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경영연구소 인도 시장 보고서세계 2위 거대 내수시장, 양질의 노동력·낮은 임금으로 생산성 극대화… 인프라 부족이 최대 걸림돌

‘현재와 미래 기상도는 매우 맑음. 그러나 향후 시계(視界)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먹구름에 대한 경계는 필요.’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의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및 외국 기업들이 현 시점에서 인도 시장에 대해 개략적으로 매긴 투자환경 기상도다. 이 같은 평가는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ㆍ포스리)가 지난 4~5월 국내외 221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설문 회수 86개사) 분석 결과에서 드러났다.

포스리는 최근 중국 및 인도지역 경제전문지를 표방한 ‘친디아 저널’ 창간호에서 설문조사 분석 결과와 함께 다양한 인도 관련 이슈들을 특집으로 다뤄 인도 정보에 목말라 하는 기업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포스리는 인도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국내의 대표적인 인도 관련 싱크탱크로 통하는 연구기관이다.

'대기업 선도·제조업 중심' 진출 구도

우선 설문조사 분석 결과 인도 진출 기업들의 최근 경영 실적은 상당한 호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최근 3년 동안의 경영 성과에 대한 질문에 78.3%의 업체가 매출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해 인도 경제의 활황세를 입증했다. 또 17.4%의 업체는 적어도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매출액이 감소한다고 응답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최근 3년 동안의 순이익 추이도 대부분 업체가 긍정적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57.3%의 업체가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26.3%의 업체는 흑자 반전에 성공했다. 다시 말해 인도 진출 기업들의 83.6%가 현재 흑자를 내고 있다는 풀이다.

이에 비해 계속 적자 상태라고 답변한 업체는 12.4%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적자 업체들이 대부분 2000년 이후 인도에 진출한 종업원 100명 이하, 매출액 1,000만 달러 이하의 중소 업체들이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포스리의 한 관계자는 “2000년 이전에 진출한 대기업 및 협력업체들과 달리 인도 붐이 일어난 이후에 진출한 기업들은 준비 부족인 상태에서 단독 진출을 시도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도 진출 기업들은 동종 업종의 현지 기업에 대한 경쟁우위 요소를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제품 품질력이 경쟁 우위에 있다는 응답이 80.4%로 가장 많았고 특허 및 기술 항목에서는 76.1%가, 브랜드 이미지에서는 71.7%가 현지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우월하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대부분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 업종별 투자 현황을 살펴 보면 제조업은 누적 투자 금액 7억3,000만 달러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대기업의 비중이 92%에 달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은 ‘대기업 선도, 제조업 중심’으로 구도가 짜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상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나가게 되면 국내 산업 공동화의 우려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인도 진출 기업들의 경우 인도 진출 이후 오히려 국내 법인의 매출액이 더욱 늘어났다는 응답이 40.6%나 됐다. 아울러 변화가 없다는 기업은 절반을 약간 넘는 53.1%였다. 따라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인도 진출은 대체로 양국 경제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는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인도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 역시 인도 진출 이후 자국 내 사업 규모가 커졌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인도는 어떤 매력으로 해외 기업들을 빨아들이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11억의 인구를 가진 세계 2위의 내수시장이라는 점이 첫손가락에 꼽혔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 인도 진출 기업들이 가장 많이 내세운 투자 동기가 현지 내수시장 진출(31.5%)로 나타났다. 특히 현지 생산 제품을 100% 인도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업체가 전체 진출 업체의 65.9%에 이르는 점은 인도 진출 기업의 마케팅 타깃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내수시장 다음으로 주요 투자 동기는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22.9%), 고객 요구에 대한 부응(19.6%), 거래업체와 동반 진출(14.2%) 등이 꼽혔다.

이로 미뤄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하는 가장 큰 목적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인도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임금 비용이 낮은 양질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려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인도 진출을 계획 중인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인도의 IT산업 활용(7.5%)을 진출 동기로 답변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름잡을 정도로 인도 IT분야 인력의 경쟁력이 매우 탁월하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인도는 해마다 IT분야를 포함해 우수한 기술 인력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전국의 약 380여 개 대학과 1,500여 개 연구소에서 매년 9,000여 명의 박사급 인력과 20만 명의 엔지니어, 그리고 30만 명의 기능공이 배출되고 있는 것.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전세계에서 덴마크 다음으로 숙련 노동자 확보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되기도 했다.

