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보험 · 마라톤 보험 · 커플 보험 · 미용실 보험 등 다양한 상품 출시

한 유통업체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식음료 및 빙과류 매출은 0도일 때보다 4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겨울철에 기온이 1도 내려갈 경우 정유, 전기업체는 약 3%, 의류업체는 2%, 해외관광은 0.5% 정도 매출액이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제품들은 기온의 높고 낮음에 따라 매출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날씨는 본디 변화무쌍한 법. 사람의 뜻대로 늘 따라줄 리 만무하다.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기상 이변은 계절 특수를 기대한 해당 업체들의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즉 날씨가 경영 활동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영업 실적을 하늘에 맡기는 ‘천수답 경영’을 할 수밖에 없을까. 옛날 같으면 어쩔 수 없이 그랬겠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날씨로 인한 위험 요인을 보험으로 얼마든지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손해보험 업계는 그동안 공동 개발해온 ‘날씨 보험’ 상품을 처음 선보이고 판매에 들어갔다. 이 상품은 지수(指數)화한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미리 결정된 지수와 실제 기상 현상에 따른 지수의 차이에 따라 계약상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형 날씨 보험이다.

빙과류·음료 등 여름대목 타깃 상품

여름철 이상 저온에 타격을 입기 쉬운 빙과류, 맥주 업체 등을 위한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가령 총액 6억5,0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날씨 보험에 가입한 A업체의 경우 7~8월 두 달간 하루 최고 기온이 29도 미만인 날이 35일을 넘게 되면 초과하는 날만큼 하루 2억5,000만원씩, 최대 50억원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돌려 받는다.

손보업계에서는 흔히 ‘손해 있는 곳에 보험 있다’는 말이 격언처럼 회자된다. 즉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비단 날씨뿐 아니라 어떤 대상이든 보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별별 특이한 보험 상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사회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특정 수요 계층에 맞춘 보험 상품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국내 손보업계에서 내놓은 이색 보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상품들 중에는 ‘인라인스케이트 상해보험’(동부화재), ‘런닝메이트보험’(메리츠화재) 등이 우선 눈에 띈다. 둘 다 인라인스케이트와 달리기로 건강을 챙기는 인구가 급증한 현실을 재빨리 읽고 출시된 상품들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국내 마라톤 인구는 약 400만명, 각종 대회 숫자도 200개에 가까울 만큼 마라톤이 대중화됐다”며 “런닝메이트 보험은 마라톤 동호인들의 평소 건강관리는 물론 대회 참가 때 입을 수 있는 불의의 사고 등을 보장하기 위해 출시된 상품”이라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극심한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데 일조한다는 취지로 ‘프로미라이프 큰별사랑보험’이라는 상품도 출시했다. 신혼부부 또는 출산을 앞둔 예비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이 상품은 보험 기간 중에 아기를 낳으면 최고 3%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가입자에게 주도록 설계됐다.

다이어트 보험 등 젊은층 관심 모아

연인들을 위한 ‘커플 보험’도 여러 업체가 내놓은 이색 상품 중 하나다.

이 보험은 연인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을 경우 또는 사고로 인해 데이트를 못하게 된 경우 위로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각종 부작용과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다이어트 보험’도 젊은 층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용실에서 퍼머나 염색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우연한 사고로 고객이 상처를 입었을 때 사업주나 헤어 디자이너가 부담할 비용을 보상해주는 ‘미용실 보험’도 눈길을 끈다. 이런 상품에는 삼성화재가 판매 중인 ‘뷰티샵 배상책임보험’ 등이 있다.

금강산관광 사업을 주도하는 현대그룹 산하 현대해상에서는 ‘남북한 주민왕래보험’이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 보험은 북한 지역을 여행하는 가입자가 방북 기간 동안 사고로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을 경우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모그룹의 사업을 뒷받침하는 성격의 보험인 셈이다.

현대해상이 출시 중인 상품 중에는 분쟁 지역에 파견되는 가입자의 위험에 대해 보장하는 ‘전쟁위험지역 신변안전보험’, 휴대폰을 분실, 도난, 파손 당했을 때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이동전화기 보상보험’ 등도 이색적인 보험들이다.

이처럼 손보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색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요 예측이 현실과 어긋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김동재 과장은 “통상 손해보험 상품은 사회 변화에 맞춰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개발, 시판된다”며 “하지만 항상 실용성이 있는 상품을 개발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