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에서 1,000원으로… 이통사 "그럴 수 없다" 반발

“휴대폰 가입자들에게 영화 한 편 보는데 2,000원씩 할인해 주다 보니 극장은 남는 게 별로 없어 힘들다.” (극장 측)
“이동통신사만이 고객을 위한 할인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다.” (SKT,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측)

이르면 7월께부터 극장에서 영화관람을 하는 고객들이 이동통신 제휴카드를 통해 제공받는 할인 혜택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재 휴대폰 가입자들은 영화 관람시 제휴카드를 통해 2,000원씩을 할인받고 있지만 할인 금액이 이보다 깎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

최근 서울시 극장협회는 1인당 2,000원 선인 이동통신사 제휴 할인카드(멤버십카드)의 분담금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이 같은 의사를 업체들에게 공문으로 통보했다.

서울시 극장협회측은 "수익성에 분담금이 치명적이다"며 "제휴카드 할인폭을 1,000원으로 낮추고 이를 이동통신사가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와 대다수 극장들이 할인해주고 있는 제휴카드 할인폭은 2,000원 선이다. 이중 극장이 45%인 900원 가량을, 이동통신사는 55%인 1,100원 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현재 할인 제도에 대한 양측 간의 계약은 5, 6월에 집중돼 있어 계약 만료 전 원활한 타협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할인서비스 제공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T 경우는 대부분의 극장들과 이미 5월 말에 기존 계약이 만료됐지만 6월까지 한 달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합의한 상태. KTF, LG텔레콤은 6월 말 계약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휴카드가 있으면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찾아 오는 효과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자체적으로 부담하면 될 것을 극장까지 끌어들여 부담을 나누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 극장협회 최백순 상무는 “이동통신사들이 영화 관람객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만 시행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굳이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극장들에까지 부담을 덧씌우지 말라는 것.

극장측 "수익성 악화" 주장

극장협회의 주장은 극장들의 수익성 악화라는 논리적 배경을 깔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 관중 돌파가 1,200만이고 극장 수익이 몇 백억씩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제작사에 입장 수입의 절반을 떼주고 할인해 준 금액을 빼면 그보다 훨씬 못미치지요.” 극장측은 “영화 제작비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극장측의 부담 또한 늘어만 간다면 그 차액을 어떻게 메우느냐”고 반문한다.

1년 내내 관람객들에게 2,000원씩 할인해 주는 것이 과연 영화산업 전체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냐는 의문도 역시 제기된다.

이동통신사와 극장 간의 이번 갈등이 불거진 데는 극장측의 누적된 불만도 크게 작용한다. 해마다 이동통신사에서 극장측에 요구해온 부담 금액이 늘어만 왔기 때문이다.

SKT 경우 1999년 TTL카드로 극장 관람객들에게 할인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극장의 부담은 한 푼도 없었다. 하지만 할인 수혜자가 늘고 시장에서 제휴카드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극장에 요구하는 부담액이 늘어났다.

2002년 300원이던 부담금은 이후 해마다 200원씩 늘어 500원, 700원을 거쳐 지금은 최고 900~1,000원까지 됐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의 입장은 극장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제휴카드를 통해 고객은 할인서비스를 제공받고 극장에는 손님이 더 많이 오는 효과를 거둔다”며 “상호 부담과 수혜가 제휴의 취지인데 한쪽만 부담하라 하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반면 극장측의 입장에도 한치의 양보가 없다. “500원이든 1,000원이든 이동통신사가 부담할 수 있는 만큼만 부담하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동통신사는 휴대폰 사용 요금의 일정 부분을 적립, 차감해 가는 방식으로 할인 부담을 지지만 극장측은 순수하게 현금 부담을 진다고 하소연한다. 때문에 워낙 양측의 대립이 팽팽해 서로 합의를 못하고 있다.

극장업계 일각에서는 심지어 ‘관객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현재 상태의 할인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강경론도 대두하고 있다. 또 ‘현재 7,000원인 극장 관람 요금에서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2,000원을 할인해 주느니 아예 제휴없이 6,000원으로 요금을 내리는 것이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할인율 낮출 경우 부담은 소비자 몫

일부에서는 양측의 갈등에 대해 이동통신사는 ‘울고 싶던 차에 뺨 맞았다’는 분석도 한다.

처음 마케팅 확대 차원에서 영화 관람료 할인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휴대폰 가입자와 제휴카드 할인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를 줄여야만 할 상황에 처했다는 것. 고객과의 약속 때문에 유지는 해야 되고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자니 돌팔매를 맞을 것 같은데 극장 측이 먼저 나서 주니 속으로는 고마울 수도 있다는 것.

실제 얼마 전 이동통신사와 빵집 간의 제휴카드 할인을 놓고 빚어진 갈등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결국 이동통신사가 예전까지 20%의 할인을 제공하던 것을 10%로 낮추게 된 결과로 종결됐는데 이번 극장 관람료 할인 건도 비슷한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에 대해 SKT 홍보실 고창국 차장은 “현재까지 극장 입장료와 관련, 할인 혜택 축소는 검토한 바 없다”며 “마케팅 비용을 무제한 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고객 이용 금액이나 수혜 계층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SKT측은 오히려 그동안 대도시 주요 극장에 치중되는 할인 혜택을 도시 외곽 등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