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쟁 구도서 탈피, 잠재력 큰 해외 시장 선점에 역량 모아

▲ 미국 현지법인 힐리오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SKT.
‘레드오션을 벗어나 블루오션으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탈피, 아직 개척 여지가 많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것이다.

올 1분기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3,890여 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0% 선에 도달했다. 이러다 보니 현재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신규 고객 창출은 갈수록 버거운 반면 서로 경쟁사 고객을 뺏어오는 쟁탈전만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은 바로 이런 난국을 벗어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돌파구인 셈이다.

SKT, 이동통신 본고장 상륙

SK텔레콤은 이동통신 거대 시장인 미국에 상륙 깃발을 꽂았다. 현지 인터넷서비스 업체(ISP)인 어스링크와 지난해 1월 공동 설립한 합작 법인 힐리오(Helio)는 5월 19일 로스엔젤레스의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개통식을 갖고 미국 전역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미국은 800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이동통신 시장을 가진 데다 이동전화 보급률이 선진국 중에서도 비교적 낮은 72%에 그쳐 성장 잠재력도 크다. 게다가 아직까지 대부분 사업자들의 서비스가 음성통화에 치우쳐 있어 데이터 서비스 시장의 확대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런 까닭에 미국에 진출한 SKT의 공략 초점은 우선 멀티미디어 중심의 무선콘텐츠 서비스이다. 이미 SKT는 현지 고객들이 접해본 적이 없는 ‘킬러 콘텐츠’를 무기로 다른 사업자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았다.

SKT가 미국 고객들에게 제공할 특화 서비스로는 모바일 블로그, 무선 인터넷이며 현지 한인 동포들을 위해 한글 단문문자서비스(SMS)와 게임, 음악, 뉴스, 코리아타운 정보 등 한국형 콘텐츠도 서비스한다.

모바일 블로그는 6,8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 업체인 마이스페이스(MySpace)닷컴의 유선 블로그 서비스를 휴대폰으로 제공하는 것. SKT는 또 야후와 손을 잡고 검색, 뉴스, 금융, 메일, 메신저 등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SKT는 미국 시장 조기 정착을 위해 소매 유통망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마케팅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힐리오 자체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야후, 마이스페이스 등 전략적 파트너들과 공동 마케팅을 펼쳐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선다는 계힉이다. SKT는 2009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가입자 330만명, 연 매출 24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SKT의 해외 진출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베트남, 몽골,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SKT가 2000년 LG전자 등과 합작 설립한 SLD텔레콤은 2003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 서비스를 베트남에서 시작한 후 올 3월까지 약 4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SKT는 2008년까지 가입자를 무려 400만명 선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SKT의 베트남 사업은 이동통신 사업자뿐 아니라 단말기, 장비 업체들이 공동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공동 진출은 투자 부담과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이동통신 관련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외 진출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SKT는 1999년 몽골에 처음 진출할 때도 국내 업체와 현지 업체를 아우른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을 따낸 바 있고, 이번 미국 본토 상륙도 필링크·이노에이스 등 무선 인터넷 솔루션, 콘텐츠 관련 중소 IT업체 23곳과 손을 잡고 추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은 SKT의 궁극적인 공략 대상이다. SKT는 중국 2위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유니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향후 본격적인 중원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미 양측의 합작기업인 ‘유니에스케이’는 2004년부터 ‘U족부락’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중국 무선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SKT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만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다.

김신배 사장은 평소 SKT의 장기적인 청사진과 관련해 “비록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월드 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을 더욱 집중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TF, 컨설팅 수출에서 거점 확보로

국내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KTF의 해외 진출 발걸음도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바빠지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사업은 주로 해외 사업자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수출 방식에 치중했다.

2003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신생 CDMA 사업자인 Mobile-8에 네트워크, 마케팅, 무선 인터넷 등 컨설팅을 해준 이후 인도의 릴라이언스, 러시아의 NTC 등에 잇달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호주의 1위 사업자인 허치슨에는 망 관리 시스템 수출과 함께 11년간의 유지 및 보수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KTF는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거점을 확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 아시아 태평양 모바일 연합체에 참여한 KTF.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프리콤스’라는 합작법인을 세워 무선 인터넷 서비스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KTF는 기존 진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향후에는 미주와 유럽 지역에도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KTF는 해외 사업자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데도 열성적이다. 지난 4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8개국의 7개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출범시킨 ‘아시아 태평양 모바일 연합체(Asia Pacific Mobile Alliance)’에 KTF는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이 연합체는 국제 로밍 서비스 활성화 등을 목표로 결성됐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와 함께 사업협력 추진기구를 공식 발족시켜 해외 시장 공동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두 회사는 3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네트워크와 글로벌 로밍 등 5개 분야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KTF 관계자는 “NTT도코모와의 협력은 곧 상용화될 W-CDMA 서비스의 조기 정착과 양국 간 글로벌 로밍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 목적이 있다”며 “멀리 내다보면 중국을 포함한 거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공조 체제 구축이라는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SKT와 KTF에 밀려 3위에 처져 있는 LG텔레콤은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가 당면 과제인 탓에 아직 두드러진 해외 진출 움직임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내 무선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과 공동으로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 콘텐츠 수출을 개시한 것을 보면 글로벌 사업에 대한 ‘워밍업’은 시작한 셈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