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핵폭풍 덮친 한반도] 증시 어디로 갈까…외국인 순매수로 일단 안정 되찾아… 추가 핵실험 여부가 최대 변수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 중의 하나가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증시 격언이다.

온 세상이 악재로 가득차서 주가가 도무지 오를 것 같아 보이지 않던 암담하던 시기, 그야말로 ‘위기 상황’에서 이를 위기로 간주하고 주식을 팔고 도망치기보다는 오히려 과감하게 매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 주식시장의 기록을 되돌아보더라도 강력한 악재가 돌출하여 주가가 급락하고, 도무지 앞날에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던 시기가 오히려 주식을 매도할 시기이기보다는 매수할 시기였다는 경험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가깝게는 2001년 9월 11일의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테러로 촉발된 주가 급락이 그러하였고, 좀 더 시야를 멀리 두면 1997년의 IMF 금융위기로 인한 주식시장의 하락 사태, 1993년에 있었던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 등도 역시 단적인 사례이다. 9·11 사태 당시 알 카에다의 테러로 인한 미국 경제의 피해가 전해졌을 때, 바로 다음날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장중에 거의 100포인트에 육박하는 폭락세를 나타내기도 하였던 터.

한국 경제가 부도사태에 이르러 결국 IMF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을 때, 또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은 그러한 충격에 몸서리치며 급락세를 나타내었으며,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의 앞날은 암담한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러한 충격은 단기에 그쳤고, 주가는 결국 급락하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그러기에 이제 와서 곱씹어 보니 주식시장이 악재의 충격으로 급락할 때, 오히려 매수하는 것이 ‘정답’이었음을 경험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석 연휴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주식시장을 엄습한 북한의 핵실험 여파도 과거의 여느 악재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만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마는 제한적인 악재에 그칠 것인가?

"이미 충분히 단련돼 있다"

일단 낙관론을 펼치는 상당수의 주식 전문가들은 “그렇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로, ‘과거의 경험’이 주식시장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 북핵 사태가 새롭게 불거진 일이 아니며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주식시장을 강타한 바 있어 이제는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북핵이라는 악재에 단련되어 있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주장이다. 과거,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당장에는 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내 상승하면서 하락하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었다.

예컨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이 있었던 1993년 3월 12일, 그 이후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내 상승세로 전환되어 한 달 동안 720포인트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 선언이 나온 1994년 6월 13일 직후에도 마찬가지.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한 달 동안 반등에 성공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이 있었던 2005년 2월10일의 경우에는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주식시장은 북핵 악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세를 지속하여 1,000 포인트까지 상승한 바 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주가가 내내 하락한 경우도 있다. 북한이 원자로의 봉인을 제거하고, NPT탈퇴를 선언했던 2002년 12월부터 2003년 1월의 경우,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바뀌고는 회복하지 못하고 이후 한 달 동안 580포인트까지 추락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는 북핵 관련 이슈가 다소 장기화된 데다 무엇보다도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시킨 것이 오히려 더 큰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북핵은 이제까지 경험상 단기악재에 불과하였던 경향이 크다.

개미 "팔자" 외국인 "사자"

둘째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였다는 급보가 날아든 지난주 10월 9일, 그 충격으로 인하여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2.41%) 급락한 1,319.40 에 마감하여 1,320선 밑으로 추락했고, 더구나 코스닥지수는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들며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는 혼란 속에서 무려 48.22 포인트(8.21%) 내린 539.1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발표 직후 개인 투자자들이 투매 양상을 나타낸 데 비하여 외국인들은 되려 적극적인 매수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9일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776억원 순매수를 기록하였고, 코스닥시장에서도 최근 몇 달간 보기 드물게 많은 규모인 750억원의 순매수세를 나타내면서 저가 매집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였다.

외국인들이 매수한다고 하여 반드시 주식시장의 앞날이 낙관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때 혹은 북핵 관련 뉴스로 인하여 증시가 소용돌이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용케도 정확히 방향을 먼저 잡고 매수세로 내달렸던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외국인들이 순매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을 허투루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로, 곧 주식시장이 실적장세 분위기로 접어드는지라 북핵으로 인한 악재는 잊혀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지난주 초반에 있었던 LG필립스LCD의 실적 발표를 신호탄으로 하여 POSCO가 지난주 금요일 실적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달 말까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을 잇는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실적으로 옮겨갈 공산이 높다. 그런데다 지난 상반기의 경우는 달러-원 환율 하락의 여파로 실적이 워낙 저조하였으므로 이번에 나올 3/4분기를 필두로 하반기 실적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북핵으로 인한 충격은 단기에 그치고 주식시장은 다시 실적이라는 펀더멘털로 돌아가면서 이전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낙관론자의 주장인 셈.

"초유의 사태… 이번은 달라"

반면, 비관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비관론자들은 첫째, ‘이번만은 다르다’라는 사실을 꼽고 있다. 과거 북핵 위기가 불거졌을 때, 그때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 충격에 그쳤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북핵이라는 재료가 피부에 당장 와닿는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거의 준전시 사태로 간주될 만큼 초유의 일로, 사태가 심각하다.

과거에는 북한이 실체를 드러내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핵이라는 실체를 드러낸 만큼 이제부터는 과거의 접근법과는 달리 하여야 한다고 비관론자들은 주장한다. 그러기에 지난 10월 9일 하루 주식시장이 급락한 이후 당분간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듯하지만 이는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언제건 다시 혼란과 충격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시각이다.

"대북 군사제재땐 또 패닉"

둘째로,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이번 북핵을 둘러싼 상황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만큼 주식시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응이 어떤 수준에 이를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비록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군사적인 제재로 이어질지,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외교적인 해결이 될지 아니면 경제제재가 될지 등에 따라 증시의 방향도 오락가락할 터.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불확실성으로 연결된다.

악재의 충격은 단기에 그칠 수 있으나,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을 맴도는 한 주가가 오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비관론자들은 생각한다.

셋째로,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이 당장에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은 없다고 밝혔으나 장기적으로는 북핵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컨트리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전의 상황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갈 수가 없다면 주식시장은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입으리라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낙관론자들과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종합한다면, 주가가 또 한번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하겠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은 살아있고, 이로 인하여 강력한 매수세가 당장에 나타날 가능성 역시 낮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주가는 북핵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크게 한번 하락한 이후 내내 횡보하는, L자 모양의 양상을 이어갈 공산이 높다고 하겠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