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수익률 관리·기업실적 개선으로 연말 상승장 기대 높아환율이 불안 요인… 증권사들 "수출주보다 내수주 위주 투자를"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국내 증권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다. 소위 ‘산타랠리’에 대한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활황장세를 일컫는 말이다. 사실 이 용어는 미국에서 처음 비롯되었는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산타랠리 현상이 널리 퍼졌다. 특히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것은 투자자들의 호주머니가 넉넉해지기 때문이다.

연말을 즈음하여 각 기업체에서는 성과급 등 각종 보너스를 집중적으로 지급한다. 투자자들은 이 자금을 원천으로 주식을 사들이므로 자연스럽게 주가가 오르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더구나 연말이면 12월 말 결산법인의 배당을 노리는 배당투자도 가능해지므로 이래저래 연말 활황장세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 유난을 떨 정도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주가가 올랐다고 이를 특정하여 말하는 용어도 별로 없다. 예컨대 추석을 전후하여 주가가 상승하였다고 우리는 그것을 ‘추석 랠리’라고 야단스럽게 말하지 않으며, 3월에 주가가 치솟았다고 하여 이를 ‘스프링 랠리’니 혹은 ‘봄맞이 랠리’ 등의 이름으로 지칭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말의 활황장세를 굳이 산타랠리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일이 생각만큼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는 마치 여름 휴가철에 주가가 오르는 것을 일컬어 ‘섬머랠리’라고 일컫는 것과 같다. 날씨가 덥고 투자자들의 휴가가 몰려있는 여름은 원래 거래도 한산하거니와 주가가 오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오히려 여름에 주가가 오를 때, 이를 섬머랠리라는 이름을 붙여 특별하게 대접하는 것이다.

연말도 마찬가지이다. 흔히들 얼핏 생각하기에 연말을 전후하여 주가가 오르기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를 산타랠리라는 이름을 붙여 특별 대접하는 터이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온다는 설렘, 그리고 연말 분위기, 크리스마스 등과 겹쳐 증시 분위기는 들뜨기 마련이다.

그래서 12월 초가 되면 투자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타랠리를 잔뜩 기대하지만 그때마다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주가가 꼬박꼬박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의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1994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번의 연말 장세 중에서 산타랠리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3차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12년 동안 6번의 연말 장세는 랠리는커녕 하락세였다.

즉 12월 들어 주가가 곤두박질하여 12월 초의 주가에 비하여 12월 말의 주가가 더 낮았던 것이니 산타클로스는 얼씬도 하지 않은 셈. 그리고 나머지 3차례는 12월 초의 주가와 12월 말의 주가수준이 엇비슷하여 이를 랠리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경우였다. 결국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매년 증시를 찾아와 선물을 안겨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는 다른 때와는 달리 연말에 이르면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향후 장세를 낙관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이다. 코스피지수가 재차 상승하여 올 연말 무렵에는 사상 최고가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팽배하다. 우선 국내 증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미국 증시가 다우지수, 혹은 나스닥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여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 올해 연말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더구나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 IT주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우호적인 요인이다. 우리 증시의 경우, 미국의 증시와 연동되는 경향이 높은데,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미국 증시의 IT주식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기에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꾸준하게 이어질수록 우리 증시의 산타랠리의 가능성 또한 높아간다.

또한 내년도 국내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내년의 국내 경기가 올해보다 좋을 수는 없을 터.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당초 우려하였던 것보다는 연착륙의 가능성을 강하게 비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가 더 이상 인상되기보다는 내년에는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올해 4분기 이후로는 기업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아울러 국내 기관들의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한 윈도우 드레싱 가능성도 연말 활황장세를 기대하는 이유의 하나이다. 윈도우 드레싱은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하여 연말 주가를 인위적으로라도 높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우, 올해는 수익률이 그리 높지 못하였다. 만일 연말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연말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기관들의 투자 수익률은 더욱 좋지 못할 터. 따라서 기관들은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라도 의도적으로 연말의 주가를 떠받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항시 증시에는 호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재도 존재하듯이 전문가들 간에는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에 산타랠리 가능성을 부정하는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도 환율이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지난주 달러/원 환율은 한때 930원선을 무너뜨리면서 9년래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는 등 내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이는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우리나라 증시를 주도하는 IT주식의 수출 의존도가 높으므로 자칫 심각성이 커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환율이 큰 변수가 없는 한, IT주식들의 실적이 4분기 이후 좋아지리라 기대되고 있으나, 여기에 환율이 만일 현 수준에서 추가 하락하여 예컨대 900원선을 무너뜨리기라도 한다면 이는 만만히 볼 문제가 아니다.

또한 미국의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는 하지만, 거꾸로 말한다면 오히려 연말장세에 부담스러운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우지수나 나스닥지수 등이 꽤 높은 수준에 이른 만큼 언제이건 조정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 따라서 만일 12월 들어 미국 증시에서 조정국면이 전개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국내 증시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적으로 따져 올 연말에 산타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을 반반이라고 하자. 이때, 연말 활황을 기대하고 종목을 고른다면 어떤 종목이 좋을까? 아무래도 환율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므로 이를 피해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즉 증시 전문가들은 내수주 위주로 연말 장세에 접근하는 것이 유망하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NH투자증권은 금융주에 대한 비중확대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메리츠증권은 IT주에 대한 관심을 두는 한편, 증권주 및 중소형주를 유망종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대신증권은 철강, 화학, 제지 등 소재산업과 음식료, 의약, 유통, 증권 등 내수업종을 추천하고 있으며, 그리고 한양증권도 금융, 유틸리티, 음식료, 소재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을 추천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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