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OS로 무장… 국내 서버 시장에서 유닉스 아성에 도전

IT업계의 공룡인 마이크로 소프트(MS)가 한국 서버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윈도(Windows)를 운영체제(OS)로 하는 MS는 한국 서버 시장에서 유닉스(Unix)를 향해 선전포고를 감행했다.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던 유닉스 운영체제에 맞서 윈도로 재무장,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

MS가 펼치는 이번 서버 전쟁은 ‘유닉스 마이그레이션(Unix Migration)’으로 불린다. 이름하여 ‘유닉스로부터의 탈출’이란 의미다.

마이그레이션이란 하나의 운영환경으로부터 좀 더 낫다고 판단되는 다른 운영환경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말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시스템을 새로운 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유닉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서버 시스템을 사용하다가 윈도나 리눅스 등 다른 OS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가리킨다.

마이그레이션은 여러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혹은 유닉스에서 리눅스나 윈도로 플랫폼을 교체할 수도 있다. 리눅스에서 윈도 환경으로 교체하는 업체가 있는 반면 역으로 윈도에서 리눅스로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유닉스 마이그레이션은 최근 서버 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여러 기관이나 기업들이 플랫폼을 교체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MS도 지난해 전담 부서인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리드’팀을 발족시켰다.

유닉스 마이그레이션은 비단 국내에서만 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5~6년 전부터 대대적인 서버의 이동이 이뤄져 왔다.

2005년 IT업계 시장조사 기관인 IDC 미국 본사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기업에 설치돼 있는 350만 대의 유닉스 서버 중에서 약 15%에 해당하는 53만6,000대의 서버가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IDC 최진용 선임연구원은 “유닉스 마이그레이션에는 유닉스에서 윈도 또는 리눅스로, 그리고 한 유닉스에서 다른 유닉스 환경으로 워크로드(애플리케이션)를 이전하는 작업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2005년 마이그레이션 케이스 중에서 윈도 서버로의 전환은 약 46%(24만6,000대)로 전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IDC는 이어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MS의 대대적인 마이그레이션 공세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워크숍’이 증명해준다. 한국MS 주최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국내 주요 서버 생산 및 유통사 관계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만원사례를 이뤘다.

오유열 비즈니스&마케팅본부 부장은 “특히 국내에서 IBM, 삼성전자, 후지쯔, HP 등 내로라 하는 주요 서버 메이커들이 한 곳도 빠짐없이 참가했다는 것은 유닉스 마이그레이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세미나가 개최된 기간이 3일이라는 점도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통 해외의 IT전문가가 방한해 국내 전문가들에게 세미나나 설명회를 가질 때 할애하는 시간은 대부분 길어야 반나절. 그럼에도 이번에는 본사에서 방한한 크리스 레이 MS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부문 담당 이사가 무려 3일이나 수업을 직접 진행했다. 한국에 체류한 기간도 1주일이 넘는다.

한국MS 권찬 홍보이사는 “본사의 담당 이사가 미국 시애틀 본사를 떠나 이처럼 해외에 오래 머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유닉스 마이그레이션이 MS 본사 차원에서도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 부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MS가 최근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국내 유닉스 서버의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서버 시장 규모는 대략 1조2,000억원 선. 현재 유닉스는 60% 정도인 8,000억원, 윈도와 리눅스는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들 유닉스 운영체제의 서버를 사용하는 업체들 중에 기계나 시스템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주기가 올해 말부터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년 초 MS가 윈도 비스타 OS와 윈도 오피스 신제품을 내놓으며 ‘윈도 마케팅’에 새롭게 나서게 될 것이란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윈도 강풍이 또 한 차례 불 것이 예상되는 만큼 서버시장에서의 약진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MS가 서버 시장에서 이처럼 공세를 펼치고 있는 기반은 한마디로 경쟁력이라는 자신감이다. 윈도 OS도 유닉스만큼 안정성과 신뢰성이 입증돼 있으며 무엇보다 마이그레이션 비용이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MS측은 강조한다.

MS는 종전의 유닉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때와 비교해 최저 60% 수준까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시장조사기관의 통계를 제시한다. 또 리눅스와 비교해서도 ‘초기 비용은 리눅스가 적게 들 수 있지만 향후 유지, 관리, 보수 비용까지 감안하면 윈도가 더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MS는 유닉스 기반 오라클 DBMS를 윈도우 환경 SQL 서버로 교체한 사례가 20곳, 실시간 협업 솔루션인 익스체인지 서버를 통해 유닉스 환경을 윈백한 사례 10곳 등 국내에서 모두 30곳의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MS 김성재 서버비즈니스 총괄이사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시도가 활발해지면서 마이그레이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개방형 환경이 대세를 이루면서 윈도 플랫폼으로 교체를 고려하거나 이미 교체한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