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 지속 등으로 투자심리 위축, 세계 증시 동반 폭락

현충일로 휴일이었던 지난주 6월6일, 우리나라의 주식투자자들은 아침에 눈을 떠, 간밤에 벌어진 뉴욕 증시의 움직임을 확인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였다.

하룻밤 사이에 다우지수는 거의 200포인트나 추락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무려 40포인트 이상의 폭락세를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6일이 현충일로 휴일이 아니어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개장되었더라면 생각만 하여도 끔찍한 일. 뉴욕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그대로 전해져 코스피지수나 코스닥지수 역시 폭락하는 양상을 면치 못하였을 터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휴장이어서 직접적인 충격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고, 투자자들은 잠시 동안이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휴장이었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제외한다면, 그날 개장된 아시아 각국의 증시는 뉴욕 증시 폭락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니케이지수는 6일 하루 동안 1.81% 급락하면서 4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였고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각국의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특히 올해 들어 이머징 마켓의 선두주자로 떠오르다 5월 초, 과열 분위기를 우려한 매도세로 말미암아 급격히 하락세로 주저앉은 인도 증시의 경우는 충격이 더 컸다.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하였다는 소식에 전해지자 뭄바이 증시의 섹서스 지수는 급격히 하락하여 결국 전일보다 3% 가량 내리며 지수 10,000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섹서스 지수는 5월 초 12,671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추락세를 거듭하고 있으니 한 달여 동안 단기간에 무려 25% 이상 폭락하고 있는 셈이다.

조정장세로 불안한 투자심리, 폭락으로 이어져

이처럼 뉴욕의 주가가 하락하고, 그로 인하여 아시아증시가 추락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5월 초부터 세계 증시가 조정장세로 접어들어 다소 불안한 투자심리인 데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달러 금리와 관련된 강경 발언을 내놓아 투자심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시각으로 6월5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금융콘퍼런스에서 “미국경제가 성장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있어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하여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그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금리의 인상 행진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급기야 하룻밤 사이에 다우지수는 1.77%, 나스닥지수는 2.24%나 급락했던 것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나스닥지수의 움직임과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이 거의 같은 궤도에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이는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태가 나스닥지수와 연동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의 원천이 상당부분 이머징 마켓 투자를 위한 뮤추얼 펀드로부터 비롯되는데 나스닥지수, 다우지수 등을 비롯한 미국 증시가 흔들릴 경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이머징 마켓 뮤추얼 펀드의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러기에 이런 뮤추얼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환매요구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환매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머징 마켓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여야 하고, 이는 결국 현물 주식의 매도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주가가 움직이면 덩달아 우리나라의 주가도 움직이게 된다.

아울러 이렇게도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입장으로 보아서는 커다란 시장인데, 미국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결국 미국의 경기가 나빠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반가울 리 없는 뉴스이고 결국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여하간,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거니와 특히 버냉키 FRB 의장의 발언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그가 미국의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발언한다면 당연히 전 세계 주식시장에게는 반가운 호재가 될 것이며, 반대로 그가 미국 경제의 인플레가 심화되어 금융긴축을 통하여 인플레를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발언한다면 즉각 전 세계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바라지 않던 발언을 6일 버냉키 의장이 하였으니 충격이 컸던 것이다.

사실 미국의 달러 금리는 그린스펀 전임 FRB의장이 재임하던 시절에 연 2.25%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하였으나 이후 꾸준히 인상되어 왔다. 미국의 경기도 서서히 회복되었고, 아울러 인플레 심리가 살아나고 있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로서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달러 기준금리는 16차례나 인상되었고, 이제는 5%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달러 금리 인상으로 경기 위축 가능성

달러 금리가 어디까지 인상될 것인지를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로 시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달러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도달하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중립금리란 성장을 부추기면서도 동시에 인플레를 진정시킬 수 있는 금리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잠재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것으로 구해진다.

미국의 경우, 달러의 중립금리는 기준금리로 따져 5% 내외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정설이었다. 바로 지금의 금리가 5% 수준이므로, 이제는 FRB가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한 최근, 마지막으로 0.25% 금리를 인상하여 기준금리를 5%에 올려놓은 지난달 5월10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도 인플레 억제를 위해 추가 긴축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결국 합의하기는 했으나 금리가 중립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을 몇몇 위원들이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지금의 달러 금리가 적정수준이며, 더 이상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달러 금리가 더 오른다면 경기가 위축될 것이고, 기업으로서는 금융비용이 증가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의당 주식시장으로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버냉키의 발언이 나오기 이전만 하더라도 시장은 다소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오는 6월28일과 29일 양일간에 걸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달러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여 5.25%로 만들 것으로 보는 의견이 50% 수준이었던 것.

하지만 버냉키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금리의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비율이 75%로 크게 높아졌다. 더구나, 문제는 이번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지의 여부에 있지 않다. 향후에 대체 언제쯤 달러 금리의 인상행진이 중단될 것이냐는 것. 그것이 더욱 중요한 관심사이다.

달러 금리야 끝없이 인상될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지금처럼 언제 인상 행진이 중단될지 모르는 채 오를 가능성만 많아진다면 주식 투자자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중순에 발표된 미국의 4월 중 소비자물가지수는 시장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나 인플레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냈고, 이로 인하여 미국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그 이후로 다우지수, 나스닥지수는 고점에서 한참이나 추락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주가 역시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하여 미국의 인플레가 이어지는 한, 달러 금리는 인상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을 터이고, 이는 결국 전 세계 주식시장에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올 여름 하한기는 주가가 지루한 조정의 터널에 갇혀있을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