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선행지수도 3개월째 하락, 더블딥 현실화 우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생산지수와 경기동행지수, 경기선행지수 등의 해석을 둘러싸고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간에 경기의 재침체, 즉 ‘더블딥’과 관련된 논쟁이 불거진 바가 있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경제지표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경기둔화 가능성을 제기하여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예컨대 4월 초에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을 놓고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동행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경기선행지수도 떨어졌다는 이유로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물론 정부는 그런 주장에 대하여 즉각 반대의견을 밝혔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 4월 초, 방송에 출연하여 설 연휴가 속한 1, 2월의 특성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제지표가 하락하는 듯 하였지만 연휴로 인한 통계자료의 착시효과를 감안한다면 경기침체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민간경제연구소 중에서도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삼성경제연구원은 2월 경기지표가 1월에 비해 부진하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경기는 확장 국면에 놓여 있으므로 경기 회복세가 꺾인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삼성경제연구소는 더블딥은 아닐지라도 경기 모멘텀이 점차 약화되고 있으니만큼 올해 경기의 ‘상고하저’ 형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은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는 있다.

4/4분기 경기하락세 본격화 의미

그런데, 경기 재침체 여부를 떠나 특히 삼성경제연구소가 지적한 우리나라 경제의 ‘상고하저’ 양상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IMF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확장 국면이 2년 이상 이어진 경우가 없었던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2005년의 GDP 성장률은 1분기 2.7%, 2분기 3.2%, 3분기 4.5%, 그리고 4분기에 5.3%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그러기에 올해 1분기에 정부 예측대로 6.5%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2분기에 6%의 성장률을 거두게 된다면, 정작 7월부터 시작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둔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의 전체 경제성장률을 5%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미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5%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룩하였다면 3분기와 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필연적으로 둔화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여하간 당시만 하더라도 똑같은 통계자료를 두고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간의 해석이 달랐고, 또한 민간경제연구소 간에도 각각 받아들이는 바가 달랐으나, 일단 경기 재침체에 대한 논쟁은 수그러들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만큼 일단 한 달을 더 기다려 5월에 발표되는 4월 중 산업생산동향, 경기동행지수, 경기선행지수 등을 확인한 연후에, 재차 경기의 향방을 따져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러고서 이제 다시 한 달이 되었고, 지난주 통계청은 산업생산지수, 경기동행지수, 경기선행지수 등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살피면, 지난달 일부에서 우려하였던 경기의 둔화 양상이 조금 더 명백해지고 있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2월부터 12개월 연속 상승세였던 전년동월비 경기선행지수가 4월에도 5.9%로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 두드러진다.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지표로 사용되는데, 수출신용장 도래액, 주식시장, 건설수주액 등을 망라하여 작성된다.

특히 경기동행지수와는 달리 경기선행지수는 한 번 하락세로 돌아서면 좀처럼 상승세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결국 이달에도 또 전월대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로 인하여 하반기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도 조심스러운 태도로 바뀌었다.

최인근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선행종합지수 전년동월비가 2분기 정도 더 하락세를 보이면 앞으로 8~14개월 후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르면 올해 4/4분기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든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경기선행지수, 경기동행지수뿐 아니라 산업생산 등 여타 경제지표들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4월 전월대비 생산은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소비는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자동차업종은 생산, 출하, 소비가 감소하고 재고는 늘고 있어 전형적인 부진의 골로 접어드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선박·건설 부진 두드러져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핀다면 4월 생산은 자동차, 선박 등에서 부진해 전월대비 1.5% 감소했다. 물론 산업생산의 경우, 변동성이 큰 편이므로 이번 달에 감소하였다고 하여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예컨대 올해만 하더라도 1월에 6.5% 증가하던 것이 2월에는 4.4% 감소로 돌아섰고, 그러다가 다시 3월에 0.9% 증가로 나타난 바 있으니 4월에 1.5% 감소하였다고 하여 경기가 곧장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것은 의당 아니다.

당장 5월에 재차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산업생산이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이처럼 다달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거듭하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소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비는 1~2월에는 전년동월비 감소하던 양상에서 3월에는 1.4% 증가하였으나 이번 발표에 포함된 4월 중 동향으로는 고작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감소하지 않았기에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0.1% 증가한 것을 두고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이에 따라 소비를 늘려가는 모습은 아니라는 뜻이다.

소비 부문에서도 자동차가 문제의 원천이다. 승용차 소비가 특히 8.5%나 감소했기 때문. 설비투자 부문에서는 전년동월비 7.3% 증가하여 다소 숨통이 트이는 모습인데, 특수산업용 기계, 정밀기기 및 컴퓨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자동차 산업과 건설부문의 부진이 경제성장률 둔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설경기는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다.

특히 건설수주가 크게 감소하는 양상이다. 건설수주는 3월에는 전년동월비 무려 34.5%나 감소하였는데, 4월에도 역시 전년동월비 1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건설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종합한다면 자동차 부문의 부진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여하간 국내 산업생산이나 소비가 둔화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세 달 연속 하락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하반기의 경기둔화를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다. 물론 경기선행지수 역시 해석하기에 따라 반드시 경기둔화로 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2004년의 경우에도 1분기에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한 바가 있는데, 그것은 당시 중국의 긴축 움직임과 선진국의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일시적인 움직임이었다는 것.

따라서 지금의 경우도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째 하락하고는 있으나 그것이 하반기 경기의 실질적인 하락을 예고하기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이요, 경기의 상승국면 속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조정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주식투자 등 금융시장서 보수적 태도 바람직

그러나 역시 모든 것을 떠나서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작금에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를 토대로 할 때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된다.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도 있고, 또한 정부측에서도 경기둔화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경제지표 그 자체로는 하반기 경기 둔화에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가 감소하고, 건설수주가 줄어들면서 경기선행지수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무시할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