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킵스' 코멕스 "경쟁사 PC제품 안전성 문제" 광고 공세'락앤락' 하나코비 "세계기준 준수… 문제없다" 손배소송 청구

반투면한 재질인 PP로 만든 플라스틱 용기
“플라스틱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라는 얘기죠.”(코멕스 산업)

“플라스틱 용기의 안정성은 이미 검증돼 있습니다. 자꾸 논란거리로 삼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하나코비)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방송 보도 이후 촉발된 플라스틱 용기 업체 간의 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두 당사자는 밀폐용기 ‘바이오킵스’를 생산하는 코멕스와 ‘락앤락’으로 유명한 하나코비.

식약청에서 최근 ‘플라스틱 용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내놓기는 했지만 이들 두 업체 간의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다. 하나코비는 현재 코멕스 산업이 주요 일간지에 자사의 제품 사진을 게재하고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광고한 데 대해 법원에 2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

두 업체 간에 벌어진 이번 분쟁의 핵심에는 ‘플라스틱의 재료가 무엇이냐’는 논쟁이 자리하고 있다. 즉 밀폐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의 재료가 회사마다 서로 다르다는 것. 코멕스는 PP(폴리프로필렌)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반면 하나코비측은 PC(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락앤락’ 브랜드를 대표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이들 두 재질은 일반인들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PP를 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용기는 겉보기부터 불투명하다. 속을 쉽게 들여다 볼 정도로 완전 투명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속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반투명’에 가깝다.

반면 PC를 소재로 한 플라스틱 용기는 투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만져 보면 딱딱하고 가벼운 데다 강도도 강한 편이어서 시중에서는 PP 제품보다 고급으로 통하고 있다. 당연히 PC 제품은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돼 가격도 PP 제품들보다 비싼 편이다. 주부들도 PC 용기에 담긴 음식물은 밖에서도 구분이 가능해 제법 인기가 높다.

이 중 최근 이슈가 되며 문제가 불거진 부분은 PC 소재의 플라스틱 용기들. 방송사에서 ‘PC로 만든 플라스틱에 담아 얼린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니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가 보도되면서 플라스틱 논쟁이 점화가 됐다.

플라스틱 전쟁에 불이 붙은 것은 코멕스의 광고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방송이 나간 직후 코멕스는 신문 광고에 ‘자사제품은 PC가 아닌 PP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하다’는 취지의 광고를 게재했다. 특히 코멕스는 “타사에서 주장하는 세계적인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소비자의 건강 기준입니다.’ “아직도 PC로 만든 밀폐용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업체가 있습니다”며 상대 업체에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했다.

두 업체 간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공방이 벌어지게 되기까지에는 시장 환경과도 전혀 연관이 없지는 않다. 올해 추산되는 밀폐용기 시장 규모는 2,500억원. 대부분이 코멕스, 락앤락, 지퍼락, 그래드, 타파웨어 등 플라스틱 밀폐용기이고, 강화유리 밀폐용기인 글라스락과 기타 유리 및 세라믹 밀폐용기들이 나머지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이 중 국내 플라스틱류만의 밀폐용기 시장에서는 락앤락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락앤락이 시장의 과반을 넘는 마켓 셰어를 차지하고 있고 코멕스와 나머지 업체들이 추적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

사실 코멕스와 락앤락 간의 다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멕스는 예전에도 여성지에 ‘PC 제품은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수 있다’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락앤락측을 자극한 바 있다. 락앤락은 코멕스를 공정위에 제소했는데 이때는 무혐의 처리됐다.

때문에 코멕스측은 이번 소송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없는 사실을 얘기한 것도 아닌데 문제될 게 없다. 승소를 확신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더욱 코멕스는 “최근에서야 언론의 보도로 PC(폴리카보네이트)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소비자가 깨닫게 되었다”고 희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코멕스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숭늉문화이고, 따뜻한 음식을 즐겨 찾기 때문에 식품용기에 열을 가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고온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는 PC 대신 안전한 재질인 PP 제품을 고집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락앤락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재질로 사용되는 PC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스페놀A에 대한 기준은 EU, 미국, 한국, 일본에서 마련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를 엄격히 지키고 있다”며 “PC 제품도 세계 유명 밀폐용기 제작 업체들이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 용기 재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PC 제품은 투명해 복이 들여다 보인다.
PC 제품은 투명해 속이 들여다 보인다.
락앤락측은 최근 식약청에서 지정한 연구기관에 의뢰한 실험 결과 역시 국내 기준뿐만 아니라 해외 기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검출 판정을 9차례에 걸쳐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또 제품 안정성과 관련해서는 식품위생에 관해서는 기준이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 후생성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더욱 PC 제품은 경쟁사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고 최근 주요 일간지를 통해 광고하고 있는 전체 물량의 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락앤락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 두 업체간의 플라스틱 용기의 환경 호르몬 논쟁은 플라스틱 업계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던 플라스틱 용기들을 내버리는 사태가 일부에서 일어나는 등 업계가 심한 불황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

발등에 불이 떨어진 플라스틱 업계에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락앤락은 최근 한국플라스틱주방용품공업협동조합을 창립해 업계가 공동으로 맞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70여 업체가 참여중이지만 코멕스나 지퍼락 등은 아직 참여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 플라스틱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태로 기업체 도산이나 해외 판로가 막히는 등 수출 시장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