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토종 담배사 '우리담배' 출범… "해외 시장 개척" 야심

국내 담배 시장에 제2의 토종 담배제조 회사가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7월 28일 우리담배(대표이사 유춘식)는 충남 당진군과 ‘담배제조 공장 건설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우리담배는 이에 앞서 7월 10일 법인 등록 절차를 마친 바 있다. 우리담배는 당진군 고대면 슬항리 일원에 약 2만3,000평 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내년 초부터 완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장 건설 사업이 최종적으로 완료되기까지는 3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국내 대표 담배제조 회사인 KT&G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점을 감안하면 우리담배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되는 국내 최초의 담배제조 회사라는 의미를 지닌다.

2001년 7월 구강물산이 ‘이프’라는 브랜드로 국내 담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적이 있으나, 이 회사는 국내에 자체 공장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순수 담배제조 회사는 아니었다.

구강물산은 중국 전매국의 공장에서 생산한 담배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입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때문에 우리담배 측은 유독 ‘국내 최초 순수 민간자본 담배제조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담배는 KT&G와 거대 다국적 담배제조 회사들이 경합 중인 국내 담배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물론 구체적인 사업 전략이 공개되지 않은 까닭에 현재로서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기존 담배 업계에서는 우리담배의 도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아직까지 그다지 큰 경계심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담배 시장은 신규 업체의 진입이 매우 까다롭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담배 시장은 무엇보다 유통망을 확보하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 비록 양질의 담배제조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판매점들을 효과적으로 묶어내지 못하면 뚫기 어려운 게 담배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담배 시장은 KT&G와 다국적 담배 업체들이 벌이는 유통 전쟁으로 항상 불꽃이 튀긴다. 전국 수만 개 판매점에서는 담배 진열, 광고 스티커 부착 등을 놓고 업체 간의 기싸움과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처럼 담배 업체들은 매출을 좌우하는 일선 판매인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판촉 활동을 벌여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구강물산도 유해 성분을 크게 줄인 ‘바이오 담배’라는 장점을 내세워 초창기에는 선전을 했으나 결국 영업상의 한계에 직면해 공세의 깃발이 꺾이고 말았다.

다국적사, 국내 시장 야금야금

국내 담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절대 강자 KT&G도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나 필립 모리스(PM) 등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에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담배협회 자료에 따르면 KT&G의 시장 점유율은 2003년 76.7%에서 2004년에는 77.3%로 소폭 올랐으나 2005년에는 73.0%까지 뒷걸음질했다. 반면 같은 기간 BAT는 12.7%에서 15.6%로 올라섰고 PM 역시 6.4%에서 8.3%로 시장 점유율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시장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것은 소비자 광고의 제약이 심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담배는 TV나 라디오 등 전파매체는 물론이고 신문 광고도 금지돼 있다. 다만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만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횟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광고 활동을 충분히 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제품 알리기가 급선무인 신규 업체로선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묶여 있는 셈이다.

담배 업체들에게는 담배 시장의 전체 파이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 또한 고민거리다.

이와 관련, KT&G 홍보실 이정훈 과장은 “국내 담배 시장은 연 2% 정도씩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중장년층 흡연자들이 대거 담배를 끊는 데다 신규 흡연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KT&G가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것도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KT&G는 1990년대 이후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로 공략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5년 기준 KT&G의 수출 규모는 전체 판매량의 30%선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우리담배 역시 국내 시장의 한계를 인식한 탓인지 해외 시장에 더 관심이 많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유춘식 대표이사는 “신흥 담배 소비 국가들을 대상으로 담배 수출에 주력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담배의 의욕에 넘친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 공략이 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실제 BAT나 PM 등이 진출한 지역에서는 토종 담배 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을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 다국적 업체의 위세는 거세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우리담배가 치밀한 전략 없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담배 사업에 뛰어들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향후 10년 내 세계 10대 메이저 담배제조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당찬 출사표에 업계에서는 다소 긴장하고 있다.

우리담배 측은 8월 말께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사업계획 등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금연 인구가 느는 시대, 과연 우리담배가 어떤 청사진을 꺼내 놓을지 궁금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