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에 따른 주식 투자 전략 - 저점통과 가능성 높은 IT · 자동차 · 기계 · 조선 등 주가 상승 예측 많아

일본의 니코증권 투자분석부장과 니코투자신탁의 고문을 역임하고, 일본금융신문이 선정하는 베스트 주식 애널리스트 베스트 5에 오랜 기간 오르기도 하였던 우라가미 구니오(浦上邦雄)는 주식시장도 하나의 경기 사이클처럼 일정한 순환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그는 주식시장을 경기순환 사이클과 연관하여 금융장세, 실적장세, 역 금융장세 그리고 역 실적장세의 네 국면으로 구분하였다. 그의 이러한 구분법은 주식시장에서는 이제 거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웬만한 투자자라면 금융장세 혹은 실적장세라는 용어를 별다른 저항감 없이 사용한다.

금융장세란 주식시장으로 몰려드는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장세를 말하고, 실적장세는 기업의 실적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되는 국면을 의미한다. 그리고 역 금융장세는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국면이고, 역 실적장세는 이제 실적마저 나빠지면서 주가가 거의 바닥권에 이르는 국면을 뜻한다.

우라가미의 주장은 결국 이러한 주식시장의 4계절을 잘 구분하여 그에 걸 맞는 투자전략을 구사하여야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금융장세에서는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니만큼 실적보다는 절대적인 주가 수준이 더 중요하다.

금융장세에서는 주가 수준이 낮아서, 그 주식이 투자자들에게 싸다고 인식될수록 매수세가 몰리고 이로 말미암아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느 정도 주가가 오른 다음에는 더 이상 절대적인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때부터는 금융장세가 끝나고, 실적장세로 전개되는데, 이러한 실적장세에서는 실적에 따라 주가의 차별화가 진행되는 것인 만큼 실적이 개선되는지, 그리고 향후 실적 전망은 어떤지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된다.

증시 실적장세에 돌입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그의 이론을 적용한다면, 다소간 이론의 여지는 있을 수 있으나 지금이 대체로 실적장세에 속한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이전까지는 낮은 금리로 말미암아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고, 그러한 자금의 유입이 주가를 한 단계 위로 밀어올린 것이 사실이다.

즉 금융장세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내 보였던 것. 그리고 작년에 크게 인기를 모았던 적립식 펀드가 금융장세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돈의 힘’이었던 터. 낮은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이러한 펀드를 바탕으로 국내 기관들의 매수세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였고, 이로 인하여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금융장세의 열기가 어느 정도 사그러들었다. 연초부터 4월까지 조정국면이 이어졌고, 이후 상승세가 나타나는 듯 하더니 다시 5월 이후 조정국면이 재차 이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금융장세만으로 주가가 오르던 시기는 끝났다고 말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실적보다는 절대적인 주가 수준이 낮으냐 아니냐가 판단의 주된 근거였으나 이제는 무턱대고 주가가 낮다는 것으로 매수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장의 환경이 바뀐 것은 무엇보다도 금리가 올랐고, 주가 수준도 한 단계 레벨 업 되었기 때문. 이전에는 낮은 시중 금리로 인하여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이 좋았으며, 심지어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잘된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금리가 꽤 상승하였으며, 주가도 오를 만큼 올라섰기에 더 이상 저가의 메리트, 즉 ‘싼 맛에’ 무턱대고 주식을 사들이는 재미는 사라졌다. 결국 우라가미가 말하는 대로 이제는 실적에 의하여 주가가 차별화되는 실적장세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주부터 상장기업들은 2/4분기의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하고 있다. 주 초반 신세계, GS건설, LG필립스LCD가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을 필두로 하여 POSCO, 삼성전자 등 유수한 기업들이 연일 실적을 밝히고 있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회사의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요,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결국 앞으로도 각 기업의 주가는 이들 기업의 실적 호전 여부에 좌우될 공산이 높다.

그런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하나씩 드러나고는 있으나,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인 예상치에 의하면 올 2/4 분기 각 기업들의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우리나라 증시 주요기업의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하여 ‘두 자리 숫자’의 하락 폭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4분기에도 주요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하여 약 20% 정도 감소하였는데, 그런 순익 감소세가 2/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반도체, LCD 관련주를 비롯한 기술주가 실적 악화를 주도할 것이며 자동차 업종도 환율 하락 및 신차 출시 지연 등의 이유로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증권, 은행, 보험 등의 금융주들은 실적이 좋아질 전망이며, 특히 조선주들은 수주 호조세 지속과 신조선가 상승으로 인해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실적이 나빴다고 하여 주가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 시장’이니만큼 과거의 실적, 즉 2/4분기의 실적 호전 여부보다는 향후의 실적이 어떨지에 대한 전망이 더 중요하다.

비록 과거의 실적이 만족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향후의 실적 전망이 양호하다면 주가는 충분히 상승할 여력을 가지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주가는 이미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2/4분기의 실적이 선(先) 반영되어 코스피지수 1,200선까지 내려앉기도 하는 등 선 조정을 받았으므로 현 상황에서는 실적이 엄청나게 나빠지지 않는 한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많다.

주식시장에는 “알려진 악재는 이미 악재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즉 2/4분기 실적이 나쁘다는 전망이 나왔고, 그로 말미암아 주가가 이미 한차례 조정을 받는 상황까지 전개되었다면 이제 더 이상 주가가 실적 때문에 하락할 공산은 낮아지는 것이다.

3/4분기 기업실적 호전 전망이 대세

그런데 향후 기업의 실적전망에서는 각 증권사마다 대체로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비록 2/4분기의 기업 실적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3/4분기부터는 오히려 기업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의견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즉 기업 실적은 오히려 2/4분기의 저조한 실적이 바닥이 될 것이며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그러기에 과거 실적이 나쁘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향후 실적이 좋아지리라 예상되는 업종을 골라 선별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유망한 투자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실적의 저점 통과 가능성이 높은 IT업종과 자동차 업종을 꼽고 있다. 이들 업종은 2/4분기에 실적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3/4분기에 실적이 호전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이다.

그리고 기계, 조선, 항공업 등도 역시 실적이 좋아지고 이로 말미암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건설, 금융, 필수소비재 등도 역시 유망한 업종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실적에 의하여 주가가 차별화되는 실적장세로 접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장세에 걸맞는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