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다이어트·노화방지 등 웰빙 컨셉트로 젊은 층에 어필

“매실 이후 음료 시장에서 차기 최고 히트상품 자리는 식초 음료가 차지할 것이다”

웰빙 트렌드로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식초 바람이 음료 시장에 본격 상륙했다. 지난해 물에 타 먹는 희석식 음료로 인기를 끌던 식초 음료가 편의점에서도 쉽게 사서 마실 수 있는 음료 타입의 대중 음료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

소리 소문 없이 식초 음료가 좋은 반응을 보이자 음료 업계에서도 서둘러 신제품을 내는 등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과연 식초 음료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것은 음료업계에서 꾸준히 던져 온 질문이다. 식초가 몸에 좋은 줄은 누구나 알지만 소비자들이 음료로서 식초를 찾아 마시겠느냐는 단순한 의문에서다.

밑바탕에는 몇 년 전 식초 바람이 불었을 때 음료업체에서 감식초 음료를 내놨다가 실패한 쓰라린 경험도 도사리고 있다.

음료 업체 신제품 경쟁

지난해 유명 TV 건강프로그램이 식초가 피로회복과 노화방지, 항암작용 등에 좋다는 효능을 소개하면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희석식 식초음료의 등장.

대상에서 ‘청정원 마시는 홍초’를 출시하면서 붐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후 DHC코리아의 ‘DHC 현미흑초음료’ 오뚜기의 ‘흑초’ 샘표의 ‘샘표 마시는 벌꿀흑초’ 등이 잇따라 시장에 선보였다.

주로 조미 식초를 만들던 이들 업체가 내놓은 이들 식초 음료는 희석식이란 것이 특징. 물에 타서 음료로 마시기 때문에 건강 이미지는 강하지만 그동안 음료 타입으로는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요즈음엔 신맛을 개선하고 기능성도 대폭 가미했다.

이런 흐름에 가장 먼저 동참한 음료 업체는 한국야쿠르트. 지난해 음료 타입의 식초 음료인 ‘女in美’를 내놓았다. 사과초와 장미, 석류 3가지 종류로 피부미용 및 다이어트 등 여성들을 위한 기능성 형태의 저칼로리, 고칼슘, 식이섬유 음료란 점으로 어필하고 있다.

또한 매실 음료로 음료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웅진식품도 지난달 두 가지 타입의 식초 음료 ‘그녀의 초심’과 ‘그의 흑심’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제품은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정용진 교수팀에서 개발한 비열처리 발효공법으로 생산된 현미생식초와 현미 흑초를 주원료로 사용했다. 특허공법 기술로 생산돼 현미의 효소 단백질 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은 우수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누룩냄새가 없어 식초 음료의 맛과 향을 좋게 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롯데칠성 역시 한 발 앞서 ‘웰빙 현미흑초’를 내놓았고 동원F&B와 CJ도 최근 식초 음료’녹차빈’ ‘토미토빈’과 ‘미초’를 발빠르게 내놓으면서 시장에 동참,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업계에서 식초 음료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근거는 일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마시는 식초 음료가 보편화된 음료 카테고리로 정착, 연간 수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04년에는 일본 30대 히트 상품 중 식초 음료가 포함됐을 정도다. 일본에서 식초음료의 성공을 지켜 본 국내 업체들이 이제는 차세대 음료로 식초 음료를 내심 떠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식초 음료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식초가 몸에 좋은 건 다 알지만 조미료로 주로 쓰이던 신맛의 식초를 누가 음료로서 선호하겠냐는 것.

때문에 음료업계가 취한 첫번째 전략은 ‘식초 음료이면서도 식초 음료이기를 감추는 것’이다.

제품 이름이 우선 식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줄 만큼 웰빙을 강조했고 여성취향으로 감성적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여인미’는 식초 음료라는 이미지는 하나도 없이 차별화된 고기능성 여성미용 음료임을 강조한다. 여성의 아름다운 허리선을 강조한 슬림용기를 사용하고 투명성을 강조한 풀바디 레이블을 채택한 것도 같은 이유.

한국야쿠르트 이장성 홍보팀장은 “아직은 시장이 미미하지만 식초 음료의 성장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다.

또 웅진식품의 ‘그녀의 초심’ ‘그의 흑심’ 이름도 식초의 느낌은 전혀 없이 산뜻하기만 하다. 롯데칠성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웰빙현미흑초’에서 서둘러 이름을 ‘사랑초’로 바꿔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름을 지어낸 웅진식품 김미경 마케팅팀장은 “식초를 음료로 마신다는데 대해 일반인의 거부감을 깨뜨리는데 중점을 뒀다”며 “이름에 대한 반응이 좋아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식초 음료에 대한 거리감이 없어졌다”고 진단한다.

과일향 배합으로 신맛 거부감 없애

식초 음료는 맛에 있어서도 세심한 배려가 이뤄졌다. 바로 식초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신맛이 강한 저항을 어떻게 완화하느냐의 문제를 해결한 것. 해답은 과일향과의 배합으로 최적의 맛을 찾아내는 것으로 귀결됐다.

사과초가 들어간 한국야쿠르트의 ‘女in美’는 석류와 장미 등 관련 3개 제품 중 가장 높은 판매를 올리고 있다. 또 웅진식품의 ‘그녀의 초심’ ‘그의 흑심’도 식초 함량을 4%로 조정하고 유자와 석류, 오미자 등 과일과 꿀로 맛을 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식초 음료는 벌써 시장에서 강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女in美’는 월 평균 35만개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웅진식품도 올해 100억~2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업계 전체 매출로는 수백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웅진식품 조규철 홍보팀장은 “식초라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우회적인 브랜드 표현, 맛과 향의 차별화를 통해 식초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젊은 감각의 신개념 음료로 식초음료가 인식되고 있다”며 “식초 음료가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차세대 음료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