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자체도 위기로 몰았지만,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2분기부터는 전업계 카드사 모두 흑자로 전환하며 탄탄한 경영실적을 자랑했다.

LG 카드만 해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3,63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냈던 은행들도 다름아닌 카드 사업에서 순익의 20%를 벌어들였다.

한 은행관계자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카드 사업의 부활이 그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형화, 겸업화하고 있는 금융업의 추세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금융산업이 통합돼 나가는 한편, 세계화 흐름 속의 무한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덩치 자체를 키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기 쉬운 상황이다.

딱히 경영을 잘못하지 않더라도 경쟁업체가 대형업체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보다간 자신의 입지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의미다. 각 은행들이 외환은행이나 LG카드 인수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인수 자금은 4조 이상 필요할 듯

관건은 역시 인수자금 조달 문제다.

LG카드의 시가총액은 6조3,000억원대. 현재 은행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75.59%. 산업은행(22.9%) 농협(14.59%) 국민은행(10.83%) 우리은행(8.7%) 기업은행(5.95%) 하나은행(4.38%) 신한은행(3.83%) 조흥은행(3.31%) 한국시티은행(1.07%) 등이다.

경영권확보에 필요한 지분 51%만 인수한다 해도 3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지고 인수 지분이 더 늘 수도 있어 인수가격은 4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6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외환은행의 몸값에는 못 미친다 해도 인수 회사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조흥은행 인수대금 2조 7,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상환 우선주를 올해부터 되사야하기 때문에 자금부담이 만만찮다. 또 신한카드와 조흥은행 카드사업부가 합병한 데 이어 LG카드까지 합쳐지면 구조조정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LG 카드 직원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대대주인 정부의 승인을 받는 것이 선결사항이다. 자금 조달 문제와 함께 민영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변수다.

정부가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덩치가 더 커지는 것을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LG카드 인수시 2008년으로 예정된 민영화 일정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 외국계 금융회사는 인수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만, 국내의 ‘반(反) 외국자본’ 정서 때문에 인수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으로 국내외간 컨소시엄 형태로 다양한 짝짓기가 이뤄져 인수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단독으로는 4조원 이상의 돈을 조달하기 어려운 국내 금융업체와 반 외자 정서를 피하려는 외국계 금융회사 간의 의도가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은 외적인 문제가 많아 논란이 많지만, LG 카드 매각은 국내외 업체 간에 순수하게 가격경쟁이 전개돼 금융권의 최대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