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개발이익부담금 · 담보대출 제한 등 문제 놓고 논란, 시장 "땜질 처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효성에 의문

▲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그 일대 전경
정부가 8ㆍ31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3ㆍ30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뒤숭숭하다. 일단 재건축 시장은 개발이익부담금 도입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호가가 떨어지는 등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 개발이익부담금 등 각종 규제에 대한 의견은 무성하다. 재건축 개발이익부담금은 여전히 적용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고, 6억 이상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 제한은 허점이 많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시장 직격탄?

정부의 3ㆍ30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최고 4,000만원까지 떨어지고 있다. 7일 서울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15평형 호가는 8억6,000만원 선이다.

대책 발표 이전보다 2,000만~4,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인근 개포 주공 4단지 13평형 역시 6억5,000만원으로 대책 발표 이후 2,000만원 떨어졌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발부담금제가 시행되면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본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 주공 2단지 18평형도 7억1,000만원으로 대책 발표 이전보다 3,000만원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22평형도 9억2,000만원으로 2,000만원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ㆍ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 중층 단지도 오름세가 끊겼다. 목동 일대 아파트도 담보대출 자격 강화에 따라 오름세가 멎었고, 경기 분당 아파트들도 이번 대책에다 판교 신도시 청약 열기까지 겹쳐 매매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목동 S공인 관계자는 “신시가지 35평형의 경우 12억원 선까지 오른 뒤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매도 문의만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 하락이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하락 조정으로 해석하긴 이르다”며 “예전처럼 일시적인 시장 충격으로 인한 약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개발부담금 형평성 논란

하지만 이번 대책의 허점과 문제점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건설교통부 홈페이지는 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개발부담금제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다.

“청계천 개발로 가격이 많이 오른 주변 건물의 개발이익도 환수해야 하지 않나요”(ID:김환우) 등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재건축 외에 다른 개발사업과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과연 재건축에만 특별히 부담금을 부과해야 할 중대한 이유가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착수 시점(추진위 구성)과 종료 시점(준공)의 주택 가격을 정하는 공시가격의 형평성도 도마에 올랐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 추진위가 구성된 2003년 하반기 공시가격 반영률은 시세의 60%대였지만, 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재건축이 끝날 2010년께는 90% 이상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부담금에서 빠지는 개발비용의 하나로 비중이 가장 큰 건축비를 두고 정부와 조합 간 줄다리기가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공사비 상한선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조합이 제시한 실비를 인정할 방침이지만 필요하다면 상한선을 둬서라도 건축비 과다 책정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에서 건축비 산정의 기준으로 잡을 가능성이 큰 기본형 건축비와 조합에서 주장하는 실제 공사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는 평당 500만원 선인데 반해 조합이 제시하는 공사비는 평당 550만~600만원이다.

투기와 관계없이 20~30년씩 재건축 단지를 장기 보유한 1주택 원주민에게도 무차별적인 부담금 부과가 합당한지도 논란 대상이다. ‘300가구 미만’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빠진 것도 문제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전무는 “부담금을 낸 뒤 집값이 내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집을 팔면 누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제한 부작용

6억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도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ㆍDebt To Income) 개념이 새로 도입됐지만 장기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고, 필요할 때 중도상환하면 한도 규제 효과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3·30 대책의 골자는 투기지역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정에 DTI 40% 규정을 추가한 것으로, 담보가치의 40% 이내이면서 동시에 DTI도 40% 이내인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무자의 현금 흐름을 나타내는 DTI(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기타 부채 이자 상환액/총소득)는 대출기간이 길어지면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원인 채무자가 다른 채무 없이 연 5.58% 금리의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을 경우 3년 만기 한도는 5,000만원이지만, 만기 15년일 때는 2억원, 20년 2억4,000만원, 30년 2억9,000만원, 35년 3억70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점을 이용하면 3년 후에 갚을 예정이면서도 35년 만기로 3억700만원을 빌린 뒤 3년 후 시점에서 중도 상환하면 된다는 것.

시중은행은 보통 3년 이내에 대출을 갚으면 약 1%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수수료도 면제해 줘 결국 35년 만기로 3억7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3년 만기에 갚을 예정이면서 3년짜리 대출을 ‘정상적으로 대출받는 고객’과 ‘제도 맹점을 이용해 장기 대출을 받는 고객’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 창구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고객들에게 이 같은 편법을 조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장기로 대출받은 뒤 다른 이유로 여윳돈이 생겨 단기에 돈을 갚을 경우 이에 대한 벌칙을 부과하는 것은 재산권 행사를 침해할 수 있어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따로 받게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투기지역에서 LTV 60%를 적용받는 실수요자에게는 기간에 상관 없이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집을 사서 소유권 이전등기 후 3개월만 지나면 종전과 마찬가지로 만기 10년 이상 대출시 시세의 60%까지 융자가 가능하다. 사금융을 통해 우선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고, 3개월 후 은행 대출을 신청하면 그만이다.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뿐, 정부가 의도한 매수 억제 효과는 의문이다.

이밖에 아파트 택지공급 가격을 내려 분양가를 인하한다는 정책에도 반론이 제기된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시세보다 낮게 분양하면 투기수요만 몰린다”며 “판교처럼 주변 집값만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뜻은 좋지만, 판교처럼 ‘보증금 1억~2억원ㆍ월세 50만원’ 수준이라면 이미 서민 임대주택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번 3ㆍ30 부동산 대책도 미완성이며 땜질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김혁 기자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