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토요타가 관련 기술 대부분 보유,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로 맞불

하이브리드카(Hybrid Car), 차세대 자동차의 대안인가? 아니면?

일본 자동차회사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국내 시장에 들여오기로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카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란 휘발유와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 연료절감을 노린 자동차로 배기가스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 요란한 홍보와 광고로 이목을 집중시킨 하이브리드카가 이제야 국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토요타의 한국 시장 상륙 때문. 해외 시장에서 ‘미래 자동차의 해답’으로 주목 받아온 하이브리드카가 국내에서도 선풍을 일으키며 그만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코리아가 우선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하이브리드카는 ‘렉서스 RX400h’. 토요타코리아는 9월 20일을 본격 출시일로 잡고, 16일에는 대규모 신차 발표회도 가질 계획이다.

더불어 외제 자동차 수입업체도 하이브리드카 선풍에 가세하고 있다. 그레이 임포터(병행 수입자)인 선우모터스도 미국에서 수입한 토요타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랜더 등 하이브리드 3개 차종을 판매한다고 지난 8월 말 밝혔다. 선우모터스는 경기 분당에 전시장을 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시 및 시승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수입차업계가 하이브리드카 소개에 열을 올리는 사이 현대자동차는 2009년까지 하이브리드카 출시를 연기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벅찬 경쟁자라 할 수 있는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카의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음에도 오히려 ‘한발을 빼는’ 행보를 택한 셈이다.

더욱이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 출시 발표 전 수소자동차(연료전지차) ‘투싼 FCEV’를 국내 언론에 소개했다. 비록 하이브리드카는 아니지만 친환경차 분야에서 다른 대안으로 손꼽히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기술력을 과시한 것.

하이브리드카를 두고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움직임은 현대자동차가 안고 있는 시름을 말해 준다. 한마디로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카를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선택해 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정쩡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반에게도 친숙한 단어인 하이브리드카는 사실 알고 보면 토요타만의 기술이다. 다른 말로 하면 토요타만의 독점물인 것.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카 관련 특허만 684가지를 보유하고 있고 이는 사실상 관련 기술을 ‘싹쓸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혀 다른 업체나 기술이 파고들기에는 틈새가 없을 정도.

현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즉 하이브리드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주고 토요타로부터 기술을 사오든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만 하는 형국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마일드(Mild) 하이브리드카로 불리는 초기 단계의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제작하고 있지만 이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카 기술과는 다른 경로와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외부적으로는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표를 간간이 내놓고 있다. 양산체제는 아니지만 실제 하이브리드카를 제작해 몇몇 정부기관에 이미 납품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내부적으로는 하이브리드카 기술개발이나 양산 공장 설립에 적극 나서거나 하는 등의 커다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사항과 실제 행동에는 ‘이격’이 있는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카’는 열풍이라고 할 정도의 이슈가 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는 ‘그럼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을 면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 국내 1위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카와 관련해 아무런 일도,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면 외견상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현대의 미적지근한 자세와 태도는 하이브리드카 기술에 대한 확신 부재에서 출발한다. 즉 하이브리드카가 전 세계적으로 범용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차로 완전히 자리매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아직까지는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포드, 벤츠 등 다른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미래의 세계 자동차 시장은 환경 문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고갈이 우려되는 석유 자원, 날로 심화되는 대기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 때문에도 세계 각국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때문에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공해를 줄이고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보다 적은 연료로 오래,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고’ ‘이산화탄소와 매연 등 배기가스도 적게 배출되는’ 자동차는 미래에 꼭 필요한 ‘꿈의 자동차’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는 여러 방면으로 차세대 자동차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의 가솔린 내연기관을 대신할 수 있는 바이오 디젤 등 친환경 디젤엔진, 에탄올 연료, HCCI, 수소전지차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 하이브리드 기술은 실상 이들 기술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중 어느 기술 하나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를 대신할 만큼 완벽히 구현된 것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여러 경로로 기술 개발이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상업적, 경제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만한 단계는 아닌 것이다. 하이브리드 역시 연비가 ‘실제 발표보다는 못하다’는 지적이 최근에는 간간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오토뉴스의 채영석 국장은 “하이브리드카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 개발 연기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은데 이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가 가장 큰 각광을 받은 것은 토요타가 세계 정상의 자동차 메이커란 외적인 덕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GM에 이어 통계상으로는 2위 생산 업체이지만 수익성을 보면 사실상 세계1위인 토요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발하는 기술과 차량인데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 또 토요타는 차세대 기술로 하이브리드카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카 국내 상륙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맞대응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차세대 자동차 기술로 하이브리드카보다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오히려 기대를 거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업체들과 비슷한 시기에 개발에 착수한 이 분야에서 현대자동차는 타 업체들에 앞섰다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홍보팀 황관식 과장은 “과거 전기자동차가 선풍을 일으켰지만 지금 자동차 기술 시장에서 사실상 폐기돼 있는 사례가 있다”며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술 선택과 개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