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라싸까지 이틀이면 도착, 티베트 실질지배 강화

중국은 역사에서 원래 주변 민족에게 종주권을 요구하되, 위협이 되지 않으면 구태여 정복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 중국 특유의 종주번속 관계인데 그 예외인 경우로 야랑(夜郞)이 있다.

전국시대 중국 서남부에 있던 야랑국은 한(漢)나라의 힘을 모르고 대항했다가 그만 병합되고 만다. 지금 이들의 존재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우매하고 자만에 빠진 것에 비유한 ‘야랑자대(夜郞自大)’란 말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티베트가 현대판 야랑이 될 위험에 놓였다. 독립성향이 강한 티베트 문제는 중국이 풀지 못한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였다. 이 티베트 독립세력을 향한 중국의 ‘칼’이 마침내 완성됐다. 베이징에서 티베트 자치구 중심도시인 라싸까지 이틀이면 완주하는 철길이 뚫린 것이다.

완공된 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리는 칭짱철도. 1일부터 운행에 들어간 이 철도는 거얼무에서 티베트 자치구의 중심도시인 라싸까지 총연장 1,142km, 평균 해발고도 4,500m에 달한다.

철길을 깐 가장 높은 지점은 5,072m로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던 페루철도의 4,817m보다 255m가 더 높다. 이 구간은 1984년 칭하이성 시닝과 거얼무 간 814km 개통에 이은 것으로 당시 공사를 시작한 지 12년의 대역사 끝에 완공됐다.

12년 대역사 완공, 한족 대이동 예상

중국이 이 철도를 티베트 병합 7년 뒤인 1958년에 착공했다는 점은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케 한다. 이런 때문인지 중국이 이 철도에 들인 노력은 불가사의할 정도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대장정이라 할 만하다.

투입된 비용은 40억 달러를 넘고 하루 3만 명의 인력이 동원돼 살을 에는 듯한 날씨와 숨조차 쉬기 힘든 여건에서 하루 1km의 강행군을 계속했다. 일부 구간에선 섭씨 영하 35도의 추위 속에서 산소통을 매고 작업해야 했다.

삽조차 들어가지 않는 동토에서 작업이 어려워지자 고가를 건설하거나 둑을 만드는 방법이 동원됐다. 중국이 칭짱철도의 완공을 대서특필하고 세계에 자랑하는 한 측면에는 이런 난관공사를 끝낸 기술의 승리라는 자부심이 섞여 있다.

칭짱철도에 투입된 열차가 일반 열차와는 다른 구조를 갖는 것에서도 공사의 어려움은 짐작할 수 있다.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열차 창에는 자외선 차단막이 설치되고, 일반 여객기처럼 산소 공급시설 등 증압장치도 갖춰져 있다. 또 4,000m이상에선 공기가 희박해져 힘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돼 열차가 최대속도 120km를 유지하려면 연료소모가 그 만큼 늘어난다.

원래 이 길을 달려보길 원한 사람은 40여 년 전 마오쩌둥이었다. 칭짱철도를 시승하게 될 후진타오 국가주석으로선 남다른 감회에 젖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그는 1988~92년에 라싸의 당서기로 근무하면서 티베트 독립세력의 저항을 강경 진압한 적이 있다.

이제 다시 티베트에서 독립운동이 발생한다면 인민해방군이 칭짱철도를 타고 즉각 파병된다. 베이징 서부역에서 출발하면 47시간 28분 뒤에 라싸에 도착하게 된다. 칭하이에서 라싸까지는 26시간 23분이 소요된다.

이는 독립 지지세력들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중국으로선 소요사태를 사전 차단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칭짱철도의 이런 군사전략적 가치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보다 실질적인 지배를 가능케 할 전망이다.

그러나 철길을 따라 티베트의 높은 장벽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군대가 아니라 한족이다. 중국 당국은 어느 지역보다 강한 티베트의 반 중국 감정을 무마하기 위한 한족의 대이동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족의 이주는 티베트 경제를 점령하고, 티베트 고유 문화를 말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는 중국정부의 흑심이겠지만 티베트인의 한족 융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2001년 신장위구르에도 철길이 놓이면서 이동해간 한족은 현지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 경제적 지배의 강화를 우려하는 티베트 독립 운동가들은 칭짱철도 개통을 반대하고 있다. 8만~14만으로 추산되는 티베트 망명자들은 철도 개통에 맞춰 세계의 중국 영사관 등의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1959년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가 최근 중국 정부와 벌이는 자치권 협상은 쉽게 진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칭짱철도의 효과는 당초 의도보다 훨씬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중국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고원에 위치한 티베트는 산소마저 희박해 일반인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신비스런 곳으로 남아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현재 연간 180만 명 수준에서 향후 5년 뒤에는 53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70만 명 수준인 티베트 인구의 두 배나 되는 외지인들이 찾는 셈이다.

철길을 따라 내륙물자의 유통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티베트에서 시멘트는 톤당 86~111달러인데 중국의 다른 지역에선 37달러에 불과하다. 물류비용이 감소하면 인구밀도가 낮고 가장 낙후된 티베트에도 개발 붐이 일게 된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해온 동부와 격차 극복을 위해 서부개발사업이란 이름으로 내륙개발에 나선 중국으로선 최근 완공한 산샤(三峽)댐과 함께 ‘Go West(서부로 가자)’의 고삐를 더욱 죄게 됐다.

친디아 철도 추진, 남아시아 전략 교두보

또한 한반도의 6배가 넘는 크기의 티베트 지역에 처음으로 부설된 칭짱철도는 중국의 남아시아 전략에 교두보로도 활용된다.

티베트 고원을 넘어가면 네팔과 부탄, 인도, 방글라데시가 눈 앞에 놓이게 된다. 중국은 칭짱철도를 인도 쪽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친디아 철도’를 인도측과 논의 중인데 향후 5년내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대륙을 연결하는 이 철도는 상하이에서 출발해 시안, 라싸를 거쳐 네팔의 카트만두에 이른 다음 인도로 향해 뉴델리와 뭄바이로 달리게 된다.

칭짱철도의 후유증으론 환경훼손 문제가 거론된다.

철도의 동토구간은 550km인데 벌써 고원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얼음층이 녹고, 지반 침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원의 초지는 표토층이 얇고 한번 파괴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탓이기도 한데 현지의 동토층은 1년에 2cm씩 얇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50년 뒤에는 칭짱철도의 철길이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베트 지역에 300억 배럴 규모의 원유가 매장된 것은 향후 개발을 부추켜 환경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요인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