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만으로 인식 가능 이용요금도 대폭 싸져
“아직도 일반 내비게이션(Navigationㆍ위성항법)을 쓰십니까? 이젠 휴대폰으로 내비게이션하세요.”

최근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휴대폰 광고 문안이다. 광고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지금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는 때아닌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일반 내비게이션’과 휴대폰에서 제공하는 ‘폰 내비게이션’ 간에 시장점유율을 놓고 사활을 건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내비게이션 시장을 놓고 먼저 선전포고를 벌인 측은 국내 무선통신서비스 공룡회사인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최근 폰 내비게이션을 홍보하는 TV광고를 대대적으로 퍼부으며 소비자들에게 휴대폰을 통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이 ‘폰(Phone) 내비게이션’이라면 일반 내비게이션은 전용 단말기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아이나비나 미오, 만도, 매피 등으로 알려진 브랜드들이 일반 내비게이션 제품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주로 차 안에서 사용해왔기 때문에 CNS(Car navigation service)라고도 불린다. 반면 폰 내비게이션은 일반 핸드폰을 그대로 사용해 자신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아낸다.

사실 폰 내비게이션이란 개념 자체는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SK텔레콤이 이미 ‘네이트 드라이브’란 브랜드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난 상태. 3, 4년 전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활용이 자가용 운전자와 휴대폰 사용자들 사이에 적잖은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요금이 비싸고 여러 가지 기능과 효율성 등에 문제를 드러내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이후 한때 폰 내비게이션은 주춤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SK텔레콤이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은 폰 내비게이션 기술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데 힘입은 바 크다.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찾기가 정밀해지고 또 정확해졌으며 매우 편리해진 부대 기능까지 고루 갖추게 됐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달라진 폰 내비게이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CNS, 즉 일반 내비게이션의 작동 원리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반 내비게이션 단말기에는 GPS(위성항법장치)와 메모리, 포인트 플래닝(Point Planning)으로 불리는 ‘PP’ 장치들이 장착돼 있다.

이 중 GPS는 단말기와 위성이 통신, 위치를 확인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화면에 위치를 설명해 주는 지도 그림은 메모리에 저장돼 있으며 PP는 한 위치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경로를 만들어 주는 연산 기능을 수행한다. 내비게이션 사용자는 위성을 통해 자신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위치는 단말기 지도에 표시돼 화면을 보며 길을 찾아 나서게 하는 방식이다. 단말기는 이런 기능과 과정들을 모두 자체에서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휴대폰을 활용한 폰 내비게이션은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휴대폰에서는 자신의 위치만을 파악할 뿐, 나머지 과정은 모두 휴대폰과 연결돼 있는 중앙 컴퓨터서버에서 이루어진다.

즉 휴대폰에서는 먼저 기기에 내장된 GPS를 통해 자신의 위치만을 파악해 이를 중앙 서버로 보낸다. 이를 인식한 중앙 서버는 휴대폰 소지자의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파악, 가야 할 길을 지도나 문자, 음성 등으로 보내주게 된다. 휴대폰은 다시 이 내용을 다운로드 받아 화면 혹은 스피커를 통해 휴대폰 소지자에게 내용을 알려준다.

때문에 폰 내비게이션은 단말기에 GPS만이 내장돼 있을 뿐 다른 장치나 부속들은 갖고 있지 않다. CNS 단말기 자체에 장착된 PP나 메모리 등이 휴대폰에 추가돼 있지도 않으며 이들 기능은 모두 중앙 서버에서 대신 수행해준다. 시스템 운영 방식에서 둘 사이에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최근 가장 달라진 변화는 우선 핵심 부품인 GPS 부분이다. 종전에는 GPS가 휴대폰에 장착되지 못하고 휴대폰 거치대에만 장착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GPS가 모두 휴대폰 안에 내장된다.

즉 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종전에는 GPS가 내장된 거치대를 사서 차량에 부착시켜야만 했지만 지금은 그런 불편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거치대는 휴대폰을 걸치는 ‘거치대’ 그대로의 기능만 담당한다. 이는 최근 몇 년새 GPS 칩 기술이 엄청나게 진화, 눈에 띄게 소형화되고 성능이 고밀도화된 데 힘입은 바 크다.

또 음성 인식 기술이 몰라보게 향상된 것도 보급에 크게 한몫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폰 내비게이션은 여러 다양한 음성 서비스 기능을 새로 탑재했다. 특히 폰 내비게이션 이용자가 목적지를 찾을 때 예전에는 버튼을 눌러 목적지를 ‘써야’ 했지만 지금은 음성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해졌다.

