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베팅 늘어 위험부담 커져… 환 헤지가 안전 장치

최근 우리나라는 고유가, 고금리 그리고 원화 고평가라는 신 트리플 악재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국제 유가는 핵 농축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팽배해지면서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의 경우는 달러 금리가 연일 상승하면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로 인하여 국제 자본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갈 우려도 큰 상황.

결국 우리나라 역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간주되고 있다. 아울러 유가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래저래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마지노선 940원 붕괴

유가나 금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도를 가지는 것이 달러-원 환율이다. 달러-원 환율은 연초 1월에만 무려 50원이 하락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으며, 그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수출기업으로서는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던 950원 선마저 무너지는 등 연일 급락하는 양상이다.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하락하는 달러 값에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반대로 수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업체라면 날로 하락하는 환율에 시름만 깊어가는 형편이다.

문제는, 수출 기업들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호전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은 여전하고, 제로 금리 포기를 선언한 일본 엔화도 올해는 내내 강세를 보일 공산이 높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의 원화 역시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미국의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면 덩달아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환차손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해외 주식이나 채권 혹은 펀드, 아니면 해외 부동산 등과 같이 달러 표시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해외 펀드나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되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재정경제부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해외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는 6억5,000만 달러로 집계되어 작년 같은 기간의 6,000만 달러보다 무려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해외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가 급증한 것은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하여 해외 부동산 취득 조건을 크게 완화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정부는 올해 초, 해외 부동산의 취득한도를 기존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늘렸다가 3월에는 아예 한도를 전면 폐지한 바 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하여 달러 매수 수요가 몰리면 궁극적으로 환율의 하락세가 진정될 것을 노린 셈인데,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해외 부동산 투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자유로워지자 국내와는 달리 규제가 없는 해외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어난 것에는 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강화되고 또한 유가가 급등하자 특히 원유자원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개발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된다.

해외펀드 투자 사상 최고치 기록

한편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2월 중 21억8,050만 달러였던 해외 펀드투자가 3월에는 28억1,780만 달러로 늘어나며 한 달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였다.

또한 국내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세만을 이어왔기에 현 수준에서 추가로 매수하기에는 가격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기에 일선 창구에서는 주식형 펀드로 가입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는 해외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경향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하는 와중에 달러로 표시되는 해외 자산에다 투자하는 것은 자칫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더구나 국내 자산이 아니라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는 리스크도 감수하여야 하는데, 거기에다 환차손을 입을 리스크까지 감수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위험 수준이 높다.

따라서 환차손의 가능성을 막기 위하여서는 환 헤지를 해두는 것이 불가결한 선택일 것이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환 위험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서 환 헤지를 하는 것이 보편화되고는 있으나, 해외 펀드에 가입할 때는 환 헤지를 하는 것이 필수사항은 아니므로 투자자들은 반드시 이를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환율이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펀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이 환율이 하락할 리스크를 헤지하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 헤지라는 것은 미래의 환율을 고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환율 변동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환율이 연일 하락하였기에 환 헤지를 하였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의당 환 헤지를 할 때의 수익률이 높았다. 따라서 그로 인하여 투자자들의 헤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예컨대 두 해외 펀드가 똑같이 10%의 투자수익을 거두었다고 할지라도 환율이 7% 하락하였다면, 환 헤지를 해둔 투자자는 환율과 상관없이 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으나, 환 헤지를 하지 않았던 투자자라면 고작 3%의 수익만을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거꾸로 같은 기간 중에 환율이 상승(즉 원화 평가절하)하였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환율이 4% 상승하였다면, 똑같이 10%의 투자수익을 거둔 해외펀드에서도 환 헤지를 해둔 투자자는 환율과 상관없이 10%의 수익을 얻지만, 환 헤지를 하지 않았던 투자자는 10% 펀드 투자수익에다 5%의 환차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결국 헤지를 하면 환율과 상관없이 펀드의 투자수익을 전액 누릴 수 있는 반면, 환 헤지를 하지 않는다면 환차익을 얻을 수도 있고, 혹은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환 헤지를 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환 헤지를 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그의 선택에 따라 환율에 ‘베팅’하는 셈이다.

환율 상승을 기대한다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행위도 역시 환율에 대한 ‘투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리 익숙하지 않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안으면서 동시에 환율 리스크까지 감당한다는 것은 위험의 정도가 크다.

최악의 경우, 투자 자산은 자산대로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환율은 환율대로 하락한다면 손실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여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의 기회를 포기하더라도 환 헤지를 해두는 편이 보수적인 방법이요, 안전할 것이다.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 투자펀드는 운용사들이 스스로 환 헤지 수준과 방법까지 고안하여 상품을 구성하므로 투자자들은 따로 환 헤지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역외 펀드의 경우는 투자자 스스로가 환 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복잡한 것도 아니며 펀드에 가입할 때, 창구 직원에게 환 헤지를 요청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간단하게 환 헤지를 끝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환 헤지는 선물환 계약을 이용하는데, 대체로 1년 단위로 체결된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