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휴대용 PC '센스 Q1' 개발 등으로 시장 본격 공략

▲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06 동계 올림픽 기간동안 전용 버스를 이용해 고속으로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와이브로 시연회를 갖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한창 열리던 올해 2월, 개최지인 이탈리아 토리노시에 희한한 버스가 한 대 등장했다.

일명 ‘와이브로(Wibro) 버스’였다. 삼성전자가 마련한 와이브로 버스는 토리노 시내를 달리며 유럽인들이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한 특수차였다.

현지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로 알려진 와이브로 버스는 유럽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하루 서너 번씩 토리노 시를 운행한 와이브로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버스를 타면 약 20분간 토리노 시내를 달리며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 감상, 화상회의, 웹사이트 검색 등의 다양한 시범 서비스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인기를 끈 것은 다중 화상회의 시범이었다.

토리노시 전화국, 토리노시에 마련한 삼성전자 전시관, 서울 삼성전자의 와이브로 시범센터, 토리노시를 달리는 와이브로 버스 등 4군데를 동시에 연결해 한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사람들은 버스 앞에 설치된 20인치 이상의 PDP TV를 통해 각 지역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덕분에 와이브로는 유럽인들에게 앞으로 ‘움직이며 인터넷을 즐기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휴대 인터넷, 월 3~4만원에 무제한 사용

와이브로는 ‘무선 광대역 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약어다.

갖고 다니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휴대인터넷으로 통하는 와이브로는 지난해 삼성전자, K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순수 우리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용 단말기, 노트북, 휴대폰,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을 이용해 시속 100㎞의 속도로 움직이는 자동차, 기차, 지하철 등에서도 끊김없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전송 속도도 느리지 않다. 국내에서는 KT가 3월부터 서울 신촌과 강남, 경기 분당 지역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KT와 SK텔레콤이 6월께 서울과 수도권을 시작으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본격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연구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승부수를 와이브로에 걸고 있는 셈이다.

와이브로는 노트북을 이용한 무선인터넷(와이파이), 휴대폰의 모바일 인터넷과 혼동하기 쉬운데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와이파이는 멈추거나 천천히 걸을 때에만 중계기(AP)가 위치한 지역 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AP의 전파가 미치는 범위인 반경 100m를 벗어나면 인터넷 접속이 끊어진다. 이용자가 현재 중계기 범위권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다른 중계기 지역으로 전파를 넘겨주는 ‘핸드오버’가 안되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인터넷은 와이파이와 달리 핸드오버는 가능하지만 요금이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동영상 파일을 전송받으면 수 만원 이상 과금된다.

와이브로는 현재 정액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서 집에서 쓰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처럼 월 3만~4만원만 내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KT는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에게 와이브로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KT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은 더욱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시장 공략… 17개국서 시범 서비스 준비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와이브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우리가 개발한 통신기술로는 처음으로 국제전기전자학회(IEEE)에서 이동형 무선인터넷의 국제표준으로 인정을 받았다. 따라서 와이브로를 사용하는 국가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거둘 수 있는 수익도 늘어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경우 와이브로, 유럽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이름으로 와이브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인텔이 주도하는 무선 인터넷 기술인 와이맥스가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 주파수 대역도 와이맥스와 똑같다. 따라서 와이맥스의 이동형이라는 뜻에서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텔의 전략과 궤를 같이 하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인텔은 올해 내놓는 대부분의 노트북에 와이브로와 호환되는 와이맥스 기술을 담을 예정이다. 따라서 인텔이 내놓는 와이맥스 지원 노트북에서는 와이브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인텔 제품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와이브로를 지원하는 자체 제품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KT와는 단말기와 시스템 개발 계약을 완료했으며 SK텔레콤과도 관련 장비 사용 및 와이브로 지원 휴대폰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올 하반기에 국내외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울트라모바일PC(UMPC)인 ‘센스Q1’이 와이브로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대표주자가 될 전망이다.

3월에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전시회에서 공개된 센스Q1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과 함께 개발한 차세대 휴대용 PC로, 키보드가 없고 화면에 나타나는 자판을 눌러서 입력하는 미니 컴퓨터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제품들을 앞세워 올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브라질을 비롯해 베네수엘라, 크로아티아 등에서 와이브로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17개국에서 시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4월에 해외로드쇼 및 국제포럼을 개최해 와이브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 출시 눈 앞

와이브로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가운데 기대를 모으는 것은 전용 단말기와 휴대폰, 노트북 등이다.

우선 전용 단말기는 삼성전자, 레인콤 등에서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KT의 시범서비스에 맞춰 PDA 형태의 와이브로 전용 단말기 ‘SPH-M8000’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6월 상용화 시점 때 출시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가운데에는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로 유명한 레인콤이 있다. 레인콤은 휴대형 와이브로 단말기 G10을 올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MP3 플레이어 기능을 내장해 와이브로가 가능한 지역에서 바로 벅스 사이트에 접속해 MP3 파일을 전송받아 감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레인콤은 음악사이트 벅스, 맥스MP3 등과 제휴를 맺었다.

전용 단말기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와이브로 휴대폰이다. 휴대폰에 와이브로 기능이 탑재된다면 굳이 여러 가지 단말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이동통신사들이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와이브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미 시제품 개발이 끝나 지상파 DMB 및 와이브로 연동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6월에 나올 휴대폰은 삼성전자가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도 와이브로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 노트북용으로는 탈착이 가능한 PCMCIA 카드 형태와 USB 포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단말기 등이 논의되고 있다.

PCMCIA 카드 형태는 이미 KT에서 시범서비스에 참여한 이용자들에게 배포해 테스트할 예정이며 USB포트용 단말기는 일부 벤처기업에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PCMCIA 카드 형태와 USB포트용은 노트북은 물론이고 앞으로 삼성전자에서 내놓을 예정인 UMPC 센스Q1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