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관련 도마 위에… 줄소환 예고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사건에 대해 금융당국의 묵인이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헌재사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외환은행 매각주역 `3인방'의 한 사람인 변양호(보고펀드 공동대표)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구속한 데 이어 이강원(한국투자공사 사장) 전 외환은행장, 김석동(재경부 차관보) 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이들 3인방은 모두‘이헌재사단’의 일원이다

검찰은 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도 16일 출국금지 조치를 한 뒤 소환을 예고, ‘이헌재사단’의 수장까지 검찰 수사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는 형국이다.

‘이헌재사단’이란 중요 경제정책 결정과 집행 분야에 넓게 포진된, 이헌재 전 부총리와 학연ㆍ지연 등으로 얽혀 있는 인물들을 일컫는다. 이 전 부총리가 1998년 초대 금융감독위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경제부총리 등을 맡으면서 함께 일한 관료들과 각계 전문가 그룹, 그리고 서울대(법대)와 경기고 인맥이 주축이다.

‘이헌재사단’의 고위 관료 출신으로는 이정재 전 금감위원장, 정기홍 전 금감원 부원장,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 등이 꼽힌다.

이정재 전 위원장은 99년 이 전 부총리가 “내가 가장 총애하는 사람은 이정재다”고 할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으며 부원장으로서 위원장이던 이 전 부총리를 든든히 보좌했다.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있다.

정기홍 전 부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하는 통합기획실장을 맡아 매끄러운 일처리로 능력을 인정 받으며 이헌재 사단의 멤버에 들어갔다. 정 전 부원장은 공적자금 10조2,500억원이 투입된 서울보증보험에 2005년 4월에 사장으로 취임, 그해에 사상 최대인 5,19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세간을 놀라게 했다.

금감위 대변인을 맡아 ‘이헌재의 입’으로 통했던 김영재 전 솔로몬신용정보 회장은 이 전 부총리의 심중을 가장 잘 헤아리는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재 칸서스자산운용사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헌재사단’은 외환위기 당시 금감위원장이던 이 전 부총리가 구조조정을 위해 발탁했던 민간 전문가 그룹이 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김상훈 전 은행감독원 부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이 전 부총리 캠프의 멤버로 활약했으며 국민은행장을 거쳐 한국CFO(기획 및 재무 담당 부사장)협회 회장으로 있다.

서근우 하나은행 부행장은 이 전 부총리가 초대 사장을 지낸 한국신용평가(한신평)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인물로 이 전 부총리가 금감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조개혁기획단 심의관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맡아 치밀한 일처리로 신망이 높았다.

이성규 코레이(KorEI) CKO(최고지식책임자)도 한신평 출신으로 98년 당시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초대 사무국장으로 대우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등을 주도했으며 국민은행 부행장을 거쳤다. 그는 ‘이헌재식 경영철학’이라는 저서를 출간한 측근이다.

최범수 한국개인신용(KCB) 부사장은 한신평 시절 이 전 부총리와 인연을 맺었으며 국민은행 부행장 때 이 전 부총리의 연설문을 도맡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자문관을 지낸 권재중 SC제일은행 상임감사위원도 ‘이헌재사단’에 속한다.

금융권에서는 박해춘 LG카드 사장,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 정태석 광주은행장, 정의동 증권예탁원 사장, 금융통화위원회 강문수ㆍ이덕훈ㆍ이성남 위원 등이 ‘이헌재사단’으로 분류된다.

박해춘 사장은 이 전 부총리가 금감위원장 시절 삼성생명 상무로 있던 그를 파산위기에 몰린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스카우트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기홍 부행장은 이 전 부총리가 금감원장 때 금감원 부원장보로 영입한 인물로 외환위기 이후 보험업계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전홍렬 부원장은 재무부 이재국, 금감위 규제심사위원회 위원,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거치면서 이 전 부총리와 인연을 맺었다. 정의동 사장은 옛 재무국 국고국장 출신이고 박종수 사장과 정태석 은행장은 각각 이 전 부총리의 경기고와 서울대 후배다.

이성남 금융통화위원은 69년 씨티은행에 입사한 이래 은행에서 영업을 해오다 98년 이 전 부총리가 금감위원장으로 있을 때 금감원 간부(검사총괄실장으로 발탁)로 데려온 인물로 알려졌다.

이덕훈 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팀장일 때 이 전 부총리와 인연을 맺은 뒤 우리은행장을 역임했다. 사석에서는 이 전부총리를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강문수 위원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뒤 98년부터 KDI에서 연구활동을 해오다 이 전 부총리에 의해 발탁됐다.

이밖에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 전 부총리와 40년 지기인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 한빛은행장을 지낸 김진만 액츠투자자문 부회장,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 최명희 외환은행 감사 등도 ‘이헌재사단’ 으로 분류되고 있다.

옛 재무부에서 같이 공직생활을 했으며 주택은장을 지낸 신명호 HSBC은행 회장, 이강륭 전 조흥은행장도 이 전 부총리와 가깝다. 론스타 자회사로 매각 작업에 개입했던 론스타어드바이저 코리아의 유회원 사장과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아 매각을 최종 추인한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 전 부총리의 경기고 후배다.

‘이헌재사단’은 한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엘리트집단으로 98년 IMF 위기 극복과 금융구조 개혁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파워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행한 과오도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이 ‘헐값 논란’에 휩싸이고 일부 인사가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이에 앞서 불거진 ‘김재록게이트’에는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해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 등 ‘이헌재사단’의 핵심 인물들의 이름이 오르내려 후유증이 남은 상태다.

아직도 관·재계에 남아 있는 일부 ‘이헌재사단’’이 ‘모피아(MOFIA:재정경제부 영문약자인 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완전 해체의 수순을 밟을지 기로에 서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