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부자, 경제관료, 비리정치인, 일부 보수언론, 어용 연구자경실련 등서 잇단 제기… "먹이사슬로 불로소득 챙겨"

“작금의 부동산 폭등과 거품 사태는 부동산 5적(五賊) 때문이다. 이들이 수십 조원의 폭리를 챙기며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부동산 5적, 혹은 건설 5적. 최근 집값 폭등으로 민심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간에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단어다. 한마디로 “‘다섯 부류의 적들’이 서로 결탁해서 부동산 왕국을 지배하며 서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서민의 불만이 표출된 것.

원래 오적은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김지하 시인이 사용해 널리 퍼진 말. 그는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ㆍ차관을 당시 나라를 망치는 '오적'으로 고발해 민심의 지지를 얻었다. 그에 빗대 다시 부활한 ‘부동산 오적’이란 단어는 치솟기만 하는 집값에 대한 민심을 일견 대변해 준다.

부동산 5적은 심상정 의원이 최근 거론하며 화제로 떠올랐다. 심 의원이 가리킨 5적은 부동산 부자와 경제관료, 비리정치인, 보수언론, 어용 연구자. 이에 앞서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지난해부터 '건설(개발)오적'이라는 어휘를 사용했다. 그는 재벌(건설업체와 이익단체), 경제관료, 정치인, 학자, 보수언론, 다섯 부류를 5적으로 지목했다. 부동산 부자와 재벌, 학자와 어용 연구자 등 두 부류는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각종 편법과 불법과 유착을 일삼아 부동산 가격이 1,000조원 이상 상승했고 그중 아파트가격만 약 500조원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참여정부 2년 동안 아파트 가격만 200조원 이상 상승시키며 연간 수십 조원의 불로소득을 챙기게 했습니다.”

건설 5적이라는 주장을 처음 공론화시키기 시작한 김헌동 본부장은 건설 5적들의 잘못을 낱낱이 꼬집는다. 그는 “개발 오적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했던 군사독재 정권의 최고통치권자와 핵심측근정치인,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했던 몇몇 관료와 야합해 그들의 총애를 받았던 소수 대기업을 단기간에 대형화시키는 구조로 성장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재벌기업은 관치금융 하에서 많은 재화를 사금고처럼 활용했고 각종 개발사업과 건설공사를 독점하거나 끼리끼리 담합하는 형식으로 재벌로 급성장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

또 공익과 공공성은 버려두고 단물에 눈이 어두워진 학자들과 각종특권을 누려왔던 일부 연구원들, 퇴임관료의 은신처가 되어버린 이익단체, 아파트 분양 등 광고 수입에 눈이 어두운 보수언론까지 김 본부장은 질타한다. 그는 “건설 오적이 재벌로 변모한 건설족들을 뒷받침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들은 오각 구도를 이루며 하나의 조직으로 결속해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건설 5적들이 매년 얼마나 챙기고 있는가?’에 대한 답도 이미 나와 있다고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매년 신규 주택 분양가격까지 담합, 건설 5적들은 연간 30조원 이상의 불로소득까지 챙기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
"5적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왔고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유지되므로 그들의 구조를 시민사회와 시민이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매년 도시와 주택건설, 국책사업에 국민의 혈세와 국민의 자금이 약 200조원 규모로 투자됩니다. 그러나 건설 5적이 국민을 속여 챙기는 눈먼 돈은 약 60조~70조원, 비자금으로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돈의 규모는 매년 40조~5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김 단장은 “매년 공직자(정치인, 공무원, 공기업)에게 건네지는 뇌물 규모는 15조원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발생한 최근 12년간 부패사례를 조사한 결과 건설 5적들의 뇌물거래가 전체 부패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근거를 내놓는다.

특히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우리 사회를 부패의 온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그는 우려한다. “건설 5적들은 10조원 규모를 유흥비와 접대비로 소진하므로 우리 사회를 썩고 병들게 만들어 왔다”는 것. 나아가 국민의 혈세는 점점 늘어나고 세금은 낭비되며 국가 경쟁력은 지난 10여 년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심상정 의원도 최근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5적 전성기를 열었다”며 “투기를 잡겠다던 정부는 부동산에 참패한 격이고 그간 불로소득을 나눠온 부동산5적의 먹이사슬은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5적'으로 대형 건설재벌과 땅부자 집부자 등 부동산 부자들, 국민보다 건설재벌과 부동자 부자를 대변해 온 재경부 건교부 중심의 경제관료, 건설 재벌과 부동자 부자의 뒤를 봐주고 개발사업에 개입하는 비리정치인, 건설 재벌 광고를 받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부 보수언론, 건설 재벌과 관료로부터 용역을 받아 투기 논리를 만들어주는 어용연구자들을 꼽고 있다.

심 의원은 지난 15일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잡은 게 아니라 부동산투기가 노무현 정부를 잡고 말았다”며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 정책의 철학과 원칙부터 뿌리째 바꾸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인 내성을 길러왔다”며 부동산 5적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발표 가운데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빼놓고 분양가 25% 인하 약속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약속은 빈수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분석. 또 11ㆍ5 대책은 각종 개발 제한과 투기 규제를 풀고 주택공급을 신속히 확대함으로써 건설붐을 일으켜 부동산 5적의 먹이사슬을 더 두텁게 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헌동 본부장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특혜와 독점, 담합 거래에 익숙한 건설 5적들이 정부 또는 공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은 부패에너지를 공급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되고 때문에 이들 조직의 힘은 점차 강해지고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한숨을 토한다. 너무도 당연한 부동산 실거래가격 파악조차 반대하고 있고 부동산 보유세가 선진국의 5~10% 수준인 현상도 수십 년 지속적으로 방치되어 왔고 이를 조금 강화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면 드러내 놓고 반대를 해온 사례들이 그 증거라는 것.

“개발(건설) 5적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왔고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유지되므로 그들의 구조를 시민사회와 시민이 잘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이 부동산공화국입니까?”라고 반문하는 김 본부장은 “능력이나 노력에 상관 없이 부동산에 눈이 밝은 사람만이 돈 버는 사회이고,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