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기술 발달로 가격 파괴… 대형 디스플레이 PDP시장 잠식

지난 1월 초 세계 최대 가전전문 전시회 '2006 인너내셔널 CES'에 참가하는 LG전자의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세계 최대 크기 풀 HD급 102인치 PDP TV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자(覇者)가 되기 위한 LCD진영과 PDP진영 간의 기 싸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그간 LCD와 PDP는 각각 소형과 대형에서 특장을 가진 채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양 진영은 기술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영토 확장을 해오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전선에서 맞닥뜨렸다.

1차 대전은 올 초부터 40인치 대에서 먼저 이뤄졌다. 그러나 이 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기도 전에 50인치 대에서 2차 대전이 본격 예고되고 있다. 선전포고는 LCD진영이 먼저 했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40인치 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LCD가 PDP에 승리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물론 이 사장의 발언은 자신감의 발로이겠지만 PDP진영에서 보자면 ‘도발’에 가깝다. 아직 LCD와 PDP 사이의 ‘40인치 전쟁’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장의 발언에서 보듯 기술력의 한계를 계속 뛰어넘어 대형화에 성공하고 있는 LCD의 경쟁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LCD의 대형 시장 공략을 바라보는 PDP진영으로선 다소 아찔한 기분마저 들 만하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PDP진영에선 대체로 LCD가 40인치 대 평판TV 시장에 들어와 점차 시장을 공유하겠지만 50인치 대 시장 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이 지난 올 초부터 40인치 대 평판TV 시장에서 LCD와 PDP의 전쟁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경쟁적인 생산라인 증설로 PDP에 비해 비쌌던 LCD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한국기업평가 자료에 따르면 42인치 기준 LCD TV와 PDP TV의 가격차는 올 연말쯤 10%선까지 좁혀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가격차가 약 30%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LCD진영의 가격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알 수 있다.

LCD의 시장 출하량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40인치와 46인치 LCD 패널은 전분기 대비 39.6%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내년 3분기가 되면 40인치급 TV용 패널 출하량에서 LCD가 PDP를 20만대 가량 추월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LCD진영이 맹추격을 해오면서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PDP진영의 발걸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큰 그림은 40인치 대에서 소모전을 펼치기보다 50인치 대 시장을 앞당겨 그 주도권을 확고부동하게 잡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50인치 이상 평판TV 시장이 매년 42%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2010년쯤에는 40인치 이상 평판TV 시장에서 50인치 이상 TV의 점유율(대수 기준)이 38%선에 이른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LG전자 등 PDP업체들은 얼마 전부터 50인치 이상의 대형 PDP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LCD진영의 추격전이 예상 외로 거세 PDP진영의 LCD 따돌리기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내년 3분기 8세대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가면 50인치 이상 LCD 패널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완 사장은 이런 낙관을 바탕으로 현재 700만원에 달하는 52인치 LCD TV 가격을 2년 뒤에는 절반도 안 되는 3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50인치 대 평판TV 시장에서도 1~2년 안에 LCD와 PDP 간 한판 승부는 불가피해진 셈이다.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양 진영의 기술 발전과 가격경쟁력 제고가 워낙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형 평판TV 시장에서 벌어지는 LCD와 PDP진영의 건곤일척에 대해 딱 부러진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일단 60인치가 ‘최후의 전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당초 대형 화면 구현에는 PDP가 원가나 공정의 단순성 등에서 월등한 장점을 지닌 반면 공정 기술이 까다로운 LCD의 대형화는 커지면 커질수록 원가경쟁력의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40인치 대 이하는 LCD, 60인치 대 이상은 PDP가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다만 50인치 대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 사장의 공언처럼 LCD가 공세를 펼 수도 있고, 반대로 PDP가 선방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전망은 ‘현재’라는 단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궁극적인 향배는 어느 진영이 더 빨리 진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LCD - 해상도 높고 화질 뛰어나… 소형에 유리
PDP - 영상 신호 반응 속도 빨라… 대형에 유리

LCD는 박막트랜지스터가 배열된 상판과 컬러 필터가 부착된 하판 등 2개의 유리기판,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액정 등으로 구성된다. 인공적으로 빛을 발생하는 백라이트(back light), 빛을 조절하는 편광판 등도 주요 부품이다. LCD는 화소를 형성하는 수십만~수백만 개의 박막트랜지스터가 각각에 대응하는 액정을 움직여서 원하는 영상을 얻도록 만들어졌다.

LCD의 장점은 작은 크기의 화면에서도 해상도가 높게 구현되고 화질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반면 영상 정보에 응답하는 속도가 PDP에 비해 느리고 휘도(輝度, 밝기)가 낮다는 것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PDP는 두께가 얇은 대형 TV에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디스플레이다. 형광물질이 칠해진 수백만 개의 작은 픽셀에 자외선으로 충격을 가해 빛을 내는 원리다. 자외선은 헬륨, 네온 같은 불활성 기체에 전기적 충격을 가해 플라즈마(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된 상태)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수백만 개의 픽셀을 제어하는 것은 드라이브 IC라는 부품이다. 이 부품이 수많은 픽셀들에게 보내는 신호들을 통제하고 제어해 영상을 구현한다.

PDP는 플라즈마 현상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액정을 움직이는 LCD보다 신호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빠르다. 또한 수많은 픽셀들이 직접 빛을 내기 때문에 휘도 역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불활성 기체를 수용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 까닭에 소형화에는 약점이 있다. 대형 TV에 주로 사용되는 이유다.

LCD 패널로는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70인치 풀 HD급 제품.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