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은 총재 발언과 올해 콜 금리 전망이 총재,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 채권금리 인하 기대로 '쏠림' 현상 빚어

미국의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이 의회에서 증언하거나 혹은 각종 강연회에서 연설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 모든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는 그의 입으로 쏠린다. 그가 발언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그의 발언이 가지는 의미를 분석하려 애쓴다. 그의 발언이 시사하는 미 중앙은행의 정책방향을 읽으려는 것이다.

어떤 나라이건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 그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러기에 중앙은행의 정책을 이끌어가는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항시 주목의 대상이 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이나 혹은 금융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에서 중앙은행의 정책방향을 예상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거만 하더라도 중앙은행 총재, 즉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 때 한국은행은 스스로의 금융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보다는 그저 정부의 정책을 충실하게 대신 집행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기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심지어 ‘금융통과위원회’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던 터. 금통위는 정부가 수립한 정책을 그저 무비판적으로 ‘통과’시키는 데 급급하였던 것은 어느 정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였다. 당연히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주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확립되었고, 그 결과 한국은행도 단지 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독자적인 정책과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예컨대 최근 정부 측 특히 산업자원부에서 금리동결을 강력히 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0.25% 인상한 것도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이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한국은행이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콜 금리를 올린 것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여하간 그 결과, 이제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하나하나를 시장이 주목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제적 대응으로 정책기조 리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물가인상 압력 및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는 그의 발언대로 콜 금리를 시장의 예상보다 한 단계 앞서 먼저 인상하는 식으로 정책기조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 8월에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여 4.50%로 만든 것도 사실 시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일이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연합통신 인포맥스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5%를 넘는 다수가 콜 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며 또한 외국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역시 80% 이상이 콜 금리의 동결을 예상하였던 터. 하지만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콜 금리를 ‘깜짝’ 인상했다.

그러나 이는 이 총재의 발언을 잘 분석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그는 근본적으로 한국은행의 정책을 물가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을 천명한 바도 있거니와, 또한 구체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9일에도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경제학회 세미나에서 “경기지표의 월간 둔화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일시적인 스트레스도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다시 말하여 월간기준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지금의 경제는 꾸준한 성장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입장을 재천명한 것. 성장둔화를 우려하여 금리를 동결하여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가 일시적인 스트레스도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의 콜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임이 분명하다.

이 총재는 이어서 “과거와는 성장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장률 수치에 얽매이기보다 구조전환에 힘써야 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역시 콜 금리의 인상을 염두에 둔 말이었던 터. 무슨 일이건 지나고 나면 사후적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는 법이다. 항상 결과에 맞추어서 해석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콜 금리의 경우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조금만 주목하였다면 금리인상을 예상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하간 이제 콜 금리는 인상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가 역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금리는 또 인상될까? 아니면 현 수준에서 동결될까?

당연히 이번에도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당분간 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최소한 올해 안으로 콜 금리가 또 인상될 확률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이 총재의 발언이 이를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 금리를 인상한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첫 발언에서 “이번의 콜금리 인상 결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한국은행의 콜 금리 결정을 앞두고 정부는 정부대로 금리인상을 반대하였으며 또한 민간 연구소에서 경기하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데다 심지어 KDI 등 국책연구소까지 한국은행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에 반대하는 상황이었던 터. 그러기에 콜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대외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만큼 앞으로 추가로 또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한국은행의 부담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총재는 덧붙여 "올해 금리인상은 이 정도면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결국 그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올해 안에 금리가 더 이상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리고 현재의 금리수준이 경기부양적이냐는 질문에는 ‘그럴싸한 수준’이라고 밝혀, 4.50%라는 콜 금리 수준이 중립적 금리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통화정책 방향 재검토' 언급

더구나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그가 콜 금리를 인상한 후 ‘이제는 기존의 통화정책 방향을 재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 이 총재의 발언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며 금리 수준이 경기 부양적'이라는 지난달까지의 표현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는 한국은행 스스로 경기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지 않는 한 연말까지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

한국은행은 전임 박승 총재 시절이던 2005년10월 사상 최저수준의 3.25%의 콜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여 이번에 4.50%까지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25% 포인트를 올렸다. 그리고는 이제는 너무나 명백하게도 ‘긴축기조의 종결’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한국은행은 미래의 금융정책방향에 대해 '유연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해석하기에 따라 금리가 추가 인상될 여지를 남겨두기는 하였으나, 시장에서는 이제 금리의 추가인상을 예상하는 의견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다소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중앙은행의 성명서라면 미묘한 단어 하나하나, 문구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이의 해석을 놓고 다양한 시장 의견이 제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너무나도 명확한 시그널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여 시장의 기대치가 한 방향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실제로 채권가격이 일찌감치 추가금리 인상은 없다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콜 금리가 인상되기 전인 지난 9일, 콜 금리(4.25%)와 3년만기 국채(4.75%)의 스프레드는 0.50%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적인 스트레드는 0.50%에서 1.20% 정도로 간주되는데, 거기에 비하여 스프레드가 너무 작기 때문. 그만큼 장기채권의 금리가 낮은 것이고 이는 향후의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콜 금리가 인상된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되어 콜 금리와 3년만기 국채의 스프레드는 0.50%에서 0.30% 수준으로 더 축소됐다.

시장은 이제 확연히 한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너무나도 명백한 이 총재 발언의 영향일 터.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