현지 기업과 경쟁 불가피

그러나 기회의 땅 인도는 위험 요인도 함께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로,전력, 통신,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인프라)이 절대 부족한 현실은 인도 진출 기업들이 사업을 펼쳐나가며 부닥치는 최대 장애물이다. 이를 증명하듯 37%의 기업이 인프라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실제 인도는 전체 국도의 9% 정도만 4차로로 건설돼 있어 교통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는 자연스레 기업들의 물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로 전력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발전 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전력 부족률은 10%를 웃돌고 있다.

▲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나빈 파트나익 인도 오리사주 수상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정몽구 회장이 2월 현대차 인도법인의 부품협력업체를 방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인도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현지 민자 및 외자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인프라 확장 사업을 펼치고는 있지만 재원 마련이 그리 쉽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인프라 부족 문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인도 진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인도 진출 기업들은 인프라 부족과 함께 고용 및 인사관리 곤란(16.3%), 현지 금융조달난(7.6%), 원자재-부품 조달난(7.6%), 생산 코스트 상승(7.6%) 등도 간단치 않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진출 예정인 기업들의 경우에는 복잡한 행정체계(32.5%), 협력선 선정 어려움(18.8%), 거래 파트너의 잦은 태도 변화(15%)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을 점차 키워가는 현지 기업들의 맹렬한 추격전도 인도 진출 기업들에게는 미래의 위협 요소다. 설문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28.3%는 향후 5년 내에 현지 기업의 경쟁력이 대등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현재 대등하거나 또는 1년 내에 대등한 위치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21.6%나 됐다. 이미 현지 기업의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한 경우도 10.9%나 됐다. 실제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능력과 원가 경쟁력에서는 절반 이상의 진출 기업이 현지 기업들에게 밀리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때문인지 인도 현지 기업보다 계속 우월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불과 26.1%에 그쳤다. 결국 인도 진출 기업의 70% 이상이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한 셈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여전히 매력이 넘치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향후 투자 확대를 계획 중인 업체가 78.3%에 달했고 품목을 추가하겠다는 업체와 업종을 추가하겠다는 업체도 각각 63%와 37%로 나타났다. 또한 본사 및 현지 법인의 총이익 변화 전망에서도 78.3%의 업체가 현재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해 인도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재확인시켰다.

외국인 투자선호 2위 국가

인도에 대한 이런 인식은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외국인 투자 선호도 조사에서 인도는 2003년 세계 6위에서 2005년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외국인 투자 선호도 1위는 중국이다. 인도 정부도 외국 기업의 구애에 적극 부응해 외국인 투자 관련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해 나가고 있다.

인도는 근래 중국과 떼놓고 볼 수 없는 나라가 됐다. 그 유사성은 브릭스(BRICs)라는 묶음에서 친디아(Chindia)라는 묶음으로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두 나라는 비슷하면서도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포스리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의 차이점에 대해 “중국은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을 추구해 역동성 측면에서는 낫지만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인도는 철저한 민주주의적 절차 때문에 법과 제도 개선이 느리지만 한 번 자리잡은 질서는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질서가 서서히 형성돼 가는 인도를 진지하게 주목해야 하는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차이나 드림이 절정기를 향해 가고 있다면 인디안 드림은 이제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LG·현대차 현지화 전략
'자부심 심어주기'는 3사 공통

인도에서 코리안 신화를 이룩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3사는 어떻게 현지화 경영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인도 경제의 개방에 맞춘 발 빠른 진출과 아울러 인도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한 점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 김봉훈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친디아 저널' 창간호에서 3사의 현지화 경영 스타일에 대한 3사3색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가 종교, 인종, 계급 등으로 인해 다양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 기업 홍보를 할 때 '공정한 대우를 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특히 노무 분야 책임을 인도인에게 맡기는 한편 감성경영을 실시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한국과 인도의 기업문화가 조화된 모델을 미군의 조직문화에서 찾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시간 엄수를 기본 원칙으로 강조했으며 한국 근로자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인도 근로자들이 따라오게끔 했다. LG전자는 또 최상위권 대학보다 중위권 대학 출신들을 채용해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

반면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고유의 기업문화와 경영 노하우를 인도 공장에 이전함으로써 본사와 같은 생산성과 기업문화를 갖추도록 노력했다는 평이다. 특히 현지 근로자들이 '삼성의 자부심'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또한 현지인 채용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직률을 낮춘 것도 성공 요인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또 삼성전자의 인센티브 제도가 인도 공장의 노사관계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