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 '인터넷 서점 vs 대형매장' 구도될 것… 내년 증시 상장 준비 박차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2006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국내 출판시장은 지난해 기준 2조6,939억원 규모다. 이는 2004년의 2조3,484억원 대비 약 3,400여 억원 늘어난 수치. 때문에 일각에선 한동안 얼어붙었던 출판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어오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면 아직 출판시장의 해빙기가 왔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1997년 4조원을 웃돌았던 국내 출판시장은 외환위기를 맞은 90년대 후반 2조원대로 추락한 뒤 2000년대 들어서도 2조5,000억원 안팎의 박스권을 좀체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판시장이 게걸음을 하는 가운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서점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체 시장 대비 인터넷 서점의 매출 비중은 2000년 2.7%에서 꾸준히 늘어나 2005년에는 16.7%까지 올라섰다. 매출 총액은 대략 4,500억원에 이른다.

인터넷 서점 업계에서도 특히 시선을 모으는 곳은 시장 1위 업체인 예스24(yes24.com)이다. 출판연감에 따르면 예스24는 2004년 898억원에서 2005년 1,445억원으로 60%가 넘는 큰 폭의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 여타 상위권 업체들도 선전했지만 예스24의 성장세를 따라잡기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예스24는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내년쯤에는 인터넷 서점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도 할 예정이다. 이제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도 충분히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예스24 측은 기업공개를 계기로 경영자원 확충, 기업 인지도 제고, 새로운 마케팅 동력 확보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마주한 예스24 본사 집무실에서 정상우 대표이사를 만나 인터넷 서점 업계의 동향과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예스24의 앞날을 들어봤다.

- 요즘 인터넷 서점들의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띄는데 수익률은 어떤가.

“인터넷 서점은 전형적인 박리다매 구조라서 마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박리다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매’가 전제가 돼야 하는데 예스24를 포함해 몇몇 회사 외에는 아직 볼륨을 더 키워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고 본다.”

- 영업비밀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진율은 얼마나 되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정말 박리다매다. 마진율이라고 해봐야 1.5~2% 정도다(1만원짜리 책 한 권 팔면 순이익은 200원 남짓 되는 셈이다). 하지만 많이 판다면 계산은 달라진다. 올해 예스24의 매출이 2,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보는데 제반 경비 다 빼고 40억원 가량 남는다. 그렇다면 ‘괜찮은 장사’ 아닌가.(웃음)”

2000년대 초반 판매 가격 과다할인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 영업을 했던 인터넷 서점 업계는 매출은 성장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 구조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어차피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선 할인에도 한계가 있는 데다 2003년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출혈 경쟁은 점차 잦아들었다. 요즘 신간의 경우 최대 10% 할인, 할인율 제한이 없는 구간(舊刊)의 경우도 대개 20% 이내서 할인이 이뤄진다고 한다. 오프라인 서점에선 정가를 주고 사야 한다.

- 출판시장은 정체상태이지만 인터넷 서점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

“두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도서 유통은 크게 대형 체인서점, 중소형 독립서점, 인터넷 서점의 세 축으로 이뤄지는데 점차 소멸해 가는 중소형 서점들의 몫을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이 흡수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인터넷 서점이 가진 고유의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빼놓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으로 이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프라인 서점의 대형화는 필연적인 추세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서점 수는 줄고 있지만 전체 매장 면적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는 비단 서점뿐 아니라 모든 유통업체에 공통된 거대 흐름이다. 교통, 통신 발달로 상권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강자만이 살아 남는 것이다. KTX가 생기면서 부산의 성형외과 병원들이 문을 닫게 됐다는 말도 있지 않나. 그리고 도서 시장이 다품종 소량 유통 구조로 바뀌고 책의 라이프 사이클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데, 이는 서점들에게 충분한 ‘디스플레이’ 공간 확보를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 예스24는 향후 성장 지향점을 '문화 포털'로 삼고 있는데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

“온라인 상에서 문화상품을 원클릭으로 구매할 수 있는 쇼핑공간을 구축해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것이다. 예스24의 출발점은 책을 파는 서점이다. 책이 무엇인가. 모든 문화상품의 원천 아닌가. 책을 보는 사람들이야말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태세와 욕구가 갖춰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음반과 DVD를 소비하며 나아가 영화와 공연을 즐긴다. 예스24는 바로 그런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예스24의 전체 매출 가운데 현재 도서 판매의 비중은 85% 정도다. 나머지는 음반, DVD, 화장품, 선물용품 등이 차지한다. 예스24는 영화와 공연 티켓 예매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e-북(전자책)과 e-러닝 등 디지털 상품 분야에도 전문업체와 손을 잡고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티켓 예매와 디지털 상품 분야 등은 최근 1~2년 사이 의욕적으로 뛰어든 사업이다. 정 대표는 “미래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고 밝혔다.

- 사업 품목을 계속 늘려 나가다 보면 결국 종합쇼핑몰로 가는 것 아닌가.

“인터넷 서점서 김치를 팔면 고객이 그걸 사겠는가. 교보문고에서 PDP TV를 갖다 놓고 팔면 또 어떻겠나. 우리는 애초에 종합쇼핑몰이 되려는 생각이 없다. 그 시장은 대기업들도 진출해 있는 등 경쟁이 치열한 곳인데 굳이 갈 필요가 있나. ‘문화 포털’이라는 지향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 품목 다각화는 문화라는 범주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 대표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한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화장품은 어떤 이유에서 판매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마케팅팀 관계자는 “회원 대부분이 20~30대거든요”라고 살짝 귀띔했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기 마련인 젊은 세대의 요구에 맞췄다는 암시인 셈이다. 예사롭지 않은 사업마인드다. 참고로 예스24의 회원 수는 올 연말쯤 400만 명에 도달할 전망이다. 초창기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연 평균 30%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이다.

정 대표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서 상당한 경력을 가진 광고인 출신이다. 한때 광고회사를 직접 차려 경영도 했었다. 그런 그가 인터넷 서점 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라고 했다. 예스24를 처음 설립한 창업자들의 대학 동기이자 선배였던 까닭에 초창기 회사 경영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뿌리치지 못해 99년 합류하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엔 ‘더블 잡’(double job)이 가능할 것 같아 수락했는데 막상 일을 맡고 보니 아니더군요. 그래서 회사는 한 달 만에 후배 직원들에게 인계하고 예스24에 전념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2003년 예스24를 인수한 한세실업 김동녕 회장께서 대표이사로 발탁해 경영을 맡게 됐습니다.”

한세실업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이름을 날려온 알짜배기 중견 의류업체다. 월마트, 나이키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와 의류업체 등이 주고객이다. 창업자인 김동녕 회장은 현재 예스24의 공동대표로 정 대표와 경영을 분담하고 있다.

정 대표는 처음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결국은 이 분야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도 ‘사람을 본위에 두는 휴머니즘’이 될 것이라고 주변에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의 예언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최근 사용자 친화적인 웹 환경, 즉 ‘웹 2.0’이 대세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는 ‘웹 2.0’의 기술과 철학을 예스24의 사업에 적용시켜 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종 서비스를 더욱 고객 친화적으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책과 관련된 모든 질문과 궁금증은 예스24에 가면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겠습니다.”

‘대중보다 반 발 앞선 크리에이티브(창의성)’를 생명으로 여겼던 카피라이터 출신의 정 대표, 그가 그리는 예스24의 ‘예스 미래’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