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호텔 부산' 국내 최대 면세점 오픈, 업계 판도 변화 불가피

부산이 ‘면세 쇼핑’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국내 최대 규모인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15일 새롭게 문을 연 것. 파라다이스측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기존 지역 면세점 간에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해 국내 면세점업계의 판도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4개층 2,200평, 쇼핑 편리성 극대화

파라다이스 면세점(www.pdfa.com)은 우선 2,200여 평에 달하는 매장 규모 면에서 쇼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국내 면세점업계에서 최대 매장 규모를 자랑했던 서울 롯데면세점(소공점ㆍ2,100여 평)보다 넓고 부산지역 면세점 1위를 내달려온 롯데면세점(서면점ㆍ1,200여 평)의 배에 가까운 큰 규모이다.

기존 영업장(970평)을 파라다이스호텔 신관으로 확장ㆍ이전하면서 공사비 등 무려 250억원을 투입해 새 단장한 면세점은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모두 4개 층으로 구성돼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 공격적 마케팅에 업계 긴장

파라다이스 면세점은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볼거리도 그만큼 알차다. ‘최대’가 곧 ‘최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속이 꽉 찬’ 쇼핑의 기쁨을 소비자들에게 듬뿍 담아줄 수 있는 배려의 손길이 매장 곳곳에 물씬 묻어난다.

우선 파라다이스 면세점은 베테랑 MD(merchandiser)를 영입, 국내 최대 규모에 걸맞는 최고급 명품 브랜드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입점 브랜드는 루이뷔통, 카르티에, 페라가모, 크리스찬 디오르 등 전통적인 명품 부티크를 비롯해 마크 제이콥스, 프리미엄 진 CUSTO 등 최근 젊은층에서 인기몰이 중인 감성 명품 브랜드 등 모두 100여 개에 달하는 브랜드가 매장을 채우고 있다.

최고급 시계 메이커로 유명한 롤렉스, 피아제 매장 등도 국내 최대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2층 매장 전체를 코스메틱ㆍ화장품 브랜드로 구성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차별화’로 고객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최고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일본 오키나와, 괌 등지의 명품관을 둘러보며 벤치마킹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파라다이스측은 말한다.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강화

파라다이스측은 규모와 품질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객을 향한 ‘서비스 정신’이 으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마련된 고객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 매장 내부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해운대 바다’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테마로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업체인 RTKL사가 설계한 파라다이스 면세점 3층에 들어서면 아주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35평 규모의 고객휴게실이 바로 그곳.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 등 음료를 마시며 은빛 파도가 일렁이는 해운대 천혜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쇼핑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더 없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여서 개장 직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모든 부티크 매장이 ‘ㅁ’자 형태로 늘어선 공간배치도 파격적이다.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중앙부의 영업공간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이밖에 지역 면세점업계에서는 최초로 개장과 함께 도입, 시행 중인 ‘발레 파킹서비스(주차대행)’와 고객서비스 혁신운동(NS) 강화, 인터넷 면세점(www.paradisemall.co.kr) 등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 면세점 최대 격전지로 부상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는 쇼핑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반면, 지역 면세점업계는 파급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바짝 당기고 있다.

1995년 문을 연 뒤 줄곧 지역 면세점업계 1위를 고수해 온 롯데면세점(서면점)측은 지난해 매장을 일부 재단장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화장품 매장을 중앙오픈 매장으로 확장했다.

또 ‘메이크업 포에버’ 등 젊은층이 즐겨 찾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 브랜드 등 20여 개를 추가로 입점시켰다. 선두 지키기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셈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파라다이스 면세점이 새로 문을 연 만큼, 업계 판도변화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신세계도 2008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해운대 센텀시티에 면세점과 백화점 등을 갖춘 ‘도심엔터테인먼트센터(UEC)’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부산이 국내 면세점업계 최대 격전지로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한편, 파라다이스 면세점은 개장 하루 전인 14일 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을 초청해 전야제 행사를 가진 데 이어, 20일에는 국내 우수고객 400여 명을 초청해 ‘이승철 미니콘서트’와 패션쇼, 경품 추첨 행사 등 다양한 고객 사은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인터뷰
유영섭 대표이사
"휴식·쇼핑 공존하는 서비스 문화공간 지향"

"고객에게 'NO'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파라다이스 면세점 유영섭(59ㆍ사진) 대표이사는 푸근한 인상과는 달리, 철두철미한 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엇이든 고객입장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경영원칙은 이번 면세점 재단장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손잡이 하나까지 특색 있는 쇼핑공간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휴식과 엔터테인먼트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유 대표는 "5년을 사용한 제품도 언제든지 가져오면 교환해주거나, AS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물론 물건에 이상이 없는 등 일정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고객입장을 먼저 생각한다는 그의 철학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경영방침은 자연스레 '맞춤형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철저한 고객 관리는 물론,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의 서비스 강화에도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는 특히 고객서비스 혁신운동(NS)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화장품, 패션 등 담당 직원들을 상대로 피부관리 교육은 어떻게 하고 받는지, 최근 패션 트렌드는 어떠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 묻는다.

면세점 재단장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발레 파킹서비스(주차대행)'도 면세점을 찾은 쇼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차대행 서비스는 지역 면세점업계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야심찬 포부도 살짝 내비쳤다.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정상에 올려 놓은 뒤 이르면 내년부터 인천,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먼저 (면세점 입점)제의가 들어온 몽골을 비롯해 베트남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경기도 광주 출신으로 서울상고(현 경기상고)와 부산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마친 유 대표는 1983년 ㈜파라다이스남문 이사로 재직하다 1998년 ㈜파라다이스유통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파라다이스글로벌 면세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