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연간 5,000억 넘는 시장규모… 한국인삼공사 아성에 도전장

“인삼이나 홍삼 제품은 인삼공사에서만 하는 거 아니에요?” “정관장 말고도 다른 회사 홍삼 제품이 있나요?”

아직도 홍삼 제품을 국가 전매사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한국인삼공사의 대표 히트 상품인 ‘정관장’은 워낙 유명하고 독보적이다. 다른 홍삼 제품들도 많긴 하지만 정관장만큼 눈에 띄지 않는 탓도 있다.

조용할 듯만 하던 홍삼 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홍삼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한국인삼공사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서다. 웅진식품, 롯데, CJ, 동원 등이 이미 인삼과 홍삼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상웰라이프도 출사표를 던졌다.

홍삼 사업이 국가 전매사업이 된 것은 1908년 홍삼전매법이 제정 공포되면서부터다. 이어 ‘고려삼’ 표기가 본격 이루어진 것은 20년 후인 1928년부터다.

국가의 홍삼 전매제는 96년 폐지됐다. 계속되는 시장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홍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던 것. 홍삼 사업 개방을 요구하는 농민단체들의 청원도 적지않게 작용했다. 홍삼 사업이 국가 전매제의 보호막에서 탈피한 지도 벌써 10년이나 지난 셈이다.

홍삼 시장에서 가장 먼저 진입 스타트를 끊은 대기업은 CJ. 인삼공사의 ‘홍삼원’ 음료를 위탁 판매 해 오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2002년부터 자체 생산 홍삼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의 홍삼 시장 진출은 올해 들어 특히 러시를 이루고 있다. 동원에프엔비는 지난 7월 자체 인삼 전문 브랜드를 선보였고 금산군과 함께 인삼유통센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또 롯데제과도 이보다 한 달 뒤인 지난 8월 홍삼 신규 제품 ‘6년 정성’을 출시했다.

무엇보다 올해 대기업의 홍삼 시장 진출이 더더욱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대상웰라이프의 홍삼 사업 가세 때문. 대상의 건강 사업 부문인 웰라이프는 지난 8월 홍삼브랜드 ‘홍의보감’ 출시를 발표하며 홍삼 시장에 본격 첫발을 내디뎠다.

대상웰라이프는 “홍삼 유효성분이 최상급인 국내산 6년근 홍삼만을 엄선, 발효와 팽화기법을 적용한 홍삼 신제품 ‘홍의보감’을 대상클로렐라에 이은 히트상품으로 키워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이끄는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밝히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이미 홍삼 시장에 진입해 있고 몇몇 기업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잇달아 홍삼 시장 진출을 선언했는데도 대상웰라이프의 시장 참여는 특히 홍삼 시장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유는 대상웰라이프가 대상 클로렐라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이끌어 온 시장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대상은 클로렐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이미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연간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홍삼 사업자로서는 후발 주자임에도 대상웰라이프는 클로렐라에 이어 얼마나 빠른 기간 안에 홍삼제품인 ‘홍의보감’을 히트상품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홍삼 시장에서 기존 강자인 한국인삼공사와 대기업 대표 주자와의 격전을 예고해 주는 부분이다.

대상웰라이프 우길제 본부장은 향후 “홍의보감 시리즈 제품을 집중 육성해 클로렐라와 함께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주도하는 국민 건강 브랜드로 정착시키겠다”며 “2010년까지 홍삼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이처럼 홍삼 시장의 절대 군주인 한국인삼공사와 규모에는 뒤지지만 다크호스인 농협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달려 드는 이유는 뭘까. 당분간 힘들어도 홍삼 시장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또 클로렐라 등으로 최근 몇 년간 대박을 터뜨린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클로렐라 이후 커다란 수익을 거둘 사업 아이템으로 홍삼을 지목하고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4,000억원 규모의 국내 홍삼 시장은 올해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한국인삼공사의 시장 점유율은 65~78%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이 최고의 시장 점유율로 홍삼 시장 매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뒤를 이어 농협의 ‘한삼인’이 7~15% 내외의 마켓 셰어를 확보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의 홍삼 시장 점유율을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로 주목을 끌 만한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인삼공사 김지훈 과장은 “홍삼의 효능이 많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직까지는 대기업 홍삼 제품들의 시장 지배력이 미미하지만 향후 상위 자리 선점을 놓고 한국인삼공사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