일례로 ‘삼성동 무역센터’를 갈려고 할 때 이전에는 복잡한 버튼들을 여러 번 눌러야 했지만 지금은 ‘말 한마디’만 하면 된다. 휴대폰과 통신하고 있는 중앙 서버에서 음성을 인식, 자동으로 위치와 경로를 선정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SK텔레콤 텔레매틱스 사업팀 이중학 매니저는 “음성 인식 기술의 수준이 매우 높아져 1차 인식 단계에서 90%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고 컴퓨터에서 3차까지 걸러지는 최종 단계까지 거의 완벽한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버튼 동작에 익숙하지 않은 40대 이상의 중년층들이 음성만으로 목적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수요층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각종 콘텐츠와 지도 등의 업데이트 부문에서도 SK텔레콤은 일반 내비게이션보다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를 사용할 경우 매번 매핑(지도 정보제공) 회사의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회사 애프터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자료를 업데이트해줘야 하는데 폰 내비게이션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콘텐츠와 지도 정보 등이 모두 휴대폰 단말기가 아닌 중앙 서버에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영세 단말기 업체나 부실한 회사, 제품들이 단말기 고장으로 인한 수리나 지도 정보 업데이트 등에서 말썽을 빚는 사례들은 폰내비게이션에 힘을 실어 준다.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찾아가기가 힘들다거나 아예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아 CNS 소비자들이 폰 내비게이션으로 돌아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홍보팀 이교혁 씨는 “새로 닦는 길이나 신축된 빌딩, 교통 단속 카메라 정보 등을 수시로 업그레이드하는 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경쟁력에서도 앞선다”고 자신한다.

무엇보다 폰 내비게이션이 가장 큰 차별성을 내세우는 분야는 ‘폰 투 폰 내비게이션’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야심작인 이 서비스는 ‘휴대폰의 위치를 추적해 곧바로 위치를 찾아간다’는 컨셉트의 신종 내비게이션이다.

즉 종전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려면 그가 있는 위치를 알아내 그곳을 목적지로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폰 투 폰 내비게이션에서는 찾고자 하는 사람의 휴대폰 위치만 파악되면 그곳이 바로 목적지가 된다. 굳이 주변 빌딩 이름을 대거나 주소를 알아볼 필요조차도 없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은 휴대폰 위치 추적 기술이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이중학 매니저는 “종전보다 휴대폰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범위가 좁아지고 정확해졌기 때문에 폰 투 폰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SK텔레콤은 이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KTF와도 제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폰 내비게이션의 전면적인 공세에 맞서 일반 내비게이션 진영도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업체인 아이나비의 경우 운전자가 알아 보기 쉽도록 3D 수준의 화면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췄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김형주 홍보팀장은 “웬만한 크기의 화면에서는 표시하기 어려운 차선까지도 세심하게 그려냈다”며 “이는 운전자의 편리성과 감성적인 부분까지도 고려한 시도”라고 얘기한다.

또 패션이나 음식 카페 관광 문화예술 등 각종 생활 문화 정보들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일반 내비게이션 측이 내세우는 대응 논리다. 일반 내비게이션은 휴대폰에 비해 훨씬 큰 화면을 갖고 있고 이들 생활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도구라는 것. 주요 회사의 내비게이션 단말기 이용자들은 이들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 일반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외견상 크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아직까지 국내 카 내비게이션 장착률이 10~15%에 머물러 일본 기준인 30%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그럼에도 폰 내비게이션 이용 요금이 예전보다 저렴해졌고 새롭게 시도하는 폰 투 폰 내비게이션의 등장에 대해서는 적잖은 우려를 표시한다.

실제로 이용 요금면에서 폰 내비게이션은 그동안의 단점을 많이 불식시켰다. 정보이용료를 건당 150원으로 낮추고 1만원이면 무제한 이용토록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데이터 요금은 아예 없앴고 정보 이용료에 포함시켰다. 더욱이 목적지가 정상적으로 파악되는 경우에만 과금되도록 해 말썽의 소지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SK텔레콤 홍보팀 백창돈 매니저는 “일반 내비게이션을 구입하는 가격이 3~4년간 폰 내비게이션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요금과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고 요금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3D 수준의 화면 갖춰 생활정보 등 쉽게 검색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