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쇼핑몰 창업 열기 '빛과 그림자' - 시장 폭발적 성장세… 치밀한 판매전략 없을 땐 '쓴맛'

▲ 대학생들 사이에서 e쇼핑몰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전문 e쇼핑몰 스타일렛 메인화면.
단국대학교 영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서지선(24)씨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올해 1월, 1년여의 준비 끝에 처음 문을 연 인터넷 여성의류 쇼핑몰 ‘Pinkish’가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주문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느라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하루 매출이 꾸준히 30만원을 넘기면서 주변 친구들도 부러워하는 눈치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은 꾸미기 좋아하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서씨의 진로도 바꿔 놓았다. ‘Pinkish’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서씨는 내년에 뉴욕 소재의 패션스쿨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진학할 예정이다.

사업주 대부분 여대생, 창업 연령 낮아져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인터넷 쇼핑몰 시장 규모는 10조4,0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과시했다. 그 중 90%가 옥션, G마켓 등 대형 쇼핑몰의 몫이지만 서씨를 비롯한 ‘1인 기업’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사이트 구축부터 상품 구매, 피팅 모델, 배송에 이르기까지 1인 다역을 해내는 이들 ‘1인 기업’의 특징은 상당수의 사업주가 여성이며 최근 들어 연령층이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점점 어려진다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포토샵 등을 사용한 사진 편집, 웹 디자인, 패션 감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끼를 가졌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의류 쇼핑몰 운영으로 한 해 매출이 4억여 원에 달한다는 일명 ‘4억 소녀’ 김예진씨 등 ‘1인 기업 스타’들이 속속 탄생하고 또한 그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 나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여성들이 자신감을 갖고 대거 뛰어드는 것도 사업주 연령층이 낮아지는 큰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은 누구나 저자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장밋빛 시장일까. 그러나 일부의 이 같은 성공신화가 되레 거품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의 쇼핑몰이 여성의류, 잡화를 주 품목으로 비슷한 연령층을 겨냥한다는 데에서 이미 이들 시장은 ‘레드 오션’이 되어버렸다는 것. 또 이러한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 무작정 패기와 모방 심리로 쉽게 냉엄한 비즈니스의 세계에 뛰어드는 ‘어린 CEO’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모여대 4학년생 김모(23)씨는 지난달 자신만의 쇼핑몰을 열었다가 단 한 건의 판매 실적도 올려보지 못하고 투자비를 날린 채 조용히 폐업 신고를 해야 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데다 예쁜 옷을 남보다 먼저 입어볼 수도 있고, 또 미적 감각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고…. 다른 쇼핑몰들을 구경하면서 나도 충분히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었었죠.” 그러나 ‘성공한 쇼핑몰들’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는지 김씨는 개점 후에야 깨달았다고 한다.

‘4억 소녀’의 등장 이후, 여성의류 쇼핑몰들이 난립하면서 광고비로 투자해야 할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업체만의 차별화한 특징이 없으면 더 이상 ‘좋은 물건’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김씨 역시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동대문 시장으로 발품을 팔았지만 같은 물건도 유명 업체들의 ‘사진발’, ‘조명발’, ‘모델발’ 없이는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취미도 살리고 돈도 벌려는, 김씨의 ‘대박 꿈’은 결국 용돈을 한 푼 두 푼 아껴 모은 쌈짓돈 200여 만원을 날리고 재고 더미만 남긴 채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처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소규모 쇼핑몰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끈기 하나로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하더라도 예쁜 옷 입고 사진 찍는 일이 전부가 아닌, 고된 쇼핑몰 업무에 지쳐 손을 떼는 사례도 허다하다.

모여대 3학년 채모(22)씨는 지난 1년간 운영해 온 쇼핑몰 사업을 이달 내에 접을 예정이다.

채씨는 쇼핑몰 운영을 ‘마약’에 비유한다. 손해를 보면서도 도저히 사업을 접을 수 없었음을 빗댄 말이다. “휴학까지 하면서 쇼핑몰에만 온갖 정성을 쏟았죠. 잘 될 때는 월 순이익이 3백만원을 넘긴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한때뿐입니다. 이젠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네요.”

"학업·사업 성공적 병행 불가능"

쇼핑몰 시장은 쉽게 다른 업체와 비교되고 유행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단골’을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선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매일 이어지는 쇼핑과 상품 사진 촬영, 배송에 채씨는 ‘1년 동안 개인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이들 소규모 상인들에게 상품을 공급해주는 역할이었던 도매상들마저 속속 쇼핑몰 시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은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채씨는 마침내 ‘쇼핑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1년 장사 끝에 남긴 수익은 반품 및 재고까지 고려해 100만원도 채 안 된다. 채씨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대해 “쇼핑몰 운영은 절대 짭짤한 부업이 될 수 없다”며 과연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고언를 남겼다.

한양여대 의상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4년부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송현지(25)씨의 경우는 그나마 성공한 축에 속한다.

공동구매 사이트에서의 판매 경험 8개월을 포함, 총 1년 2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6월 인터넷 쇼핑몰 ‘펀펀걸’(www.funfungirl.biz)을 열었다. 어머니의 투자금 400만원으로 창업한 지1년 만에 월 매출액 1억여 원을 기록, 이젠 직원 7명을 거느린 어엿한 사업체 여사장님이 되었다.

그러나 송씨가 쇼핑몰로 성공하기까지는 인터넷 쇼핑몰의 특성을 고려, 상품의 질은 물론 사이트와 제품 사진을 차별화한 전략이 있었다.

패션잡지 화보를 방불케 하는 높은 해상도의 사진과 자연스러운 생활 모습을 포착한 야외 촬영 등을 통해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한 재미를 준 것이 주효했다. 완벽한 사진을 위해 직접 촬영에 나선 송씨가 찍은 사진 수천 장 중에 엄선된 사진들만이 사이트에 오른다.

사이트를 구경하는 재미에 방문했던 고객이 사진에 반해 상품을 사고, 상품의 질 또한 기대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단골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끊임없이 색다른 이벤트를 펼치고 블로그 등을 통한 고객 관리는 기본이다.

최근 학생들의 인터넷 쇼핑몰 창업 열기에 대해 송씨는 “학업과 쇼핑몰 사업을 성공적으로 병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처음 쇼핑몰 사업에 발을 디뎠던 대학생 때에 이미 패션스쿨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연수를 거쳐 관련 실무(CF 의상)분야에서 2년간의 경험을 거친 ‘준 전문가’였던 송씨도 학업은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해야 했다.

무엇보다 쇼핑몰 운영은 “단순히 옷을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옷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며 쇼핑몰 사업에 뜻이 있다면 “패션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는 안목을 기르고 자신만의 사업 무기를 찾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 섣부른 창업을 피할 것을 조언했다.

전문가들도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확실한 아이템 또는 아이디어 없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쇼핑몰은 젊은 여성들에게 넓은 기회의 땅이자 수많은 수렁이 도사린 위기의 늪이기도 한, 두 얼굴의 시장인 셈이다.


방지현 객원기자 leina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