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실적 부진·우회상장 규제 등으로 깊은 조정장 늪에서 허우적국내외 기관 투자자 기피현상 지속, 상승장 진입까진 시간 걸릴 듯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6년 7월 1일, 벤처기업 활성화의 장으로 기대를 모으며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열었다.

코스닥(KOSDAQ)이라는 명칭은 미국의 나스닥(NASDAQ)을 한국식으로 영문 합성한 것. 그리고 실제로 코스닥 시장도 미국의 나스닥 시장과 같이 중소, 벤처기업을 위한 자금조달 및 투자를 위한 증권시장으로 기능하였고, 10년의 세월동안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었다.

개장 당시 고작 8조 6,000억원에 불과하던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이제 62조원이 넘는 규모로 불어났고, 상장된 기업의 숫자도 출범 때에 비하여 거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나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이제 코스닥 시장은 명실공히 주식시장이라고 하여도 문제가 없다.

코스닥 시장이 출범하던 초기에는 거래도 활발하지 않았거니와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주식과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주식 간에는 다소 제도적인 차이가 존재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들은 실시간으로 연속적인 거래가 가능하였으나, 코스닥에 등록된 주식은 30분 단위의 단일가격으로 매수-매도가 체결되는 식이었던 것.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는 사실상 두 시장 간에 제도적인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코스닥 시장과 거래소 시장을 구분하는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더더구나 그러하다.

기업을 공개하는 입장에서는 특히 벤처기업일 경우는 거래소에 직접 상장하기보다는 먼저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여야 하므로 두 시장 간에 구분이 필요할지 모르나,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주식이 굳이 거래소 종목인지 코스닥종목인지 구별할 필요조차 없다. 이제 코스닥 시장은 마치 거래소 시장의 한 부분으로 간주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천당과 지옥 오간 투자자·벤처기업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코스닥 시장의 전성기는 벤처 바람이 온 나라에 불어 닥치던 1999년과 2000년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뉴밀레니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다 인터넷, 통신 등 벤처 열풍이 뜨거웠던 시절이었으므로 코스닥 시장에 등록되어 있는 소위 ‘닷컴주’들은 인터넷 바람을 타고 연일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당시 리타워텍이라는 회사의 주가는 2년 사이에 무려 600배나 치솟는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던 것.

그러나 이러한 주가의 급등세는 일반인들의 소위 ‘묻지마 투자’에 기인한 바가 컸었고, 결국 기대감만으로 비롯되었던 코스닥 시장의 과열양상은 겁 없이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에게 참담한 실패를 안겨주기도 하였다. 600배라는 경이적인 상승률 기록을 세웠던 리타워텍은 결국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당연히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리고 코스닥 시장에서 한때를 풍미하며 황제주로 불리던 새롬기술의 주가는 당시에 비하여 10분의 1 이하로 주저앉아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그나마 새롬기술은 여전히 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많은 기술주, 즉 벤처기업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되어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개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같은 값이라면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종목보다는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종목에 투자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코스닥 시장의 열기가 가득하였을 때, 그 찬란하였던 성공의 기억을 되풀이하고 싶기 때문일 터. 물론 실패의 기억도 가지고는 있으나, 주식투자자의 속성으로 보아 실패한 기억보다는 성공한 기억이 오래 남기 마련이고, 그걸 되풀이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코스닥 시장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 결과, 투자자 비중을 따져보더라도 거래소 시장, 즉 유가증권 시장의 경우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 비하여 코스닥 시장의 경우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비중은 각각 3%, 4%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비중은 90%를 웃도는 실정. 코스닥 시장은 거의 ‘개미 투자자들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시장이 안정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기관 투자자들이나 외국인들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거래소 시장의 변동성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작년의 경우, 코스피 지수는 1년 동안 54% 상승하였는 데 비하여 코스닥 지수는 84%의 상승률을 기록하였던 것이다.

오를 때에는 ‘화끈하게’ 오르는 속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일반인들이 코스닥 시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꾸로 하락할 때에는 또한 급격히 추락하는 모습 또한 코스닥 시장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코스닥 시장은 일반인들이 만만하게, 단기적으로 투자하여 수익을 내기 쉽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깊고도 지루한 조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가격 면에서도 그러하다.

코스피 지수의 경우는 연초 대비 6% 정도 하락한 상황이지만, 코스닥 지수는 연초와 대비하여 코스피 지수의 4배 수준인 24%나 하락했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종목들의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가격 메리트를 염두에 둔 매수세가 나타남 직도 하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거의 일방적인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나 기관 같은 ‘큰손’들은 여전히 코스닥 시장에서는 매도로만 일관하고 있어 주가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매출액 증가 불구 순이익 급감

이처럼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요약한다면, 첫째로 코스닥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요 IT 기업들, 즉 벤처기업의 실적이 아직도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둘째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도 기술주들이 부진한 것과 아울러 전체적인 주식시장의 하락세에서 고위험 종목에 대한 회피 심리, 그리고 셋째로 소위 ‘백 도어’로 불리는 코스닥 시장에의 우회상장을 규제하면서 테마주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등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코스닥 시장 12월 결산법인 2006사업연도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 386개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7조9,63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12.7% 늘어났으나, 순이익은 245억원으로 91.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 같은 순익 감소는 IMT2000 사업권 취소로 대규모 손실과 함께 적자로 돌아선 LG텔레콤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개별기업을 살피더라도 실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단적으로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코스닥 기업은 296개사로 35.4%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적자기업의 비율은 4.6%포인트 높아진 셈.

전체적으로 주식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코스닥 종목을 기피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코스닥 종목은 주가의 변동성이나 신용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종목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기관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서 고위험 자산의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

국내 기관들이 운영하는 펀드 내 코스닥 종목의 편입 비중은 최근 7개월간 연속 감소하여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수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지면서 코스닥 주가의 상승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스닥 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테마주들이 순환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하지만, 최근에는 당국의 우회상장 규제 등으로 인해 테마주들이 잘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코스닥 시장의 부진의 한 이유가 된다.

주식시장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도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제 지루한 여름은 지나가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올 때이다. 전통적으로 주식시장은 찬바람을 만나면 힘을 낸다고는 하는데, 코스닥 시장이 원기를 회복할 때는 언제쯤일까?


김중근 매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