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가이드라인에 적용해도 건설업체는 손해 안봐

“천정부지로 오르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조절하지 못하면 집 없는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이라는 소중한 꿈을 평생 이룰 수가 없습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잡기 위해 아파트 시행사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성무용(63) 충남 천안시장은 행정행위로 아파트 분양가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성 시장은 2002년 400만원대이던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가 2003년 577만원으로 폭등하자 2004년부터‘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를 도입, 분양승인 신청 시 이를 적용해 아파트 가격을 적절히 조절해왔다.

그가 올 상반기 내놓은 천안지역 분양가 상한액은 655만원선. 이 상한액은 올 1월까지 순탄하게 지켜져 왔다. 그러나 천안시 불당동에 중대형 아파트 297가구 분양을 계획한 시행사 ㈜드리미가 이에 반기를 들었다. ㈜드리미는 올 2월 평당 920만원에 분양승인을 신청했다가 시의 조정권고로 877만원으로 내렸다. 시가 더 내릴 것을 요구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패소 결과에 성 시장은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한 판결”이라며 항소했다.

그는 “3년간 24개 업체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1만여 세대를 분양했지만 손해를 봤다는 업체는 한 곳도 없었고 시가 권고한 가격은 업체에 적정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수준이었다”며 “가이드라인 덕분에 천안지역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성 시장은 패소 이후 시공을 맡기로 한 한화건설이 다른 지역에서 시공하는 아파트의 건축비 내역을 조사해 천안보다 100만원 정도 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시행사가 토지매입 과정에서 양도세를 대납한 사실도 알아냈다.

그는 “소송을 제기한 시행사는 토지 매입시 양도세 32억원을 대납해 준 후 이를 분양가에 반영했는데 이는 불법행위”라며 “분양가를 제한해야 사업자들이 무리하게 비싼 땅을 산 후 이를 분양가에 합산해 폭리를 취하는 관행을 막을 수 있다”며 항소심에 자신감을 보였다.

성 시장은 또 “현행 선분양 제도는 정부가 건설업체에 특혜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특혜를 준 만큼 행정행위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는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는 시장상황 변동을 그때그때 반영하는 융통성 있는 제도”라며 “연 2회 물가와 금리,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상ㆍ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상한선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