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인도 산업중심지를 가다고속 성장 거듭하는 거대시장 "인도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 김봉훈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인도가 떠오르고 있다’ 라는 말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도는 ‘느림보 코끼리 성장’이라는 말을 불식시키며 1991년 경제개방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으며, 특히 최근 3년간 8%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만모한 싱 총리와 소냐 간디 국민의회당 당수가 이끄는 거대한 코끼리에 가속이 붙은 것이다.

이런 인도의 분위기를 현장에서 가까이 보기 위해 나는 IT산업의 중심지인 방갈로르, 제조업의 전진기지 첸나이,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 뭄바이를 방문했다.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주도(州都)인 방갈로르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방갈로르는 공사 중’ 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었다. 1991년 이 도시를 방문했을 때의 전원도시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건설 중인 빌딩들에는 1주일에 2~3개씩 생겨나는 신생 IT업체들이 입주하게 될 것이다. 방갈로르의 부동산 가격도 매년 100 % 가깝게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제발전의 열띤 분위기는 방갈로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자리잡은 첸나이(타밀나두주의 주도)도 마찬가지다. 이 도시는 개발 붐 때문에 현대자동차 주변의 주요 공장 부지가 동이 날 정도다.

최근에 문을 연 ‘Life Style’ 이라는 백화점은 우리나라의 어느 백화점 못지않은 화려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이 백화점 안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인도의 이미지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인도 정부 강력한 개발의지

타밀나두주 산업부 차관은 필자와 가진 만남에서 “이제는 인도 주정부가 뒷짐을 지고 외국 기업들을 맞을 것이 아니라 중국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 인도 정부 당국의 강력한 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인도 서부의 항구도시 뭄바이도 빛을 내고 있었다. 몬순 때라 엄청난 비로 많은 피해가 나고 근로자들의 발이 묶이는 장면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고층 빌딩 건설 현장은 뭄바이의 변화를 체감하게 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늘어서 있던 빈민가도 이제는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아직은 판잣집과 낡은 집들이 적잖이 남아 있지만 1년 만에 방문한 뭄바이의 거리는 분명히 확연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빈민가의 아이가 외국 브랜드의 치약을 묻혀 칫솔질을 하면서 웃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인도 도심의 노천카페에서 차를 즐기는 인도인들, 세련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 방갈로르의 아파트 신축 공사모습과 현대적 시설의 백화점.

새벽 2시, 뭄바이 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거리의 환한 가로등도 신기하기만 했다. 인도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나 정전된다는 얘기가 이제 옛날 추억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모습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인도에서 찾아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만큼 현재 인도의 발전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인도의 투자환경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10년을 돌아보며 인도를 평가하기보다는 앞으로 5년을 내다보고 또 그 다음 5년을 준비하는 자세가 우리 기업들에게는 필요할 것 같다.

인도의 투자환경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믿음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신호는 국제 외교 정세가 인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인도의 머리 위에 거대한 우산을 받쳐들기 시작했다. 91년 인도는 오랜 세월 비동맹 국가 맹주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지며 친미로 돌아섰다. 올해 초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면서 전략적 제휴의 손길을 뻗친 사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 모았다. 최근 2년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리더들이 잇따라 인도를 방문하는 것도 인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미국은 이미 5년 전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정치외교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의 IT 산업 발전이 우수한 인력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의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에 힘을 실어준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IBM 같은 미국의 거대한 IT 기업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리콘밸리의 거품이 사라질 무렵 미국은 인도에 아웃소싱을 하고 인도의 우수한 인력을 실리콘밸리로 대거 스카우트하여 IT 강국의 면모를 지켰다. 이러한 전략 동반자의 중심에 인도가 서 있다.

투자에 앞서 철저한 시장분석 필요

우리가 인도와 관련해 또 주목해야 할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미국은 일본의 손을 잡고 인도로 가는 것 같다. 일본 기업은 과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인도에서는 그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일본 기업이 인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일본 기업을 과소 평가하는 것이다.

일본 경제가 2004년부터 살아나고 인도에서의 핵 위험이 점차 사라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인도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2002년 1억 달러 미만이었던 인도에 대한 일본 기업의 직접투자가 2005년 6억 달러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향후 일본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스터 엔’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3인 안에 손꼽혔던 사카키바라가 인도경제연구소장을 맡고 인도에 관한 책을 발간한 사실을 보더라도 일본이 인도의 중요성을 얼마나 크게 인식하는지 쉽사리 엿볼 수 있다.

물론 인도 투자에 위험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어느 나라에 투자를 하든 위험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도라는 나라를 철저히 분석하고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인도에서는 한 발 서두르면 두 발 후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인도는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큰 시장잠재력을 지닌 거대 국가다. 한국의 정부나 대학들은 인도 전문가 양성에 지금이라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인도 전문가와 제대로 된 인도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인도 코끼리 등에 올라타는 것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김봉훈 연구위원 gators@pos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